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 대한 전제적인 여행(라오스-치앙마이-방콕) 계획과 일정은 이전 글 참고
치앙마이 2 여행에 관한 글은 이전 글 참고
방콕은 이번 여정의 마지막 장소로, 이미 지난 겨울에 여행 경험이 있다. 그 당시 체력과 시간문제로 새벽 사원과 짐 톰슨의 집을 방문하지 못해 이번 여행 일정에 포함시켰다.(지난 겨울 방콕 여행에 관한 글)
방콕은 라오스나 치앙마이에 비해 관광 도시적인 느낌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도시이다. 관광에 특화된 지역으로 혼여(혼자 여행)부터 가족 단위 여행까지, 여행 자금에 따라 할 수 있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여행지로 방콕을 많이 추천한다.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오는 기차안...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랫동안 기차를 탔다. 그러나 지루하지도 않았고 여행의 피로를 살포시 감싸주는 듯한 포근함을 느끼며, 기분 좋게 눈을 떴다. 기차 창밖을 보니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종착역이다. 기차는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늦게 7시에 후알람퐁 기차역에 도착하였다.
지난 겨울에 후알람퐁 기차역을 봐서 그런지 오랜만에 만난 사람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플랫폼에서 나와 거울로 내 상태를 보니 어제부터 씻지 못해 머리도 얼굴도 엉망이다. 일단 기차역 안에 짐 보관 센터를 찾아 캐리어를 맡겨두고 샤워실을 찾았다. 샤워실은 대합실 쪽 화장실 옆에 있는데, 청결함과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일단 거지꼴로 다니는 것보다 낫기에 샤워실로 향했다.
샤워실 이용 요금을 지불하고 입장하는데, 이런.. 수건이 없다. 할 수 없이 수건을 비싼 돈을 주고 살 수밖에 없었다. 수건 품질은 별로다.(한국으로 가져와 세탁하는데 얼마나 허술한지 다른 수건까지 푸르스름하게 물들었다.)
샤워실은 여러 사람들이 사용하는 곳이다 보니 지저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샤워를 했지만 뭔가 찝찝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어차피 오후에 호텔로 돌아가 다시 샤워할 생각이라 일단 신경을 끊었다.
기차역 밖에는 툭툭 기사들의 호객 행위가 많았다. 툭툭은 일단 제끼고 택시를 잡았다. 100바트 거리를 미터기를 켜지 않고 미터기와 상관없이 200바트를 달란다.
그래.. 뭐.. 오전 일정을 위해 일단 타고 새벽 사원으로 향했다.
새벽 사원에 도착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사원 근처 로컬 식당으로 들어갔다. 우리나라 선짓국 비슷한 것을 시켰는데, 약간 비릿하고 설명하기 힘든 특유의 맛에 다 먹지 못하고 남길 수밖에 없었다.(가격은 저렴하다.)
▣ 새벽사원
라오스의 사원과 비교하면, 방콕의 사원은 그 규모와 화려함이 남다르다. 입구에 다가갈수록 거대한 탑을 바라보느라 고개가 더 위로 향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탑의 1/3 지점까지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주변 풍경이 시원하게 보인다. 전체적으로 하얀색이지만 가까이 보면, 도자기로 만든 타일이 붙어 있었고 그 타일은 다양한 문양과 색으로 꾸며져 있었다. 곳곳에 현장체험학습을 온 학생들이 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사진으로 사원의 분위기를 남기고 있었다.
사원 주위를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 왕랑 시장을 가기 위해 선착장에서 배편을 기다렸다. 그러나 배편을 기다리는 지루함과 여러 번 갈아타야 하는 코스를 생각하니 20분 정도 걷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기 시작하고 얼마 안 가 후회가 밀려왔다. 그냥 택시 탈걸.. 더위와 매연으로 조금씩 지쳐갈 때, 왓 라캉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왓 라캉
왓 라캉은 사원의 규모는 비교적 크지 않고 새벽사원처럼 하얀색 탑을 가지고 있다. 관광객은 거의 없었고 사원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사원밖에는 거대한 승려 동상이 있었는데,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승려 동상을 뒤로하고 근처에 있는 왕랑 시장으로 향했다.
▣ 왕랑시장과 탐마삿 대학
왕랑시장은 로컬 시장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후덥지근한 날씨와 배고픔에 시장 입구에서 음료를 구입하였다. 찬 기운이 몸의 기운을 끌어내는 것 같았다. 적당한 식당에서 배를 채우고 싶었지만 사람들에게 치어 물 흘러가듯 강제 이동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탐마삿 대학에서 학식을 먹을 생각으로 일단 참고 지나갔다.
