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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커피 그리고 삶 Sep 07. 2019

라오스(루앙프라방) 여행 1

평화롭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이번 글에 대한 전제적인 여행(라오스-치앙마이-방콕) 계획과 일정은 이전 글 참고

방비엥 여행 액티비티에 관한 글은 이전 글 참고



루앙프라방은 라오스의 옛 수도로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를 가진 휴식의 도시이다. 많은 문화재가 있으며 옛날 가옥과 사원들이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방콕의 사원처럼 큰 규모의 사원은 없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려 비엔티엔과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이번 글은 루앙프라방에 관한 기록이다.





방비엥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며, 아침을 맞이하였다. 오늘은 루앙프라방으로 넘어가는 날이다. 미리 예약한 souchai 여행사 벤을 기다렸다.(여행 전 인터넷으로 예약했더니 방비엥 현지에서 예약한 금액보다 2배 이상 비싸다.ㅜㅜ)


픽업은 정시에 되었지만 다른 예약 손님을 기다리느라 출발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엔티엔에서도 그랬듯이 라오스에서 정시에 출발한 적이 없다. 예정 시간보다 1시간 정도 지나니 그제야 벤이 출발한다. 일행은 나, 현지인, 한국인 노부부 총 4명이었고 이동하는 동안 노부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긴 이동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길은 비엔티엔에서 방비엥으로 가는 길보다 험했다. 비포장 도로에 비도 많이 와서 산길 도로가 무너지지 않을까 살짝 걱정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에서 내려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거친 산을 다 넘자 곧 작은 휴게소가 나타났다. 3시간 동안 차에서 앉아 있어서 그런지 몸이 찌뿌둥하였다. 일단 차에서 내려 휴식을 취하였다.


오후 2시가 넘어 루앙프라방에 도착하였다. 4시간 거리이지만 5시간이 걸렸다. 비엔티엔-방비엥-루앙프라방을 차량으로 이동하는 경우 컨디션 체크와 체력 분배가 생각보다 중요한 것 같다.



▣ 왓 폰싸이

호텔 체크인 후 짐을 정리하고 바로 거리로 나갔다. 왓 폰싸이는 숙소와 가까웠고 시장 입구 쪽에 있었다. 시장과 붙어 있어서 그런지 사원 입구 주변이 지저분하였다. 규모는 작았으나 대법전 출입문에 그려진 그림들이 나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지옥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으로 그 내용을 추측할 수 있었다.



▣ 왓 호씨앙, 왓 탓

왓 폰싸이를 나와 조마베이커리 쪽으로 향했다. 조마 베이커리 건너편 근처에는 왓 호씨앙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는데, 계단 위로 5개의 머리를 가진 Naga 조각상이 길게 늘여져 있었다. 왓 호씨앙 주변이 잘 정돈되어 있고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사진을 찍기 좋은 조건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문이 닫혀 있어 밖에서만 관람해야 했다.


왓 호씨앙과 왓 탓은 바로 옆에 붙어 있고 지붕과 기둥의 모양이 비슷하여 구분하기가 어려워 내가 어느 사원에 있는지 헷갈렸다. 구글 지도에도 두 사원이 정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 관람을 마치고 나니 두 사원의 기둥의 색깔이 다르고 왓 탓에는 탑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왓 탓의 '탓'은 탑을 의미한다.

왓 호씨앙과 왓 탓은 기둥의 색깔과 처마밑 모양을 보면 구분할 수 있다.



▣ 왓 마이

왓 탓 방문을 마치고 다시 숙소 쪽으로 걸음을 옮겨 왓 마이로 향했다. 사원들이 다들 비슷하다 보니, 이제는 별 감흥이 없었다. 다만, 특이한 4단으로 된 지붕과 겉보기에도 오래된 석탑이 나의 눈길을 잡는다. 겉보기에도 굉장히 오래된 탑이것 같은데, 탑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 왕궁박물관

왓 마이를 대략 둘러본 후 바로 옆에 있는 왕궁 박물관으로 향했다. 루앙프라방에서 그나마 볼만한 것 중 하나이다. 예전에 왕궁으로 사용된 곳으로 씨싸왕웡 왕 동상과 박물관 그리고 호 파방(파방 사원)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박물관은 가방을 따로 보관해야 하므로 일단 보관실로 향했다. 이후 박물관 전시실을 둘러보았는데, 사진 촬영이 되지 않아 아쉬웠다. 박물관 관람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아.. 비가 또 내린다. 우산도 없는데..ㅜㅜ 이제는 젖은 옷이 익숙해졌지만 감기 기운이 있어 별로 반갑지 않았다.

