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상황을 왜곡하고 유리한 것만 기억하게 만든다.
"오랜만입니다."
"재밌죠? 우리가 왜 이렇게 싸웠을까요?"
"그러게 말입니다. 다 부질없는데.."
"생각해보면, 그때.. ~~~한 것은 기분 나빴습니다."
"아니죠. 그건.. ~~입니다. 오히려~~"
슬금슬금 다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우리는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화를 내면, 어렵게 만든 자리가 수포로 돌아가기에 서로의 묵인하에 더 이상 필요 이상으로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10년 전, 난 마주앉은 상대와 정말 진절머리 나게 싸웠다. 주먹으로 치고받는 개싸움이 아니라 서로의 감정에 상처주며, 서로 논리를 앞세워 상대방을 공격하는 감정싸움이었다.
감정싸움에서, '논리'의 역할이 재미있는 것은, 같은 상황을 해석하는데, 서로 각자의 진실에 근거하여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자 서로 상대방이 이러하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말한다. 들어보면, 둘 다 맞다. 아니, 한쪽이 틀릴지라도 감정싸움이 된 이상 둘 다 틀린 것이다.
우리 뇌는 감정이 지배할 때, 그 당시의 모든 상황을 동일하게 머릿속에서 재연하지 못한다. 그저 그 상황을 되짚어 보고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만 기억한다. 불리한 상황은 이성을 활용하여 정당성을 찾는다.
또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없으면, 기억을 왜곡하거나 더 이전의 과거를 스캔하여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왜곡하여 자신의 논리에 끼워 맞춘다.
열심히 머리를 굴린 결과, 이제 나름대로 논리성을 갖추고 정당성을 확보하였다. 그리고 나의 감정을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깊은 곳에 숨기고, 자신의 정당성을 객관적인 것처럼 포장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며, 자신에게 동조하기를 바란다.
결국 싸운 대상과는 화해의 기회를 잃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 서로의 감정이 어느 정도 누그러진 후, 서로 미워하던 감정이 더 이상 의미 없다고 판단되면, 다시 한번 화해의 기회가 주어진다.
삶에 있어서 싸움은 필요하다. 나의 생존을 위해, 나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며, 원하는 것을 쟁취해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삶이고 지금의 노동문화, 민주주의 등은 수많은 사람들의 투쟁의 결과이다. 감정싸움과는 다른 것이다.
감정싸움은 답이 없다. 누군가 중재한다고 한쪽이 온전히 수긍하지 않는다. 감정싸움에서 이겼다고 자신만만하며, 기뻐할지라도 남들이 보기에 한심하게 본다.
만약 지금 자신과 누군가와 감정싸움 중이라면, 자신의 논리적 정당성을 위해 기억을 조작하고 있지 않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상대방의 논리가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성의있게 들어본다.
'그래, 그것은 당신의 진실일 뿐이야. 나의 진실은 달라. 당신은 그저 나에게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고, 자신의 마음을 살펴봐주지 않는 것에 화가 난 거야. 당신의 논리는 그저 내가 그것을 알아주기 위한 연결 다리일 뿐이야.'
어느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과거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서로에 대해 진심이든 아니든 서로의 미래에 대해 축복을 바랄 뿐이다.
P.S. '삶은 자연스러움과 균형의 조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