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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커피 그리고 삶 Jun 22. 2023

‘오래된 노래’ 같은 사람

제 주변에는 음악을 즐겨듣는 사람들이 많지만 저는 유독 다른 사람들에 비해 음악을 듣는 것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음악을 찾아 듣기보다는 길을 지나다 카페나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음악에 흥얼거리거나 잠시 걸음을 멈춰 감상하는 정도지요.


어릴 때, 노래을 좋아하고 노래방에서 연습도 하곤 했지만, 직장에 다니고 내 인생에서 노래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에 집중하다보니, 일부러 찾아듣거나 하지 않게 되었지요.


어제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는 '오래된 노래'를 듣게 되었습니다. 마침 날씨도 적당히 흐리고 시원한 바람이 그 노래와 너무나 어울렸지요.


'오래전에~ 함께 듣던 노래가~~ 발걸음을 다시 멈춰 서게 해~'


가사 하나 하나가 젊은 시절, 열정적이면서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그런 풋풋한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게 만들더군요. 잠시 그 당시 먹먹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하나의 시와 같은 가사와 마음을 아련하게 하는 리듬은 예전 순수했던 감정을 불러오고 가슴이 아려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였지요.


30대 이후로 경쾌한 리듬과 빠른 가사로 된 노래에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고 노래에 흥미를 잃게 되었지요. 아마, 노래 가사와 같은 순수한 감정을 일으킬만한 경험보다는 눈앞의 현실을 더 중요하게 여겨서 그런지도 모르지요.


문득, 오래된 노래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생각나지 않지만 정말 우연한 계기로 문득 기억나는 사람, 그리고 가슴속에 숨겨진 감정들을 일어나 잠시 기분좋은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사람, 그러면서 나와의 인연이 아련함으로 다가와 입꼬리에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누군가의 기억속에 오랫동안 항상 남아있는 것보다 우연히 들었던 추억의 노래처럼 가끔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참 낭만적일듯합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


P.S. 20살의 10월, 가을이 시작되는 시기, 건물안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피아노 소리에 잔디밭에 털썩 주저 앉아 잠시 그 소리에 젖어들었지요. 한곡이 끝나고 밀려오는 호기심에 나도 모르게 발길을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는 건물안으로 들어갔고 문에 뚫린 작은 창문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아담한 그녀를 쳐다보았습니다.


피아노 치는 모습에 넉을 잃고 한참을 쳐다보다가 인기적을 느낀 그녀는 창문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나의 눈과 마주쳤지요. 깜짝 놀라 얼른 건물밖으로 나왔고 곧 뒤따라 오는 그녀는 나를 불러세웠고, 같은 수업을 듣는다는 공통점에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지요.


피아노 치는 모습에 반했던 나와 평소에 나를 눈여겨 보았던 그녀는 빠르게 연인으로 발전하였고,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손을 처음으로 잡았던 그날, 몇시간이 함께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


비록 이후 헤어지게 되었지만, 그친구와의 참 좋은 기억들이 가끔은 좋은 추억으로 아련하게 생각나지요.

https://youtu.be/erD8CrzmE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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