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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Dec 18. 2018

앞으로 뭐 하고 살지? 진로 고민 중인 당신에게

10대 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20대와 30대의 진로상담이 필요하다

10대에게 진로는 '학업'이다. 고등학교 진학부터 시작하는 학생들도 있고, 대개는 대학 진로의 문제를 안고 있다. 20대에게 진로는 '취업'이다. 겨우 겨우 쌓은 스펙을 가지고 괜찮은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진로 고민의 핵심이다. 30대에게 진로는 소주다.. 가 아니라, '직업'이다. 직장인이 아니라, '직업인'이 되어 먹고사니즘을 해결해야 하는 진로 고민이 있다.


어쩌다 어른이 아닌
'어쩌다 이런'이 되어 버린
프로 진로고민러들에게



10대는 어차피 수시와 정시 말고는 진로 고민의 답이 20대로 넘어간다. 이 글은 20대와 30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썼다.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네 잘못이 아니야'


영화 굿 윌 헌팅 中

영화 굿 윌 헌팅의 명대사다.

전제가 있다. 이 말이 남 탓이나 환경 탓으로 합리화하라는 건 아니다. 내가 처한 현실을 객관화하는 과정에서 내 문제에만 매몰되지 않겠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쩌다 이런! 이 되어 버린 것은 비단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어찌 학교 공부, 국가고시만 잘 봐서 성공해야 하는 사회가 살기 괜찮은 사회인가? 예술형 인간은 어찌하며 체육형 인간은 어찌하나. 방랑형 인간이나 모험형 인간은 어찌하는가 말이다.


다양한 도전이 허용되고, 실패하더라도 재도전이 두렵지 않은 사회 구조가 확립되어야 한다. 시스템이 정책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치참여와 선거는 그래서 중요하다) 자본가들은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처럼 미래를 위해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그런 사회에 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네 잘못이 아니다'는 스치는 위로의 문장이 아니라, 스미는 현실의 문장이다.

그렇다고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기성세대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도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기회를 만들고 구조를 바꾸는 선례의 세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고 호기롭게 말해봤자 당장 내 먹고사니즘이 어려운데 그런 건 꿈도 못 꾼다.


그저 중고등학교 진로교육 강연에서 '작가가 되세요'라고 말하고 다니는 뻔뻔한 필자가 몇 마디 나누려 한다.


참고로 필자는 진로 멘토링 강의에서 이렇게 말하고 다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가 좋아하는 직업인이 되는 것보다 돈 버는 직장인이 되는 건 당연해요. 다 그렇게 살아요. 하지만 저는 글 쓰는 게 행복해서, 돈을 소수만 많이 버는 직업인 걸 알면서도 작가를 선택한 거고, 이 행복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해서 글쓰기 강의를 하는 거예요. 또 저는 이 강의로 의미있게 생업을 이어가고요.


여러분이 모두 글 쓰는 사람이 되길 바라지만, 글만 쓸 필요는 없어요. 자기 분야에서 돈 벌면서 글도 쓸 수 있으면 쓰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모두 다 전업작가가 될 필요는 없으니까요. 다만 이런 직업도 있다, 이런 직업인도 있다, 정도로 이해하길 바라는 거고요.


여러분도 여기 서 있는 저처럼 부디 여러분이 설레는 삶을 좇아가세요. 근데, 실력으로든 운으로든 노력으로든 정당한 범위 내에서 돈은 가능한 많이 벌어야 해요. 그래야 내가 선택한 환경을 책임지고 감당하면서 좋아하는 걸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거든요"



인생에 있어 돈이 중심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에 돈이 너무 밀리면 곤란하다는 나름의 현실적 조언이었다. 진짜 '부자'는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도 삶을 누리는 상태,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를 말한다.


다음은 진로 고민을 하는 20대~30대 초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2030이 진로 고민에 대처하는 세 가지 자세'랄까.


