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독서란..?
소설도 좋지만, 난 아무데나 펼쳐서 읽을 수 있는 산문집을 더 선호한다. 책을 무심코 집어 읽기에 부담이 덜한데다, 내 독서법상 한 줄 한 페이지를 보아도 작가 입장에서 관찰하고 사색하기에 얻는 것도 많다.
‘신문에 연재된 짤막한 글’만 엮은 책을 읽거나 아니면 강연록 혹은 인문서적을 읽거나 소설 단편집 읽는 걸 우선 순으로 택한다. 웃긴 건 완독은 똑같이 쉽지 않다는 점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읽으면 쓰고 싶기 때문이다. 아니 이미 책을 엎어 놓고 글을 쓰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독서는 순전히 읽는 시간에만 국한되는 법이 없다. 속절없이 써야만 한다. 쓰게 된다. 직성이 풀리는 그것까지가 내 독서 영역에 속한다. 욕망에는 재욕(財欲) ·성욕(性欲) ·식욕(食欲) ·명예욕(名譽欲) ·수면욕(睡眠欲)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아무래도 작문욕(作文欲)과 강사욕(講師欲)이 깊이 내재돼 있나 보다. 일상에서 독서에만 집중하지 못하고 이 두 욕망이 통제할 수 없도록 차오른다.
나에게있어 온전한 독서는 ‘내가 글을 쓰고 있도록 하는 좋은 책을 만나는’ 책운명까지를 일컫는다.(여기에서 ‘쓴다’는 ‘글쓰기’뿐 아니라, ‘활용하다’는 뜻도 있다) 그럴 땐 나도 모르게 그 작가의 감성이나 문체를 따라하게 된다. 베끼는 쪽보다는 훔치는 쪽에 가깝고, 그 주체는 의식 보다는 무의식에 가깝다.
이런 의미에서 독서는 시간을 버는 일이다. 시간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새롭게 재창출해낸다. 시계가 돌아간다고 해서 시간이 날아가 버리는 게 아니란 걸 독서를 하면서 느낀다. 차원을 넘어간 듯 새로운 시간을 사는 것이다. 나는 지금 시간을 벌고 있다. 언젠가는 이 시간이 누적 마일리지가 되어 월세도 낼 수 있으리라 하는 현실적 고민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