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영 글쓰기 Jul 20. 2018

당신은 마음이 예쁜 사람인가요?

자연히 상대가 느끼면 그만이다

신림역 2번 출구쪽

예전엔 그랬다. 마음만 예쁘면 다 되는 거라고.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마음 예쁜 사람은 곧 만만한 사람으로 찍히기 딱 좋았다. 꾸미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훌쩍 커버린 나에게 이제 가당치도 않은 말이 됐다.


애석하게도 인간은 기본적으로 겉모습을 보고 1차 정보를 흡수한다. 그것의 정확성 여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게 모든 동물이 1차적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최선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진화 심리로 본다면 본능적인 피아식별을 위해 최대한 빨리 겉모습에서 짐작하는 것이리라.


이때 뇌에서는 온갖 데이터를 활용해 그것을 분석한다. 불완전한 편견이 한꺼번에 입력되는 순간이다. 2차적으로는 공감대를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 편견에 합당해야만 하는 또 다른 편견을 주입할 것이다. 인간에게 인간을 판단하는 일은 끝이 없다. 뻔한 말이지만, 너는 내가 아니고 나도 네가 아니기에 그렇다.


가끔은 이 분석 과정에서 긴가민가 흔들리기도 하고 올바른 정보를 무시하기도 한다. 이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이 '편견이라는 정보'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일이다. 자칫 기술 없이 확인이 들어가면 상대방은 기분 나빠하고 갈등이 생기기 쉽다. 기술은 최소한의 에티켓을 지키는 일이면 된다. 겉모습 스캔을 마치면 우리는 슬슬 시간을 두고 정서적 교감과 최소한의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를 오픈하려 한다. 이른바 '라포 형성'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런데 결국 감정적 판단을 절제하고 이성적 사고가 발현되기 시작하면 마음이 예쁜 사람인가 보다는 나에게 이익이 될만한 사람인가의 기준에 그만 더 끌리고 만다. 그러한 인간들과 부대끼는 삶이 사회화된 인간의 숙명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질문을 하나 던져본다.

겉보기에 잘 꾸민 사람을 보면 인간은 마음도 예쁠 거라는 생각을 할까? 합리적 의심의 과정 없이 우린 잘 꾸며진 상대에게서 '배울 점'을 찾으려 한다. 반대로 겉보기에 초라한 사람을 보면 무능력(?) 하니 '착하기라도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인간은 1차적 판단에 있어 의외로 이성적이지 못하다. 이런 감정적 편견에 사로잡혀 사람을 분별할 줄 모르고 무작정 신뢰를 주다 뒤통수 맞기도 한다. 생각보다 좋은 사람인데 인연이 더 닿지 않은 채 흐지부지 결별하는 사례도 많다.


살면서 겪어온 인간 군상의 자동화 데이터로 내 앞에 놓인 상대를 판별한다. 현재 상황이나 구조적인 면을 고려하기보다 겉모습의 정보가 취약한 개인으로만 평가하는 것이다.

이제 이 글의 결론이다.
사람이 사람을 볼 땐 미소로 꾸며진, 정갈한 패션으로 꾸며진, 똑 부러진 말 센스로 꾸며진 편을 더 선호한다. 그전까지 마음이 예쁜지 아닌지는 알 길도 없으며 관심도 없다. 게다가 사람은 단 번에 겉모습으로만 마음이 예쁜지 여부를 정확히 알 수도 없지 않은가. 알 수 있다고 해도 마음이 예쁜 것을 애써 드러내려 할 필요는 없다. 자연히 상대가 느끼면 그만이다.

못생긴 사람은 또 어떤가. 꾸밀 필요는 있겠지만, 그것이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꾸밈으로 100%가 되는 건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못생긴 사람에게 퍼스낼리티를 상징하는 겉모습이 필요한 건 당연하지만, 자존감의 기본은 결핍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못생긴 사람이 못생긴 걸 알고 '이게 나야' 하면 그것보다 멋진 게 또 없더라.


세상엔 '못생긴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 '꾸미지 않아서' 란 이 광고 카피와는 난 조금 생각이 다르다. 못생긴 사람은 꾸밈이 필요한 게 아니라, '기운'이 필요한 법이다. 특유의 아우라가 필요하다. 못생긴 사람은 겉과 다른 능력치, 즉 반전을 보여주는 순간 오히려 소름 끼치는 아우라를 발산한다.


누군가 겉모습을 보고 나를 판단한다면 나 역시 겉모습으로 그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내가 인정하는 결핍을 보여주며 상대가 인정하는 결핍을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럼 내 반전 매력에 이내 반하는 상대를 보게 될 것이다.


꽁꽁 숨기는 사람이 자존감 낮은 사람보다 더 피해야 할 사람이다. 자존감이 낮은데 꽁꽁 숨기기까지 한다면 최악이다. 좀 더 과감히 드러내자. 겉모습만으로 판단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날 만만하게 보는 사람에게 나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도 내 고유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인간은 가능한 피하는 게 상책이다.


수강신청 1:1 링크
http://pf.kakao.com/_abhVd


매거진의 이전글 달걀을 삶으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