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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커피 그리고 삶 Jul 11. 2023

신발 가게 아저씨의 스킬 VS 나의 방심

작년 겨울 신발이 다 떨어져 신발 사러 잘 가는 동대문의 한 가계로 향했다.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이 평소 잘 신는 신발이라 꼭 똑같은 신발을 신고 싶었다. 하지만 그 당시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정리하느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조금 멍한 상태였다.


마침 원하는 신발이 진열되어 있어 신어보았는데, 약간 작은 느낌이었다. 신발이 265이고 내 발이 270이라 한치수 큰 사이즈를 사장님께 요구하였다. 아저씨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이거 단종된거라 사이즈가 있을까?"


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신발을 가지러 어디론가 사라졌다.


잠시후 아저씨가 내민 신발'을 신었더니 왠지 푹신한 느낌과 사이즈가 맞는 것 같아 5천을 깍아 구입하였다.


'아..'


집에 오고 나는 깨달았다. 이 아저씨가 깔창을 2개를 깔아 280의 신발을 270으로 맞춘 것이다. 순간, 짜증과 신경질이 났지만, 한편으로는 이 아저씨의 장사 스킬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 푹신함에 속은 나 자신을 원망하였다.


'그냥 사이즈가 없다고 하면 다른 신발 신어도 되는데, 굳이 이 아저씨는 이런 식으로 신발을 팔았을까? 단종된 것이라 얼른 물건을 정리하고 싶었던 것일까?'


교환을 하자니, 다시 1시간 기차타고 서울로 올라가야 해서 그냥 신기로 하였다. 어쩐지.. 깔창 두 개로 평소보다 키가 커진 느낌이다.


'에이! 그냥 막 신자..'


그렇지만, 아직도 내 차 운전석 시트 아래에 잘 보관되어 있다. 아마 나에게 신뢰를 잃은 그 가게는 앞으로 다시 가지 않을 것 같다. 비록 1년에 1번 신발을 사는 손님이지만, 항상 동대문 그 가게에서 신발을 샀고 싸고 잘 샀다는 자랑이 이제는 나의 입에서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신뢰란 참 중요하다. 약속과 신뢰는 조금 다르다. 약속은 개인의 사정상 지켜지지 못할 때가 있지만, 신뢰는 약속보다 믿음에 가깝다.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약속을 어길 수 있지만 그 뒤처리를 함으로써 신뢰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살다보면, 가끔 스스로 망가뜨리고 싶은 기분이 들때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이 나를 믿는 것에 대한 믿음과 스스로 나에 대한 믿음은 최후의 보루처럼 스스로의 모습을 지키게 해 준다. 그만큼 신뢰는 가치로움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내것으로 만들기도 지키기도 참 힘든 것인것 같다.

https://youtu.be/HK7TcUU5x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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