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퇴근하기전 당일 해야 할 일과 주말에 해야 할 일을 리스트로 적어 놓지요.
이번주에는
- 금요일: 퇴근 후 설거지, 걸레 빨고 방닦기, 딸래미 학원에서 태워오기, 딸래미 화장 수건 손빨래, 겨울 잠바 빨기
- 토요일: 아침에 차량 정비 또는 세차, 서울 다녀오기
- 일요일: 옷 다리기, 설거지, 방 닦기, 분리수거, 다음주 가져갈 짐 정리하기
이중에는 매주 계속 반복되는 것도 있지만 잠바 빨기나 세차처럼 가끔 하는 일도 있지요. 하지만 매주 무엇을 하겠다라고 리스트를 적어두지만 지금껏 100% 완료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금요일 퇴근할 때마다 2시간이라는 긴 운전 끝에 집에 도착하고 저녁을 먹고 나면 지쳐서 쇼파에서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지요. 하지만 아무것도 안하면 아내로부터 긴 연설을 들어야 하기에 억지로 일어나 아내의 눈치를 보면서 적당히 타협할 수준에서 일들을 마무리합니다.
사실 아내도 맞벌이에 고3 딸래미 케어하느라 몸이 피곤하지요. 그래서 나에게 집안 일을 시키기는 해야 하는데, 이때 아내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남편 사용설명서 책을 낼만큼 굉장히 활용을 잘하는 편입니다.
예를들어, 내가 손빨래를 하고 있으면 걸레를 빨아달라고 툭 던지고, 옷을 다리고 있으면 딸래미 교복도 남은 열기로 한번만 슥 대충 다려달라고 하며, 담배를 피러 나가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손에 음식물 쓰레기나 분리수거물을 쥐어 주지요. 또한 내가 필요한 물건이 있어 마트에 가면, 함께 따라와 장바구니 몇개를 만들어 기여이 내가 짊어지고 가게 만들지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20년 사는 동안 결혼 초반부터 10년 동안 그렇게 싸웠던 것이 ‘남편 성격, 물건을 들 수 있는 무게, 남편이 인식하지 못하게 집안일 시키는 방법, 건드리면 화내는 포인트, 약 올리는 법, 비자금 털어오는 법’ 등 나에 대한 사용 설명서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살다보면, 상대방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지요. 그 과정에서 그 관계가 폐기되기도 하고 다툼과 상처를 주기도 하지요. 하지만 함께 넘어야 할 산을 넘게 된다면 서로를 끌어줄 수 있는 관계가 되겠지요.
생각해보니, 20년이란 세월동안 끌어주기도 끌려가기도 하면서 기여이 정상을 도착하고 이제는 서로를 다룰 줄 아는, 서로의 사용설명서를 쓰게 될만큼 된 것에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요.(그리고 저 앞에 넘어야 할 또다른 산이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P.S. 남편 사용설명서 간단 요약
1. 끼니때 밥은 꼭 챙겨준다. 밥 안주면 화냄
2. 너(남편) 돈은 내돈~! 내 돈은 내돈~!이란 생각으로 가정경제를 관리한다.
3. 남편이 밖에 나갈 때마다 버려야 할 것을 빠르게 스캔한다.
4. 걸레는 가끔 아무말없이 욕실에 던져준다. 말하면 오히려 남편이 집안 일을 한다는 것을 인식하므로 눈빛만으로 의사를 전달한다.
5.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전까지는 왠만하면 자유시간을 보장한다.
6. 남편이 물건을 사려고 하면, '꼭 필요해?'라고 물어봐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7. 주1회 딸래미 학원비와 재료비를 언급한다. 그러면 가끔 비자금을 내놓을수도 있다.
8. 딸래미가 먹을 맛있는 것은 냉장고 깊이 숨겨둔다. 문열고 바로 보이면 먹어버리기에
9. 가끔 고추참치를 통조림을 사준다.
10. TV 채널권은 나에게 있다. 못 건드리게 한다.
아마 이런 내용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https://youtu.be/_FJRQiyzO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