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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커피 그리고 삶 Mar 27. 2022

A-83

오후에 커피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 오랜만에 카페로 향했습니다.


“A-83번 고객님 따뜻한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주문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저는 A-83번이 되지요.


보통 고유의 이름 대신 대량으로 관리할 때는 번호로 관리하는 점이 여러면에서 편리합니다. 우리나라만의 주민등록번호도 군사정권 시절 국민을 효율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관리번호가 부여되는 대상은 죄수번호, 물품번호, 관리번호처럼 억압, 대량, 저가치 등과 연관되어 있지요. 그런점에서 커피를 수령하기 전까지 그 이면에는 개인의 가치를 존중받기보다는 하나의 관리번호로 존재하는 것이지요.


하루에도 수십명, 아니 수백명이 방문하는 매장에서 주문번호로 호출하는 것은 주문관리와 개인정보 보호에 필요한 부분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나의 고유한 가치가 주문번호와 결합하여 하나의 관리대상이 되는 것도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지요.


대중 친화적이란 말은 대량생산된 물건처럼 곧 그 가치가 동일하여 가치가 높지 않다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지요. 그래서 프랜차이즈가 아닌 카페에서는 관리번호보다는 다른 명칭이 사용되고 손님은 그만한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이겠지요.


문득,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존재 가치는 세상 유일한 존재라는 생각에 스스로 나에게 가치를 부여해 봅니다. 존재로서의 가치는 남들의 평가와 상관없는 유일한 가치이기에…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P.S. 앱에서 주문하면, 미리 지정한 애칭으로 호출되지만 쿠폰으로 선물받았기에 앱에 별도 등록도 귀찮고 안되는 쿠폰도 있지요.


https://youtu.be/ynen3kAVR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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