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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커피 그리고 삶 Sep 27. 2019

방콕 여행 2

여행을 마치며....

이번 글에 대한 전제적인 여행(라오스-치앙마이-방콕) 계획과 일정은 이전 글 참고

방콕여행 1 여행에 관한 글은 이전 글 참고


이번 편은 여행의 마지막 글로 라오스와 태국 여행에 대한 그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기 형식으로 썼지만 그 느낌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 역시 느낌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영역인 듯하다.


방콕은 카오산 쪽에 문화재와 볼거리들이 몰려있고 BTS 나나역과 아속역 부근에는 밤문화의 화려함을 볼 수 있다. 숙소는 아속역 근처에 잡았다. 이 지역은 BTS와 MRT의 교차 지점이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쉽고 ‘터미널 21’과 같은 쇼핑몰이나 레스토랑이 있어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또한, 나나플라자나 쏘이카우보이 같은 화려한 밤문화가 즐비하다.





아침에 눈을 뜨니 9시가 넘었다.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어 한참을 더 누워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집으로 돌아간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기침 때문에 쉬고 싶었다. 오늘은 쉴까도 생각했지만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 남은 하루 일정을 쉬엄쉬엄 진행하기로 했다.



▣ 짐톰슨의 집

BTS를 타고 Ratchathewi 역에서 내려 운하를 따라 걸었다. 무료 셔틀을 운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걸어가는 시간이나 셔틀을 타고 오는 시간이나 비슷할 것 같아 그냥 걷기로 하였다. 간간히 길게 늘어진 운하 위로 배들이 지나가고 있었고 앞서 어디론가 향하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운하 옆 작은 길을 걷는 것이 나름 운치 있게 느껴졌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그런지 사진을 찍는 것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짐톰슨은 세계 2차 대전 당시 태국에 파병된 미군으로 태국 실크 산업을 이끈 인물이다. 짐톰슨의 집은 태국 전통 양식으로 지어져, 태국의 건축 양식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매표소에 들어서자 서양인 방문객들이 많이 있었다. 비싼 입장료(200바트)를 내고 대기 장소에서 가이드를 기다렸다. 건물 외곽은 개인 관람이 가능하나 내부는 개인 관람이 아닌 그룹으로 관람하게 되어 있다. 배정된 가이드를 기다리는 동안, 실크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시연과 집 주위의 울창한 정원을 둘러보았다. 붉은색으로 칠해진 건물 외곽은 단순하면서도 정원과 잘 어울리면서 깔끔한 느낌을 주었다.


대기 장소에 마련된 책자와 작품들을 살펴보며, 미팅 시간을 기다렸다. 곧 전통 의상을 개량한 유니폼을 입은 약간 통통한 가이드가 그룹 사람들을 모았고, 일단 신발장으로 이동하여 개인 신발을 보관한 후, 가이드를 따라 이동하였다.


매표할 때, 언어를 영어로 선택했는데, 와.. 어렵다... 가이드 발음은 되게 좋은데, 내 영어 실력이 빈약한 바람에 반이나 이해했을까? 영어 회화 공부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다. 그래도 집안에 요강을 두었던 이유와 그날의 기분에 따라 타일 색깔별로 발을 디디는 일화가 기억에 남았다. 사진 촬영은 외부 일부만 가능하고 내부 촬영은 불가능하여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약 30분 정도의 투어와 자유 관람을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계속되는 기침과 엉망이 된 몸을 추스르기 위해 BTS 역 근처 마사지 샵을 찾았다. 아.. 마사지 비용이 비쌌지만 마사지 선택을 잘못하여 썩 만족하지 못했다.


피곤이 몰려온다. 일단 숙소에서 쉬고 싶어 다시 호텔로 향했다. 저녁때가 되었을 때, 여행 경비를 정산해 보니, 생각보다 많이 남았다. 별도의 숙박비를 제외하면 하루 평균 4만원 정도 쓴 것 같다. 라오스 액티비티와 클럽, 각종 입장료 등을 고려하면 참 알뜰하게 썼다.


오늘은 마지막 날이라 근사한 곳에 저녁을 먹고 싶었으나 체력이 바닥이라 터미널 21에서 그나마 비싼 저녁을 먹으며, 조용한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아무 생각 없이 눈을 떴다. 어디를 들렸다 가기에 시간이 애매하여 바로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BTS를 타고 가면서 씨얌역에 내려 커피 한 잔 하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


공항에 도착하고 출국심사를 마친 후, 면세구역을 다녔다. 수완나폼 공항은 두 번째이지만 그 크기가 적응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흡연실이 없다. 면세구역을 둘러보는 것도 귀찮아 넋 놓고 마냥 기다렸다.


비행기는 미끄러지듯 활주로에서 이룩하였다. 비행기가 이룩하는 느낌은 도통 적응이 안된다. 구름 사이로 방콕의 모습이 들어왔다. 하늘에서 보는 방콕의 크기는 생각보다 작았다. 저렇게 작은 도시에 그 많은 사람들이 산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


저가항공이라 이번에도 기내식이 없었지만 별도로 간단한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다. 배고픔과 한국 음식에 대한 그리움에 이끌려 마법에 걸린 듯 음식을 주문하였다.


지루한 비행이 끝날 무렵 비행기는 약간의 착륙 충격과 함께 인천공항 활주로에 진입하였다.


'이룩하는 느낌처럼 착륙하는 느낌은 적응이 안된다.'




▣ 여행을 마치며..

꽤나 몸이 피곤한 여행이었다. 20대 젊은, 체력이 빵빵한 시절, 경험해야 하는 여행 스타일을 40대 중반에 하려니 몸이 고단할 수밖에 없다.(그래서 가족들은 나와 같이 여행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ㅜㅜ)


'호기심과 도전', '선택과 만족감', '틀을 깨고 탈출감을 느끼는 일탈과 자유'..


이번 여행을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그래도 기억에 많이 남는 여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조금은 편하게 다녀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무리 평소 체력 단련을 하더라도 여행 기간의 반을 감기로 골골거린 것을 생각하면, 나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여행을 다녀온 지 두 달 가까이 되지만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다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밀려온다. 아마 한 달 후에는 다시 지도를 보며, 어디로 떠날지 고민하는 모습이 선하다.


틀에 박힌 삶에서 알게 모르게 강요당하는 많은 것들로부터의 탈출.. 나에게 여행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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