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 커피 그리고 삶 Oct 10. 2021

이불 빨래

어제 집으로 돌아올 , 직장 사옥에서 쓰던 이불을 가져왔습니다. 1년에 세번 정도 이불 빨래를 하는데, 가을도 깊어졌고, 겨울이 다가오기  한번쯤 빨때가 되었지요.


이불을 빨 때, 커다란 고무 *다라이를 욕실로 끌고와 이불을 빨지요. 요즘은 동전 세탁소에서 빨기도 하지만, 살갗이 직접 닿는 이불 빨래만큼은 직접 밟아서 빠는 것을 추구하지요.



약간 미지근한 물에 발을 담그고 푹신한 이불을 밟기 시작하면, 조금씩 때국물이 나오고 그동안 사용하면서 찝찝했던 마음도 때국물에 스며듭니다.


푹~ 푹~ 푹~ 물의 온기와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푹신함은 잠시나마 밟는 육체적 노동의 고통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주지요.


5분 동안 열심히 밟고 두 손으로 대야 한쪽 끝을 잡아 기울여 물을 버립니다. 온 욕실이 금방 한강이 되지요. 평소 운동했기에 망정이지 물과 이불의 무게로 물을 버리는 것 자체가 참 힘겨운 일입니다.


두번째 물을 채우고 휑굼을 시작합니다. 조금씩 밟는 재미는 사라지고 영혼이 빠져나가지요.

세번째 물을 채우고 헹굼을 시작합니다. 왜 이짓을 시작했는지 후회를 하지요.

네번째 물을 채우고 헹굼을 시작합니다. 이게 마지막이라 생각했지만, 혹시 모를 세제가 묻어 내 몸에 닿을까봐 '한번 더'를 생각하지요.

.........


이불 빨래를 마치고 나니, 아내가 아들의 이불을 들고 나타납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살아야 하기에 슬쩍 외면합니다.


사실.. 밟는 것보다 세탁기로 돌리는 것이 더 깨끗하게 얼룩이 빠지지만,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그 힘든 과정을 고집하는 것으로 보면, 사람마다 살면서 희안하게 효율성을 떠나 고집을 부리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신념인지, 믿음인지 모르지만, 아마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요.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나의 주변에도 효율성, 논리성과 전혀 상관없는 행동이나 신념으로 그 사람을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남들이 보기에 이불을 빠는 내 모습이 딱 그모습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아직도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것이며,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P.S. '다리이'는 일본 말이지만, 입에 붙어 자꾸 다라이라고 하네요.


https://youtu.be/J2eQwikGVxY


매거진의 이전글 설거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