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를 생각하다
달걀을 삶을 때 소금이나 식초를 약간 넣으면 아무리 펄펄 끓는 물이라도 달걀이 깨지지 않는다. 달걀 껍질에는 무수한 구멍들이 송송송 뚫려있는데, 그 소금이나 식초의 성분이 우리 눈엔 보이지 않는 막을 형성하기 때문이란다.
차가운 물에 담갔다가 달걀껍질을 제거할 때도 그렇다. 껍질과 알 사이에 생긴 보이지 않는 수분층 덕분에 한 번에 잘 까서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일은 이런 '보이지 않는 막을 형성하는 일'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당장 어떤 책을 읽지 않아도 경험으로 깨우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대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다.
하지만 독서력은 어떤 보이지 않는 막을 형성해서 내가 허물을 벗고 거듭나려 할 때 고통을 반감시켜준다. 부서지거나 깨지지 않고 최대한 깔끔하게 나의 진가를 드러내도록 도와준다.
비빔면에 넣어 먹기 위해 달걀을 삶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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