시장을 둘러보고 탐마삿 대학으로 가기 위해 Tha Wang Lang(왕랑 선착장)으로 향했다. 요금이 3.5바트(130원)로 거의 무료이다 싶을 정도로 매우 저렴하였다.
탐마삿 대학은 선착장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지난 겨울 카오산 방문시 학식을 먹었던 장소이다. 건물들이 약간 바뀐 느낌이다. 마침 점심 시간이라 예전 학식을 먹었던 곳을 찾았다. 여전히 저렴한 가격이다. 몸이 지쳐서 그런지 입맛이 별로 없다. 여행을 시작하고 한 2kg 정도 살이 빠진 거 같다.
대학의 정문으로 나와 호텔로 가기 위해 훌알람퐁 기차역으로 향했다. 방콕 왕국 근처에서 택시를 잡았는데, 후알람퐁 기차역까지 400바트를 요구한다. 이젠 바가지 씌우는 것에 조금 진절머리가 난다. 택시를 그냥 보내고 그랩을 이용할까 생각하다가 근처 경찰로 보이는 남자에게 버스 타고 가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마침 지나가는 버스가 보였고 경찰이 버스를 세워 주어 30바트인가? 저렴한 요금에 올 수 있었다.
후알람퐁 기차역에서 캐리어를 찾아 MRT를 타고 호텔로 왔다. 지난 겨울 여행에서 묶었던, 같은 호텔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만족했던 곳이다. 그런데 이번에 아고다에서 지난번보다 더 싼 특가로 예약했는데, 방이 너무 실망이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방값이 싸면 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 딸랏 네온 야시장과 빠뚜남 시장
호텔에서 체크인 후, 짐을 정리하고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예전에 가보지 못했던 딸랏 네온 야시장으로 향했다. 야시장의 위치가 BTS 역에서 보았을 때, 많이 걸어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오늘은 왠지 걷기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Chit Lom 역에서 내려 걷기 시작하였다. 한참을 걸으니 방콕을 가로지르는 운하가 나타났다.
운하를 건너 오른쪽으로 20분쯤 걸어가자 야시장이 보였다. 아직 초저녁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야시장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고 시장 중간에 'NEON'이란 글자가 밝게 켜져 있었다. 주로 식당이 위주로 영업이 이루어졌지만 옷이나 기념품 등도 팔고 있었다. 일부러 찾아올 만큼 특별한 야시장은 아닌 것 같다. 방콕에는 이 정도 규모의 야시장이 많다.
시장을 둘러본 후 빠뚜남 시장으로 걸었다. 거리에는 인도의 반 이상 노점이 길게 진을 치고 있었다. 빠뚜남 시장에 도착하였지만 아쉽게도 거의 대부분 문을 닫은 시간이었다. 대신 빠뚜남 시장 근처의 노점들이 많았고 다양한 악세사리들을 팔고 있어 구경을 하면서 다녔다.
몸이 천근만근이다. 차량을 타고 호텔로 가고 싶었지만 불가능하다. 방콕의 교통체증은 악명이 높다. 여기서 택시를 잡아봤자 택시안에서 시간만 보낼 것이 분명했다. 또 방법은 한 20분을 더 걸어서 BTS를 타고 가는 것이다.
한참을 걸어 씨얌 역에 도착했고 쇼핑몰 근처에서 비싼 라멘으로 저녁을 해결한 후, 아속역으로 향했다. 예전에 나나플라자를 가 보았지만 쏘이카우보이는 가보지 못해 그쪽으로 걸었다. 거리를 걷다보면 많은 아고고바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전에 나나플라자에서 아고고바를 들어가 본 경험이 있기에 굳이 들어가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들어가볼까 고민을 하다가 호객행위가 나나플라자에 비해 심한 것 같아 조금 거부감이 들었다.
결국, 길 끝까지 갔다가 근처 로컬 바로 향했다. 맥주 한 병을 시켜놓고 여행 기간 동안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였다. 한 30분 정도 앉아있다가 일어나 호텔로 들어왔다. 그리고 만보기를 켰는데....
미쳤다....
잠시 쉬고 씻으려고 했는데, 그냥 잠들어 버렸다. 방콕에서의 새벽은 이렇게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