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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Sep 22. 2017

서른 살의 고백

책 <문장의 위로> 수정판 중에서

이십 대가 꺾이면 눈앞에 서른이 닥쳐온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방법이 없다. 닥치고 서른이다. 걱정할 건 없다. 조급해할 것도, 속상해할 일도 아니다. 막상 서른이 되면 별거 없다는 걸 깨닫게 되니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서른이라면 왠지 거리감 있는 어른처럼 느껴졌던 선배 혹은 오빠, 형, 언니, 누나가 알고 보면 뱃살(나잇살)만 나온 이들이었을 뿐, 이십 대 중반과 ‘생각보다’ 큰 차이는 안 난다. 이제 곧 서른인데, 아직 어린 것만 같은 자신이 부끄럽다거나, 서른이 두렵다거나 하며 그리 겁먹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카카오프렌즈(홍대)

서른이란 건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결국 살아내야 하는 이전의 시간과 똑같다. 최승자 시인 말마따나 벼랑 끝에서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찾아온 서른 살이다. 이 말을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회적 알람은 울려대는데, 나는 꿈만 꾸고 있는 형국이다. 세상을 조금 알 것 같은데, 마냥 철들고 싶진 않다.      


누군가 서른 이후에는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고 하는데, 정말이다. 우사인 볼트가 부럽지 않은 속도다. 새로움이 없어서일까? 반복되는 패턴 때문에? 타고난 게으름?

무엇이 똑같은 시간을 이리도 부질없게 만드는가. 이런저런 생각은 깊어지는데 세상은 정답만을 요구한다. 정답이 있는 집단에서 우위를 점하는 자에게 주목한다. 비판하며 왜? 라는 물음표에는 귀 기울이지 않을 뿐 아니라, 외면한다. 나는 시선에 타협해야만 한다.     

소니엔젤테라스(홍대)

이미 나는 서른을 넘겼지만 어렸을 적부터 하루빨리 서른을 넘기고 싶었다. 서른이 마냥 부러웠다. 책임은 수반되지만, 그만큼의 자유가 주어진다고 생각했으니까. 서른이 된 후로는 나를 얽매이는 것들로부터 해방감을 맞이했다. 하고 싶은 만큼 나를 던지며 살아간다. 그러나 딱 하나, ‘돈’에는 늘 얽매여 있다.     

소니엔젤 옆 조수석에 앉은 책이 <문장의 위로>

세상에서 서른이라는 나이에 제약을 가하는 것은 그럭저럭 받아들이게 된다. 되돌릴 수 없는 것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건 안 그래도 빨리 흘러가는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른 이전에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후회 하거나 서른이라서 어려운 일에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서른을 넘기고 부터는 무얼 해야 할지 생각하기보다 그저 하고 싶은 걸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ADER(홍대)

세상은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하라는 말, ‘잘하는 걸 해야지, 하고 싶은 걸 하지 말고.’ 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해댄다. ‘잘하는 걸로 돈을 벌어서 좋아하는 걸 하라’는 말도 그렇다. 좋아하는 걸 하다 보면 잘하게 되는 거지. 그 말을 들어야 하는 건 불행하게도 ‘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른이 되어 가장 큰 걸림돌인 이 ‘돈’은 별것도 없는 서른 살을 뭔가 ‘있어 보이게’ 했던 유일한 요소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전주 청년몰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는 표어가 떠오른다. 우리는 누구도 적당함을 알 수 없다. 부대끼며 사는 우리에게 적당함이란 불가능에 가까운 개념이다. 그래도 ‘적당히’에 가깝게 최선을 다하며 살려 한다. 그렇다면 ‘아주 잘 산다’는 건 무엇일까? 내가 행복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사는 것. 내 서른 이후의 삶이 이렇게 흘러가길 간절히 바란다.


http://pf.kakao.com/_abh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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