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의 것은 대개 독성이 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본성에 기인한다. 나는 인간 역시 독성을 타고난다는데 한 표를 던지고 싶다. 그 독성이 나를 보호해야 할 극단적인 순간에 자신에게 드러날 뿐이라고.
나는 모든 사람의 성악설을 믿지 않는다. 처음부터 악으로 태어난 이들이 극소수 있지만, 대부분 그저 독성을 품고만 있고 그 사실을 어느 시점에 깨닫는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 독을 품는 건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악을 행하는 건 타인을 해하기 위해서라는 말이다. 독이 곧 악은 아니다.
독하게 산다는 건 무엇인가. 나를 약한 상태인 채로 두지 않을 타고난 본성을 깨우는 최후의 보루이다. 누군가 독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 유일한 해독은 ‘사랑’뿐이리라. 사회의 시스템과 함께, 우리 개인들이 그를 감싸줘야 한다.
독을 악의 없이 품고 있는 이들은 그 독이 옮겨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기에, 좀처럼 상대가 내민 손을 뿌리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선택할 건 하나다. 혼자 살 것인가? 함께 살아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