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을 버리다.

애정과 기다림의 줄다리기

by 책 커피 그리고 삶

늦은 저녁 카페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길 때, 브런치에서 조금씩 긁적이던, 쌓여 있는 글들을 본다. 난잡하게 나열된 미완성 문단들의 난잡함과 카페 내 사람들이 방향성 없이 날리는 수다 소리가 묘하게 어울린다.


어느 순간부터 글쓰기가 어려워진 느낌이다. 예전처럼 깨달음을 얻었다거나 주변 사람들로 인해 극심하게 스트레스 받았던 일들이 비교적 적은 탓이다. 정리되지 않은 쓰다만 제목들이 얼른 제자리를 찾아달라는 듯 나에게 무언의 압박감을 보낸다.


나는 제일 만만한 놈을 골라 터치한다. 2년 전 쓰고 버려두던 글들이 눈에 들어온다. 글을 다시 보니, 그 당시 감정적으로 폭풍이 몰아치는 시기를 보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사소한 고민들에 ‘피식~’ 웃음만 나온다.




2년 전 열정을 쏟았던 모임을 나오고 난 후, 가슴이 답답하였다. 몇 년 전 간신히 극복하였던 우울한 감정을 다시 느꼈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지만, 왠지 친숙한 느낌이고 예전만큼 죽을 만큼 힘들지 않다.


얼마 전 지인들에게 말했듯이 난 스스로 마음의 상처 받고 싶었다. 나는 감정의 폭풍우 속에서 사는 동안, 나의 생각은 깊어지고 폭은 넓어진다. 아직 내가 더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의 근원들이 많다는 것에 감사하다. 어쩌면, 난 정신적 변태 인지도 모른다. 고통 속에서 성장하고 고통 속에서 살아있는 것을 느끼니 말이다.


이번의 고통은 '애정' 때문이다. 누구든지 사람이든, 일이든, 사물이든, 자신의 열정과 최선을 담겨있다면, 애정이 생긴다.


문득.. '왜 이렇게 이 친구들이 마음에 들지 않지?'


이 감정은 내가 애정을 쏟았던 모임을 잇는 후배들에 대한 느낌이다. 한때, 내가 나의 모든 열정과 노력으로 모임을 이끌었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나의 뒤를 잇는 사람들은 나만큼 최선을 다해 운영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모임을 떠날 때, 후배들이 날개를 펼 수 있도록 내가 관여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계속 신경이 쓰인다. 한편으로 나이가 듦에 따라 경험으로부터 지혜가 쌓이는 것은 축복이지만, 예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는 것은 저주같이 느껴졌다.


모임의 메인에서 떠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현재 그 모임은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2년 전 가졌던 '애정'은 예전 같지 않아서 그런지 그 모임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편안함이다.


어떤 감정이든지 너무 과하면, 집착이 되는 것 같다. 어쩌면, 내가 그 모임을 떠나올 때, 나에게 필요한 것은 '애정'이 아닌 '기다림'이었을지도 모른다.


P.S. 현재 후배들이 그 모임을 훌륭하게 잘 이끌고 있다. 내 스타일이 아닌 그 후배의 스타일대로..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애정에 딸려오는 욕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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