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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커피 그리고 삶 Jul 10. 2023

나비 조련사

점심을 먹고 건물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나비 한마리가 길바닥에 앉아 강렬한 햇빛을 쬐고 있었지요. 오전내내 비가 오다가 점심때쯤 급격하게 날씨가 맑아진 탓에 아마 날개를 햇빛에 말리려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크기도 크기지만 날개 무늬 모양이 평소 보지 못한 나비라 카메라를 들이 댑니다. 인기척을 느낀 나비는 순식간에 날아올라 내 주변을 맴돌지요.


'주변에 꽃이 있으면 좋으련만..'


꽃에 앉아 있는 나비를 찍고 싶었지만, 주변이 담벼락과 아스팔트, 보도블록으로 되어 있어 아쉬움이 남았지요. 아쉬운대로 나비를 렌즈에 담아보고자 나비 근처로 접근하여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그러나 나비가 얼마나 예민한지, 반경 2m 안으로 허용하지 않습니다. 무슨 레이더가 달렸는지 2m 안으로 들어가면 어김없이 날아올라 나로부터 멀리 벗어나지요.


'제발 좀 가만히 있어.. 나의 모델이 되어줘..'


어느덧 찍고 싶은 구도를 포기하고 글쓰기 소재로 쓰려고 셔터를 마구 누릅니다.


어릴 때, 낡은 TV에서 방영되는 써커스 공연에서 호랑이나 사자를 재주넘게 하고 마음대로 부리는 조련사를 본 적이 있지요. 채찍과 훈련으로 사나운 동물들을 다루는 모습이 참 신기했지요. 그 조련사들처럼 이 순간만큼은 나비를 조정하는 조련사가 되어 위에서, 옆에서, 날개를 펴고 접는 등 다양한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나비는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자유롭게 날아오를뿐입니다. 어쩌면, 아주 작은 생명쯤 내가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이겠지요. 당연하게도 내가 내마음조차 마음대로 못하는데, 나를 벗어난 다른 개체를 조정한다는 것은 만화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그나마 조정이 가능한 내 마음이라도 잘 컨트롤하기 위해, 마음 한부분에 마음을 다룰 수 있는 조련사를 하나 키워야겠습니다. 아마 쉽지 않겠지요. 사나운 나의 마음을 다룰려면 어쩌면, 진짜 맹수들처럼 스스로 채찍을 내리치고 고된 훈련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요.


오만가지 감정을 느낀 하루, 그저.. 마음 조련사의 훈련이라 생각해봅니다…


https://youtu.be/uAHkNFE9l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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