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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커피 그리고 삶 Sep 14. 2019

치앙마이 여행 1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한 것 같다

이번 글에 대한 전제적인 여행(라오스-치앙마이-방콕) 계획과 일정은 이전 글 참고

루앙프라방 2 여행에 관한 글은 이전 글 참고


루앙프라방은 심심한 도시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 달 정도 머물면서 카페에 앉아 쉼의 시간을 가지거나 글이나 쓰면서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계획했던 여행 일정의 절반이 넘어가니 뭔가 마음에 섭섭함과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에 혼자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면, 조용한 도시 한 곳에 머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탁발 수행을 결국 보지 못했다. 어젯밤 침수된 폰에서 두 번째 폰으로 사진을 옮기는 작업이 너무 늦게 끝났다. 아쉽다.... 그래... 하나쯤은 아쉬움을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식 후에 짐을 정리하였다. 오늘은 비행기로 이동하기 때문에 캐리어 짐과 개인 수화물 짐을 분리하고 정리하였다. 체크 아웃을 하고 공항 픽업 서비스를 신청하기 위해 일단 호텔 근처 여행사를 찾아갔다. 툭툭과 벤이 있는데, 툭툭 가격이 조금 쌌다.


툭툭을 예약하고 아직 시간이 남아 어제 둘러보지 못한 왓 씨앙통으로 향했다. 도보로 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데,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서두르면 눈도장이라도 찍고 올 수 있는 시간이었다.


왓 씨앙통에 들러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다른 사원에 비해 규모가 조금 큰 것 이외에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내 마음속에 침수된 폰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서 제대로 관람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 그만 생각하자..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인걸.. 우울함이 지금 이 순간을 방해하는 것은 죄악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여행사로 향했고 곧 툭툭을 타고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아.. 매연.. 공항으로 가는 길은 숨쉬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그야말로 매연으로 가득 차 있다. 벤을 탔어야 했는데, 후회된다. 방비엥에서 버기카를 탈 때, 마셨던 매연은 애교였다. 출발한 지 5분도 안되었는데, 벌써 목이 아프다. 돈 몇 푼 아끼려다 목이 다 망가지게 생겼다. 루앙의 툭툭 기사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공항은 가까운 거리여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공항은 한산하여 바로 티켓팅을 하고 짐 검사를 하는데, 라이터는 금지 물품이란다. ㅜㅜ 라이터를 뺏기고 면세 구역으로 들어가자마자 흡연실을 찾았다. 매점에서 간단하게 먹을 것을 사 먹고 라이터를 빌려 담배 한 대를 피웠다. 감기에 걸려도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면, 아직 덜 아픈가 보다. 면세 구역은 돌아다니려고 했지만 규모도 작고 살만한 것이 없어 곧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 살아나는 아이폰과 처음 타보는 프로펠러 비행기

카페에서 침수된 폰을 만지작 거리며 상태를 살펴보니 다행히 터치 오류가 확실히 줄었다. 사진 촬영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이대로 상태가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폰 체크를 하고 있자니 어느덧 보딩 타임이 다 되어 게이트로 향했다.


게이트 밖에 주차된 셔틀을 타고 비행기에 도착하니, 낯설게 생긴 비행기가 보였다. 설마.. 저 비행기인가? 프로펠러가 달려 있다. 가까운 치앙마이라고 해도 명색이 국제선인데, 제트엔진이 아니라 프로펠러 비행기이다.


이룩하면서 살짝 불안감을 느꼈지만 생각보다 진동이나 소음이 없었다. 10분쯤 지나자 불안함은 사라졌다. 비행시간이 짧아 기내식이 나오는 시간이 빨랐다. 기내식이라 봤자 빵 한 조각과 음료가 전부다. 그래도 항공료가 저렴하니.. 기내식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치앙마이에 거의 도착할 즈음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가 비를 몰고 다니는 느낌이다. 하루라도 비를 안보고 싶었다. 나는 각국 공항에서 웬만하면 공항 택시를 이용하지 않기에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와 공항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공항버스는 출입구에서 나와 공항 왼쪽 끝에 있었다. 마침 R3 빨간색 버스가 있었고 20바트에 님만해민으로 올 수 있었다. 물론 시간은 택시에 비해 꽤 걸리지만 저렴하다.


마야 쇼핑몰 근처에 하차하여 호텔로 걸었다. 호텔이 가격대에 비해 숙소 퀄리티가 높은 것에 매우 만족하였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다.


일단 유심을 구입하기 위해 짐을 정리하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에서 유심을 구매하는데, 종업원이 여권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권이 호텔에 있어 스마트폰에 저장된 여권 사진으로 어렵게 등록할 수 있었다.



▣ 치앙마이 대학교

비가 그치고 이제 첫 번째 일정인 치앙마이 대학으로 가기 위해 마야 쇼핑몰로 걸음을 옮겼다. 마야 쇼핑몰에는 치앙마이 대학을 운행하는 무료 셔틀이 있지만 그 위치를 찾기 쉽지 않았다. 블로그들을 살펴보면, 마야 쇼핑몰 앞이라 하는데, 셔틀이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잘 알지 못했다. 거의 포기하고 생태우를 타고 갈까 생각한 순간 셔틀이 보였다. 아마 운행 시간이 문제였던 것 같다. 진득하게 기다렸어야 했는데, 셔틀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셔틀을 놓쳤던 것이다.


