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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커피 그리고 삶 Jul 08. 2023

이빨에 낀 고기...

"아들~ 오늘 나랑 저녁으로 고기 좀 먹자. 당췌 몸에 힘이 없네.. 이런 날은 고기 먹어야 해.."


작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지내는 동안, 어머니의 몸 상태가 많이 나빠졌다. 어머니는 아버지 몇 년간 병간호를 하는 동안, 자신의 몸이 망가질 때까지 장사와 병간호를 병행하였다. 간병인이 있었지만 밤에는 온전히 어머님의 몫이었다. 어머니가 혼자 된 후, 정신적인 부담은 사라졌으나 소위 '골병'이 든 것이다.


혼자사는 어머니가 안쓰럽기도 하고 얼마나 힘들기에 아들에게 전화했으랴.. 2시간 30분 넘는 거리를 운전하여 피곤하였지만 아무 이유없이 알았다 말했다.


"지글~ 지글~"


숯불에 올려진 고기 익는 소리가 군침을 돌게 한다. 퇴근하면서 2시간 넘게 운전하여서 그런지 굶주림같은 허기를 느끼고 있었다.


"나 이제 병신 다된거 같다. 이젠 손가락이 안움직여.."

"그러길래.. 이제 장사그만두고 좀 쉬시라니까.. 경추 연골이 다 닿아서 그런거 아녀.. 그거 쉬지 않으면 점점 악화돼.. 제발 좀 쉬어..."

"그래야 하는데, 장사한지 40년이 다되는데, 그게 쉽게 접을 수 있니..?"

"그럼 그때, 큰 병원 예약했을 때, 그냥 진료 받지.. 수술이 무서워서, 장사 접는게 부담스러워 스스로 고친다고 하더니.. 이제 방법 없어.. 두달 후에 전문병원에서 진료할 수 있으니, 이번에 바로 수술하자. 엄마.. 절대 무거운거 들지 말고.. 웬만하면 제발 장사 그만해.. 이러다 아프면 누구 고생시키려고..."


몇 년째,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다. 아버지가 병중일 때는 장사하지 말고, 간병인 쓰면서 아버지 얼마 안남았으니 제발 아버지 옆에 계시라 하고 이제는 몸이 망가졌으니, 제발 장사 그만하라고 한다. 아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다 접고 편히 쉬시라 하는 것이 맞지만 한편으로는 '평생 장사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쉬면, 진짜 쉴 수 있나? 이게 엄마 낙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익힌 고기를 한점 집어 입속으로 집어 넣는다. 참, 맛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씁씁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앞니 사이에 고기 조각이 끼였음을 느낀다.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혀로 아무리 빼내려해도 빠지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톱으로 긁어보았지만, 역시나 빠지지 않는다. 하도 혀로 이빨 사이를 후벼팠더니 혀끝이 얼얼하다.


참.. 답답하다. 이빨 사이에 낀 고기 조각 때문인지, 엄마 때문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답답하지만, 이 답답함을 제거할 수 없는.. 마치 엄마와 나의 관계처럼 느껴진다.


"이야~ 이거 참 맛있다.. 아들.. 천천히 먹어.. 상추도 좀 싸서 먹어. 상추도 같이 먹어야 돼.."


"난 이제 충분하니 엄마나 많이 드셔.. 얼른 드시고 힘좀 내셔야 할 거 아녀.."


더이상 몸이 아픈 것에 대해 서로 말하지 않는다. 아마, 빙글빙글 무한히 반복되는 이야기임을 서로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아들과 저녁 먹으니 좋네......"


이빨 사이의 이물질을 그대로 느낀채 집에 돌아왔다. 도착하자마자 양치를 했지만 얼마나 꽉 끼어 있는지 소용없었다. 결국 치실로 끼인 고기를 너무나 쉽게 빼냈고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진작 치실 쓸껄...'


어쩌면, 엄마와 나 사이의 답답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치실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진작 엄마한테.. 이렇게.. 할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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