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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커피 그리고 삶 Sep 14. 2019

치앙마이 여행 2

올드타운내 사원들과 설레는 야간열차에서 하룻밤

이번 글에 대한 전제적인 여행(라오스-치앙마이-방콕) 계획과 일정은 이전 글 참고

치앙마이 2 여행에 관한 글은 이전 글 참고


1박 2일이란 시간은 ‘치앙마이’라는 도시에 대해 무엇인가를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에서 치앙마이가 포함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치앙마이 대학과 야간열차 때문이었다.


치앙마이는 분명 방콕과 비교하면, 덜 도시스럽고 무엇인가 살짝 어설프다. 아주 상업적이지도 않고 아주 순박하지도 않다. 관광지 어디에나 있듯이 여기서도 관광객들을 사기를 치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 강도가 비교적 약하고 어설퍼 그냥 눈감아 줄 만하고 길을 찾는데, 자세히 알려주려고 노력하는 학생들, 생태우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동안 운전기사가 옆 사람과 도시락을 나눠 먹는 모습에서 사람들의 순수함과 순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침수된 폰을 켜 보았다. 터치 오류가 거의 없어지고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다행이다. 폰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어젯밤에 먹었던 감기약이 별로 효과가 없었다. 열은 없는데, 계속 기침이 나오는 것이 옆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 것 같았다. 틈틈이 스프레이 약을 뿌려가며, 기침이 가라앉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어제 저녁, 다리 쪽에서 계속 따끔거려 살펴보았더니, 작은 붉은 개미가 내 다리를 물고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아침에 살펴보니, 물린 곳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본 결과, 붉은 개미가 원인 같았다. 작지만 꽤나 독성이 있는 듯했다.

긴바지에 다리쪽이 계속 따끔거려 살펴봤더니, 붉은 개미가.. 다음날 아침에 보니, 이렇게 되었다. ㅜㅜ


비몽사몽한 정신을 바로 잡고 호텔 근처에서 간단하게 먹을 것을 사 와 아침을 해결한 후 체크 아웃을 하였다. 캐리어를 호텔에 맡겨 두고 생태우를 타고 올드타운 타페게이트로 향했다. 타페게이트에서 출발하는 올드타운 이동 경로는 아래와 사진과 같다.



▣ 타페게이트

어젯밤에 왔던 곳이다. 어젯밤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게이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옛 게이트의 모습이 운치 있게 느껴진다. 오늘은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어서 그런지 양산을 쓴 사람들이 보인다. 비가 진절머리나게 느껴짐에도 구름 낀 날이 그리워지는 것을 보니 내 마음도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 왓 판온

왓 판온은 타페게이트에서 체디루앙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사원으로 정원, 사찰, 황금색 탑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올드타운에는 작은 사원들이 많은데, 왓 판온도 그중에 하나이다.


▣ 체디루앙

올드타운에서 꼭 방문해야 하는 사원은 체디루앙, 왓 프라싱, 왓 치앙만이 있는데,  체디루앙은 거대한 탑으로 유명한 곳이다.


정문에서 약간 왼쪽으로 작은 사찰이 있는데, 이 건물은 오직 남자만이 들어갈 수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벽과 천정에 화려한 문양과 그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은 사찰 옆 대법전 입구에는 라오스에서 보았던 나가 조각상을 볼 수 있고 입구 위쪽으로 황금색 복잡한 문양으로 치장되어 있어 화려하게 보인다. 대법전 안은 매우 큐모가 크고 정면에 커다란 입식 불상이 자리잡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그 앞에서 기도하고 있었다.


대법전 뒤쪽으로 거대한 탑이 보인다. 겉보기에도 오래되어 보이는데, 바위 틈새로 자라는 식물들이 마치 정글에서 찾아낸 유적지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그 거대함은 넉을 잃게 만든다.



▣ 왓 통유, 왓 시껏

왓 통유와 왓 시껏은 왓 프라싱으로 가는 길에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사원들로 서로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체디루앙에서 워낙 거대한 탑을 보아서 그런지 특별한 느낌을 가지지 못했다.



▣ 왓 프라싱

체디루앙이 오래된 거대한 탑을 내세울 수 있다면, 왓 프라싱은 황금색 둥근 탑이 특징이다. 입구 앞으로 보이는 사찰에 들어서니, 정면에는 커다란 불상, 왼쪽으로 스님에게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소스라치게 놀란 것은 오른쪽으로 길게 배치된 왁스로 만든 수도승이다. 소름 끼치게 정밀하게 만들어져 진짜 사람이 아닐까 한참을 쳐다보았다.

실제 사람이 아니다


사찰 뒤쪽으로 2개의 황금색 둥근 탑이 보이고 크기만 다르지 탑의 모양이 올드타운내 사원들에서 보았던 양식과 비슷하였다.


탑의 바로 옆에는 작은 사찰이 하나 더 있고 그 안에는 황금색 불상과 특이하게도 푸른색 불상이 있었다. 탑이나 불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서 미리 조사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왓 프라싱을 나와 늦은 점심을 먹고 창푸억 게이트로 향했다.