치앙마이 대학의 앙깨우라 불리는 큰 호수를 보고 싶어 여행 전 많은 검색을 하였다. 검색 결과, 중국 관광객들이 대학교 안에서 많은 민폐를 끼쳐 최근에 대학내 관광객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그래서 관광객을 상대로 대학 정문 쪽에 유료 셔틀을 운영하고 정문과 앙깨우 호수 사이를 오고 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한다.


나는 이런 방식의 관람을 절대 원하지 않아 치앙마이 대학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알아보았고 그중에 하나가 무료 셔틀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맨 왼쪽은 무료 셔틀이고 맨 오른쪽은 정문 옆 셔틀 하차 위치임


일단 셔틀에서 내려 앙깨우 호수로 향했다. 교내에도 대학내로만 운행하는 셔틀이 있었으나 대학의 모습을 천천히 감상하고 싶어서 걷기로 하였다. 많은 도로가 있고 많은 차량이 다니는 것이 대학이라는 느낌보다 작은 마을 같은 느낌이다. 앙깨우 호수는 정문에서 걸어가기에 생각보다 거리가 멀었다.


한 30분을 걸어가니 호수가 나타났다. 규모가 꽤 컸으며,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다.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이다. 호수 주변의 둘레가 약 3km 정도였지만 여기까지 왔다가 그냥 가기에 아쉬운 마음에 호수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호수에서 사진을 찍은 사람들, 러닝을 하며 운동하는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호수를 반쯤 돌자 예쁜 다리가 나타났고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참을 돌아 다시 원래 지점으로 도착할 즈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기침이 점점 심해진다. 나의 바램과 달리 완전하게 감기에 걸린 것이다.


한참을 걸어 셔틀이 내렸던 장소로 돌아왔다.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마야몰로 가는 무료 셔틀이 있다고 한다. 학생들 사이에 끼어 셔틀에 탑승하고 20분을 기다리자 셔틀이 출발하였다. 셔틀 뒤쪽으로 대학교 정문이 보였고 왠지모를 뭔가 마음에 뿌듯함을 느꼈다.


마야몰에서 하차를 하고 근처 약국에 들려 감기약을 구입했다. 헉.. 비싸다.. 스프레이처럼 뿌리는 약과 알약이 13,000원 정도 되었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실수는 감기약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다. 13,000원이면, 하루 밥값이다. 호텔로 가는 길목에 있는 적당한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식당 안 테이블에는 자리가 없어서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음식이 나오기 전 따뜻한 차가 제공되었고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음식 가격이 저렴하였지만 종업원들의 친절함이 조금 아쉬웠다.



▣ 타페게이트

저녁을 먹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을 때, 밤마다 술먹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뭔가 아쉬웠다. 몸은 많이 피곤한데, 정신은 멀쩡하다. 올드타운 근처에 노천 바들이 많이 있어 일단 생태우를 타고 타페게이트로 향했다.(요금 30바트) 밤이라 그런지 차량이 없어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타페게이트 주변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조금 둘러보고 노천 바가 많은 거리로 향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마시는데, 바에서 일하는 40대 정도 여자가 다가왔다. 조금 이야기를 나누더니 위스키를 사달라고 한다. 순간 짜증이 밀려온다. 남은 맥주를 얼른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생태우를 타고 숙소 근처로 돌아왔다.(요금 50바트/ 원래 30바트 이상 요구하면 안되지만 20바트 정도면 눈감아준다.)



▣ 인피니티 클럽과 TAWADANG 클럽

호텔 근처에는 인피니티 클럽이 있다. 거리도 가깝고 나름 유명한 곳이라 가보기로 하였다. 10시가 조금 넘었는데, 사람들이 거의 없다. 여기서도 맥주 한 병 시키고 밴드가 공연하는 것을 보았다. 라오스나 치앙마이나 밴드 공연은 생각보다 꽤 괜찮은 수준이다.

코끼리상 바로 옆에 인피니티 클럽과 TAWADANG 클럽이 있다.


혼자 맥주 한 병 마신다고 종업원들이 눈치를 주는 것은 아닌데, 30분 동안 있어봐도 손님들이 별로 오지 않으니 뭔가 뻘쭘했다.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는데, 100m 정도 거리에서 음악소리가 들린다.


호기심에 발길을 향했고 구글 검색을 해보니, TAWADANG 클럽이었다. 현지인 클럽으로 외국 사람은 거의 없었다. 분위기는 우리나라 2000년대 초반 한국관 분위기이다. 연령대도 20대부터 50대 이상 다양하게 있었다. 맥주는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았으나 자리에 앉기 위해 1000CC 정도 맥주를 시켜 놓고 무대 위 공연을 보았다.


다~ 좋은데.. 욱일기가 많이 보인다. 평생 볼 욱일기를 여기서 다 본다.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자니,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한 것 같다. 한국에서 봤던 모습들을 여기서도 똑같이 본다.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작업하고 여자들은 웨이터 손에 이끌려 남자 테이블로 오고 간다. 20대이던 50대이던 사람들에 신나는 음악의 흐름에 내재된 흥들이 여과없이 표출된다.


12시가 넘자 내 몸이 아닌거 같았다. 감기 기운으로 정말 한계에 도달한 듯한 느낌이다. 클럽에서 나와 호텔로 향하는데, 빌어먹을 비가 또 내린다. 지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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