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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커피 그리고 삶 Jun 26. 2023

우산꽂이

간만에 비가 장대같이 쏟아지는 아침, 출근을 위해 우산을 챙겼습니다. 비오는 날의 출근은 번거롭기 그지 없지요. 아무리 비를 맞지 않으려고 해도 차에 탈 때, 몇 방울 맞을 수 밖에 없고 신발은 젖어 벌써 축축해지는 느낌이 들었지요.


차에서 내리면서 더이상 젖지 않으려는 의지를 포기한 채,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서 우산꽂이를 찾았습니다. 항상 같은 자리에 있지만, 평소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우산꽂이였지요. 심지어 그 자리에 우산꽂이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을 때도 있지요. 그만큼 우산꽂이는 사람들의 관심과 멀리 있지요. 하지만, 흠뻑 젖은 우산 끝, 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이 순간, 우산을 여기에 보관하고 내가 건물안에 들어가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이지요.


우산꽂이처럼 홀로 존재할 때, 그 가치를 모르지만 특정한 상황이 되면, 그 가치를 발휘하는 물건들이 있지요. 우산꽂이는 자신이 필요할 때까지 묵묵히 끈기를 가지고 기다리지요.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심지어 자신의 존재를 잊어도 자신이 의미있는 존재가 될 때까지 그냥 기다리기만 하지요.


그러다 사람들이 흠뻑젖은 찝찝한 우산을 자신의 몸속으로 찔러 넣으며, 무심히 지나갈지라도 우산꽂이는 그 순간에 자신의 역할을 기쁘게 수행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여 그 소중함을 모르고 살때가 많지요. 부모의 존재가 그런 듯합니다. 이것 저것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다는 것을 신경쓰는동안 부모의 존재는 흐릿해지고 부모는 그냥 묵묵히 기다릴뿐이지요. 그러다 필요한 순간, 부모의 존재를 생각하고 다시 나아갈 용기를 얻는 순간 또 다시 나의 의식에서 부모의 존재는 조금씩 사라져 가지요.


그리고 그들은 우산꽂이처럼 그저 다시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기만 하지요...


글을 쓰면서 어머니가 생각나네요. 오늘 '엄마'에게 전화 한통하려고 합니다.


https://youtu.be/ZNm0mB9b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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