▣ 삼왕상

창푸억 게이트로 향하는 길목에 커다란 광장이 나타나고 중간 끝부분에 삼왕 동상이 보였다. 세명의 왕이 서로 사이좋게 평화를 합의하는 모습이다. 약간 낯선 점은 왕의 얼굴들이 잘생긴 서양인 같은 느낌이다.



▣ 창푸억 게이트

가끔 구름이 강렬한 햇빛을 가리기는 했지만 후덥지근한 날씨에 창푸억 게이트까지 도보로 이동하기가 힘겨웠다. 곳곳에 시원한 과일 주스를 파는 노점들이 보였지만 감기 기운에 음료를 먹고 잘못될까 봐 미지근한 생수를 마시며 버텼다. 어느덧 창푸억 게이트에 도착했지만 볼 것이 없어 게이트를 지나 왓 치앙만으로 발길을 옮겼다.



▣ 왓 치앙만

왓 치앙만은 치앙마이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둘러보면서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사원들과 마찬가지로 부처님에 관한 벽화를 볼 수 있고 그 내용을 파악하느라 한참을 바라보았다. 사원 뒤쪽으로 코끼리가 받치고 있는 거대한 탑과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작은 건물이 멋지게 느껴졌다. 창푸억 게이트의 실망감을 여기서 보상받는 느낌이다.



▣ 올드타운 카페거리

왓 치앙만에서 타페게이트 쪽으로 오는 좁은 길목에 카페 거리가 있다.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있는데, 작은 골목에 규모가 크거나 아주 예쁜 느낌은 아니다.


그래도 오늘 많이 걸었기 때문에 다리가 아파 커피 한잔 시켜놓고 휴식을 취했다. 시원한 아이스 커피에 기침 증상이 많이 좋아졌다.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큰길로 나갔다. 생태우가 다니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한 5분쯤 지나자 빈 생태우가 지나고 있어 손을 들어 세웠다. 70바트를 달라고 한다. 하기 싫은 협상이 시작된다. 30바트/70바트, 40바트/60바트... 50바트에 낙찰.. 무사히 마야몰에 도착했고 서둘러 호텔로 향했다.



▣ 치앙마이-기차역과 야간열차

호텔에서 짐을 찾고 기차역으로 가기 위해 호텔 근처에 서있는 생태우 기사에게 요금을 물었더니, 500바트를 부른다.


어허~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마음속으로 욕이 나온다. 몸이 안 좋아 200바트까지는 지불하려고 했지만 너무 쌔다. 치앙마이의 생태우는 기본적으로 30바트 이상을 받지 못하게 되어 있다. 거리를 감안하더라도 500바트라니..


그랩(Grab)으로 다시 검색하니, 125바트이다. 잠시 기다리니, 그랩 택시가 도착했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역에서 도착해서 생태우와 비교하니, 차량도 좋고 편안하게 올 수 있어서 팁으로 50바트를 주었다.(동남아는 Grab이 진리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카페라도 들어가 볼까 생각했지만 들어갈만한 곳이 없었다. 벤치에 앉아 편의점에서 사 온 음식들을 간단히 먹었다. 치앙마이-방콕 야간열차는 3개월 전에 예약이 가능하지만 금방 매진된다고 하여 철도청(https://www.thairailwayticket.com/eTSRT/)에서 미리 예약하였다. 요금이 비싸 2등석 아래 칸으로 예약했지만 큰 불편함은 없었다.


기차 시간이 다 되어 플랫폼으로 왔는데, 기차가 겁나게 길다. 한참을 걸어 배정된 객차에 들어가니 거의 외국인들이다. 기차 안은 예상했던 것보다 깔끔했지만 많이 추웠다. 반바지와 티셔츠 한 장으로 도저히 버티기 어려워 입고 있던 반바지 위에 긴 바지를 입고 남방을 걸쳤다.


18시 정시에 기차가 출발하자 금새 배가 고팠다. 기차를 타기 전에 매점에서 먹을 것을 좀 더 사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기차 안에 메뉴판을 들고 다니는 승무원에게 저녁 도시락을 구입했다. 가격이 너무 비쌌지만 내일 아침까지 가야 하므로 든든하게 먹어두기로 하였다.

가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비쌌던 것으로 기억함. 맛도 그다지 좋지 않았음.


열차가 출발한 지 2~3시간이 지난 것 같다. 덩치 큰 승무원이 다가오더니 의자를 접어 침대로 바꾸어 놓고 있었다. 어느새 위아래 침대가 생기고 커튼을 다니 아늑한 나만의 공간이 완성되었다. 창문 밖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기차 소리만이 이 기차가 방콕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전기 콘센트가 있어 배터리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인터넷 상태는 별로라 폰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미리 영화라도 다운로드하여 왔어야 했는데.. 기차는 몇 개의 기차역에 들려 사람들을 태우고 다시 출발하기를 반복했다.


11시가 되었을 무렵, 잠이 들었다. 중간에 깨어나기는 했지만 열차 소리도 귀에 거슬리지 않았고 침대는 생각보다 아늑하여 간만에 기절한 듯 잠이 들어서 기분은 개운하였다.


시간은 새벽 5시가 넘어가고 밖은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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