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기본 이해(이동영 작가 - 글 잘 쓰는 방법)
1. 글 vs 배설
댓글도 글이다.
그런데 속되게 표현해서 '생각 없이 싸지르는' 댓글들이 너무 많다. 그건 내가 보기에 글이 아니라, 배설이다. 꼭 한마디 달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으로만 볼 게 아니란 소리다. 마치 장트러블, 과민성 대장증후군 같은 불가피한 트러블 증상이다. 치료가 필요하고 예방이 필요해 보인다.
요즘 포털에 달린 댓글창을 보면 대안 없이 비난만 주야장천 한다. 팩트나 근거 없이 욕설만 한다. 상식에 맞지 않고 논리도 궤변에 가깝다. 문학적 카타르시스 차원에서의 배설이란 단순히 오물을 싸지르는 게 아니라, 정화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정화를 하더라도 온전한 정신이 담겨야 한다. 배설만 남기면 냄새만 남길뿐이다.
표현의 자유란 명목으로 의미 없는 감정배설을 반복한다면 그에게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희망은 없다. 공유한 글은 독자들의 무의식 이전에 반드시 본인의 정신에 남는다. 더욱 가치 있는 글을 공유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2. 기록 vs 낙서
얼레리 꼴레리, 쎅쓰♂♀, 김아무개 바보
이건 기록이 아니라, 낙서이다.
널리 퍼뜨리기에 의미도 없고 철학도 없다. 그럴만한 가치가 전혀 없다는 소리다.
기록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후일에 남길 목적의 사실'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것이 남길만한 가치와 목적성에 부합한 글인지, 사실인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3. 말 vs 소음
예수천국 불신지옥
예수를 믿으라면서 번화가 한복판이나 복잡한 지하철에서 성경구절을 읊고 불신지옥을 외치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껜 참 안타깝지만 그걸 듣고서 '아, 맞아. 이제부터 절실히 예수 믿고 천국 가야겠다'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제 그걸로 인한 전도율을 조사해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제로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4천만 명이 들었다고 했을 때 0.1%의 확률도 안 되리라 나는 확신한다. 그럼 아무리 좋게 보아도 '유의미'하지가 않은 액션이다.
그건 메시지(말)가 아니라, 소음이기 때문이다.
술에 취한 채 말을 무한 반복하는 것도 비슷하다. 아무리 좋은 말로 떠들어대도 그건 말이 아니라, 소음이 된다. 메시지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면서 그 안에 담는 나름의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 있는 말을 말한다. 그것이 안 되면 모두 소음이다. 요즘 인터넷과 SNS 타임라인에는 소음이 너무 많다.
4. 소통 vs 혼잣말
일반 시민들을 앉혀놓고 전문용어를 남발하는 전문가 연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지금 뭐 하자는 건가?
그걸 글로 옮겨 놓아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의사가 환자 시트를 작성할 때 흘림체로 알아들을 수 없는 걸 써놓아서 당최 내가 어떤 처방을 받는지 알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알 필요도 없고 그냥 나를 믿어라-인 거다. 그래, 전문가를 믿는 건 좋은데 그게 악용되면 투명하지 못하지 않나. 나는 의사를 믿는다-라고 차마 자신하진 못하겠다.
소통을 하고 싶다면 청자나 독자가 있어야 한다. 소통이란 말 그대로 '트여서 통해야'한다. 한쪽이 막혀있다면 소통이 아니다. 트이면 왕래가 가능하다. 길이 나는 것이다. 혼잣말에는 길이 없다.
5. 표현 vs 일기
작품이란 무엇인가?
어떤 도구를 활용해 은유적으로든 직설적으로든 드러내어 표현하고 예술적 승화가 되어 창작자의 정신이 깃든 것을 우리는 '예술 작품'이라 한다. 공감의 여지도 없고 인사이트도 없는 글은 혼자 끄적이고 혼자 보면 된다. 4번과 비슷하다. 일기도 공유할만한 가치가 있으려면 역사적인 기록이 되거나 특유의 사유로 통찰의 여지를 주면 된다.
많은 분들께서 짧은 글이 유행하는 인스타그램 감성 글귀를 쓴다. 짧은 글쓰기에는 오해가 있다. 표현에 위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달하는 메시지가 사회적 가치를 지닌 것도 아니고, 개인의 주장이 새로운 지평을 넓히는 것도 아니라면 제발 글쓰기를 정식으로 배우거나, 독학하며 자기 노트에 먼저 쓰고 객관적으로 자평해보았으면 한다.
단장을 쓸 때 아포리즘이 되는 글과 자기 감정에 심취하여 혼잣말만 나열하는 것은 다르다.
글을 쓰고자 했던 바의 본질이 맞는지, 그 본질이 문장에 정확하게 담겼는지, 독자에게 와 닿는 공감이나 통찰의 여지를 주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꾸준히 쓰면 어쩌다 하나 둘 얻어걸리는데, 그러니까 먼저 자평 후에 올리면 더 좋지 않겠는가.
부디 일기는 일기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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