맨 왼쪽 사진은 가방 보관실로 가는 길로 씨싸왕웡 왕 동상을 볼 수 있으며, 그 뒤쪽으로는 왕립 극장이 있다. 맨 오른쪽은 왕궁 박물관으로 신발을 벗고 입장한다.
맨 왼쪽 사진은 호 파방이고 오른쪽 사진은 왕궁 박물관에서 나오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호 파방 관람까지 마치고 나니, 허기를 느껴 거리 노점의 샌드위치를 사 먹었다. 예전 베트남에서 먹었던 반미보다 맛이 없다. 루앙프라방이 자연 친화적이고 저렴한 물가로 부담 없는 도시이기는 하나 왕궁 박물관 근처 상점과 카페들의 가격은 라오스 경제규모를 비교했을 때 사악하다.


줄기차게 내리는 비와 몸의 피곤함은 커피를 생각나게 만들었다. 카페를 찾기 위해 메콩강 쪽으로 걸었다. 마침 강변 근처에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였다. 빗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커피 맛이 일품이다. 따뜻한 기운이 온몸에 전해지니 집이 그리워진다.



▣ 푸시산

체력도 떨어지고 다리도 아파 저녁 먹기 전 남은 체력으로 푸시산에 오르기로 하였다. 정상에 오르면 루앙프라방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말에 여행 전부터 꼭 오르고 싶었다. 여행 전 구글 지도에서 입구를 찾을 수 없었으나 왕궁 박물관 근처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른 저녁에 야시장이 열리기 시작하고 그 옆에서 푸시산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조금 오르다 보니, 매표소가 보인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매표소는 6시에 문을 닫는다. 티켓을 사는 시간이 5시 50분이었는데, 미리 알았더라면 티켓 없이 오를 수 있었는데, 아쉽다.


푸시산은 높지 않지만 경사가 제법 있는 편이라 등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옷 속에 스며드는 빗물이 흐르는 땀을 씻겨주었다. 한 15분 정도 올라가니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기도하는 작은 건물이 보이고 한가운데 황금색 탑이 우뚝 솟아 있었다. 정상은 생각보다 크기가 넓지 않았다. 그리고 물안개와 비가 내리는 날씨 탓에 멀리까지 보이지 않았지만 시야가 탁 트이는 느낌이 좋았다.


정상에서 30분 정도 머물면서 일몰과 야경을 보려고 했지만 일찍 올라오는 바람에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어차피 날씨 탓에 일몰을 보는 것도 어려워 일단 내려가 야시장을 구경하기로 하였다.


푸시산에서 내려오자 야시장 천막들에서 흘러나온 불빛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 야시장

야시장은 아기자기한 공예품, 의류, 생필품 등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야시장 치고는 비교적 규모가 큰 편이었으나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비만 오지 않으면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시장을 둘러볼 수 있을 텐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야시장을 대충 둘러본 후, 저녁을 먹기 위해 골목 시장으로 들어갔다. 골목 한쪽으로 노천 식당이 즐비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지저분한 느낌이지만 음식들은 먹을만해 보였다. 골목 중간쯤 뷔페식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릇 하나에 밥과 반찬을 원하는 대로 담을 수 있는 방식이다.


단백질과 면을 중심으로 음식을 담았는데, 고기처럼 보이는 음식이 고기가 아니라 빵이다. ㅜㅜ 어째 처음부터 가격이 저렴하다고 생각했다. 음식을 먹고 있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나에게 다가와 내 옆에 앉아 나를 쳐다본다. 나는 빵 조각을 잘라 고양이에게 주었더니 엄청 잘 먹는다. 조금씩 주다보니, 1/4은 이놈이 가져가 버렸다.

맨 왼쪽사진의 닭다리 같이 보이는 음식은 빵이다!!


