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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커피 그리고 삶 Mar 11. 2022

공충의 왕국

어제 아침까지 항상 영하의 온도로 시작했지만 오늘 아침은 처음으로 1도였습니다. 봄의 따뜻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아침이었지요.


따뜻한 날의 영향인지 어제밤부터 노린재를 비롯한 작은 곤충들이 나의 방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노린재의 희안한 냄새 고문의 고통이 끝나자마자 그리마(돈벌레)를 비롯하여 사냥꾼 느낌의 이름모를 곤충까지 슬슬 나타났지요. 벌써부터 이렇게 출몰하는 것을 보면, 한달 후에는 내 방이 곤충의 왕국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내가 사는 집 뒷편이 바로 야산이다보니, 그나마 뱀이 슬글슬금 들어오지 않은게 다행이지요. 가끔 현관문을 열었을때, 뱀이 저를 보고 인사하는거 아닌지 가끔 걱정도 되지요.


한편으로 인간들처럼 따뜻한 방이나 외투도 없이 추운 겨울을 버티고 생명을 이어나다는 것에 참 신기하면서도 경외감이 느껴집니다.


벌레가 반가운 사람이 거의 없지만 혹독한 겨울을 보낸 곤충을 내방에 무단침입했다고 휴지로 싸서 눌러 죽이는 것이 영 마음에 탐탁치 않지요. 그래서 예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휴지로 조심하게 싸서 창밖에 떨굽니다.


곤충도 하나의 생명이고 공포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더라도 주변의 생명들과 어울려 나의 세계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생명의 가치는 소중하지요. 이러한 생명들이 없으면 하나의 공허한 공간일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가치를 인간이나 인간과 가까이 지내는 반려동물로 한정시키는 경우들이 많지요. 생명은 하나뿐이라는 점에서 과연 작은 곤충의 생명보다 인간의 생명이나 어느 것이 더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를 고민해봅니다. 그들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근육과 신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곤충들도 죽음과 고통을 본능적으로나마 느끼겠지요.


그런 점에서 생명이라는 그 가치마저도 선택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보면, 내가 기존에 생각하던 사랑, 배려, 정직, 책임 등 수많은 가치가 인류애적인 광범위한 것이 아닌 얼마나 편협한 것인지 깨닫는 하루지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P.S. 물론 나도 여름에 나를 귀찮게하는 모기는 잡는것을 보면, 나도 동일하게 선택적 생명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https://youtu.be/9U8uA702x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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