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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커피 그리고 삶 Jan 24. 2022

번호표

아들이 군대에서 복무하기에 부모로서 좋은  하나가 군마트를 이용하는 것이지요. 비록 소규모이고 물건의 종류도 많지는 않지만 저렴하여 가끔 이용합니다.


명절이 다가왔기에 필요한 물건을 사려고 오늘도 아내와 군마트에 들렸지요. 그런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더군요.


일단 번호표를 뽑았는데 앞에 80명 정도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이 정도면 거의 1시간 기다려야 하는데, 돌아갈까 고민이 되었지만 언제 다시 올지 몰라 시간만 죽여야 했지요.


‘띵동~’ 스크린에 찍히는 번호를 볼 때마다 마트 앞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이 지쳐서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 바라는 얌체같은 마음이 들었지요.


체질상 기다림을 잘 하지 못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기다리는 시간동안 무엇인가 할 것이 있다면, 하루종일도 기다릴 수 있지만, 이처럼 넉놓고 기다리는 것에는 흐르는 시간이 너무나 아깝게 생각되지요.(멍때리는 시간은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제가 맛집을 싫어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점 때문입니다.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에 문득, 사람들을 기다리게 할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그것은 기다리는 대상에 대한 기대감, 성취나 목표를 향한 의지, 그리고 희망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기다림이란 결코 쉬운것이 아니지요. 내면으로는 기다리게 하는 힘과 지루함에 포기하고 싶거나 떠나고 싶은 수많은 욕망과 싸우는 과정이지요.


그러하기에 기다림의 끝이 기대에 못미치거나 실망할 경우, 화를 동반하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린 여행이 취소되거나 언제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줄것이라 생각한 짝사랑하던 사람이 떠날 때, 왜 사람들이 실망하는지 그 과정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기다림의 끝이 항상 만족과 성취가 있다면 참 세상살기 좋겠지만 아쉽게도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고 보장할 수 없지요. 그래서 현명한 사람들은 기다리는

동안 내면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욕망들을 ‘받아들임’으로 물 흐르듯 흘려보내는 것 같습니다.


또한,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기다림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인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기다림은 시간 낭비는 아닌듯합니다.


문득 이런 엉뚱한 생각이 들더군요.


‘나도 번호표 뽑아야 만날 수 있는 남자가 되고 싶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편안한 하루 되세요~^^


https://youtu.be/d5NyZsDz0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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