저녁을 먹은 후, 야경을 보기 위해 푸시산에 다시 오르기로 하였다.(지금 생각해보면, 체력을 쥐어 짜낸 듯...) 두 번째 오르는 푸시산은 쉬웠다. 다시 정상에 도착하니, 인도네시아 젊은 친구가 있었다. 그와 인사를 나누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참 유쾌한 젊은 친구라 금방 친해졌다. 푸시산에서 낮에 보는 풍경도 멋지지만 밤에 보는 야경도 다른 느낌이다.



▣ U Bar와 다오파 클럽

푸시산에서 내려와 호텔로 향했다. 옷도 젖었고 잠시 휴식이 필요했다. 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고 루앙프라방 현지 클럽이 궁금하여 검색을 해보니, 걸어서 40분 거리에 다오파 클럽이 있었다. 마침 가는 길목에 가보고 싶었던 U Bar도 있어서 몸을 움직였다. 컨디션도 좋은 편이 아니어서 툭툭이를 타고 싶었는데, 역시나 생각보다 금액을 많이 달란다. 그래서 튼튼한 다리가 있으니 거리 구경도 할 겸 걷기로 하였다. 마침 비도 그쳤다.


늦은 시간이라 거리는 한산하였고 가로등도 별로 없어서 전체적으로 어두웠다. 간간히 불빛이 세어 나오는 식당들과 차량 불빛들만 있어서 약간은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하도 야간에 싸돌아 다닌 경험들이 있어 그리 신경 쓰이지 않았다. 한 30분을 걷고 나니 U Bar가 보였다.


내부는 깔끔하였고 무대 중앙에서는 밴드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자리를 잡자 두명의 종업원이 다가와 서로 다른 맥주를 추천한다. 아마 손님이 선택한 맥주에 따라 인센티브가 있는 모양이다. 혼자라 입구쪽에 적당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들으며, 잠시 쉬었다.


밴드의 수준은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편이다. 가사를 몰라도 노래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주변 테이블을 둘러보니 많은 손님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혼자 온 사람은 나뿐이었다.


손님들은 계속 드나들고 있었고 맥주 한병으로 30분 이상 있자니 미안한 생각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나 다오파 클럽으로 향했다. 클럽은 U Bar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라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걸으면서 느낀 것이지만 걷는 사람이 없고 대부분 오토바이와 차량으로 이동한다. 어쩌면 나처럼 걷는 것이 미련한 짓인지 모른다.


다오파 클럽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의자는 없고 드럼통을 엎어놓은 것 같은 테이블만 있었다. 거의 11시가 되자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내 앞쪽 테이블에 있는 트랜스젠더 같은 느낌의 여자들이 나에게 미소를 날리고 나와 대화를 시도한다. 내가 흥미를 보이지 않자 곧 자기 자리로 돌아가 음악을 즐긴다. 바로 옆에는 나이가 지긋이 들어보이는 동양계 사내들이 젊은 아가씨들과 함께 자리를 잡고 있었다. 뭔가 추하게 느껴졌지만 나와 관계가 없으니 신경을 끊었다.


음악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1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몸도 피곤하여 이제 돌아가야 하는데, 툭툭이를 타고 싶지는 않았다. 클럽에서 나오자 마자 툭툭 기사들이 탈거냐고 묻는다. 얼마냐고 물어보았더니, 아이고.. 말도 안되는 금액을 부른다.(우리나라 택시비 정도)


나는 바가지 쓰는 것을 싫어한다. 그냥 정상적인 가격이나 약간의 금액을 더한 정도면 인정하겠지만 관광객이라 대놓고 높은 금액을 부르니 기분이 별로다. 그냥 걸어간다고 말하니, 금액이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1/3 수준으로 떨어졌다. 타고 갈까도 생각했지만 걸어서 왔는데, 걸어서 못가겠는가?


일단 걷기로하고 혹시 지나가는 툭툭이 있으면 잡아 타기로 했다. 그러나 결국, 호텔까지 긴 시간을 다시 걸어오게 되었다.


호텔에 도착하니.. 아... 호텔이... 정문이 닫혔다.


'왜 숙박업소인데, 문을 잠그는 거야???'


비엔티엔에서도 호텔 문을 닫더니 여기도 이런다. 다행히 울타리는 넘어갈 수 있을 높이라 조심히 넘어갔다. 지금까지 자유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호텔의 담을 넘어보는 건 처음이다. 방에서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넘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탁발 수행을 봐야 하는데, 과연 일어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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