1. 반드시 전공을 살리지 않아도 돼

- 전공을 살린다는 말은 학교의 코스를 그대로 밟겠다는 말과 같다.

갑자기 퀴-즈, 다음 인물은 누구일까요?


1999년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2004년 스웨덴 왕립 공과대학 (KTH) 대학원에서 재료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2008년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학교 (EPFL)에서 생명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2007년에는 스위스 화학회 '폴리머 사이언스(고분자 과학) 부문' 최우수 논문 발표상을 수상하였고, 논문을 통해 발표한 '일산화질소 전달체용 미셀(Micelles for Delivery of Nitric Oxide)'이라는 의료용 물질은 미국 약품 특허를 취득하기도 한 공학자 출신 대한민국 8집 가수.


루시드 폴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27233


"음악을 하겠다는 결정은 쉽게 했습니다. 문제 자체가 가벼워서 쉬웠다는 것은 아니고 답이 확실했기 때문입니다." - 루시드 폴



그는 유희열이 대표로 있는 안테나 뮤직에 소속되어 있는 무려 8집 가수이다.

대표곡으로 '보이나요?'등이 있다.


JYP 박진영은 지질학과 정치학을 공부했고, SM 이수만은 컴퓨터공학을 공부했다. 사업가 백주부(요리연구가) 백종원은 사회복지학도 출신이다.

"법 공부하기 딱 좋은 날씨네".. 배우 박성웅은 법학을 전공해 사법고시를 준비하기도 했다.


음악이나 요식업, 연기는 잘 되면 몰라도 안 되면 쫄쫄 굶는 신세를 면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들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연예인들의 예시를 드는 이유는 실제 드러난 이력과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고, 우리가 동기부여를 받기에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영어 점수, 자격증, 대외활동, 이젠 남들 다 있는 스펙은 더 이상 특출 난 스펙이 아니다. 스펙에 얽매이지 말고 내 길을 가자. 불안해하기 전에 하고 싶은 분야에 홀딱 미치면 된다. 죽음을 떠올려 보면 안다. 내가 일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를. 기왕이면 내가 '선택한 일'로 생을 채우는 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2. 나만의 '공유할 만한' 콘텐츠를 쌓아 가.

과거의 어떤 경험도 버릴 경험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경험은 도움이 된다.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해도 전공 공부를 했던 시간이 통째로 날아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지점이다.


'남기는 삶'


남기는 삶은 미련한 삶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미련 없이 눈 감는 순간에 다 놓고 갈 수 있도록 하는 생의 몸부림이자, 공유와 망각을 위한 정리 행위이다. 나의 직간접 경험, 나의 이야기, 내가 축적한 지식과 자료를 콘텐츠화해서 남기는 작업을 해보자.


독서, 강연(수강) 등을 휘발성으로 흘리지 말고 기록하는 거다.

오늘 내게 일어난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기록하는 거다.

지인들과 나눈 대화의 기록도 좋고, 내가 습득한 지식이나 연구한 과정과 결 등의 팩트를 점검한 후 공유해보는 것도 권장한다.


이것은 '나만의 콘텐츠'가 되어 나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한다. 아니 나뿐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남긴다는 것은 순간을 위함이 아니라, 다음을 위함이다. 정리를 해야 언제든 활용할 수 있고, 언제든 버릴 수도 있으며, 미련 없이 비울 수도 있다. 생산성,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는 '정리해서 남기고' '활용해서 나누며, 조금씩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바꿔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나만의 '공유할 만한 콘텐츠'를 쌓아가고 싶다면 그것에 열의 있는 이들의 질문과 여러 사람들의 피드백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모르는 걸 굳이 아는 척 있는 척 말고, 내가 모르는 것, 내게 없는 것은 질문하고 사색하고 공부해서 보충하면 되고, 필요하면 집단지성을 최대한 활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브런치나 블로그와 같은 플랫폼에 꾸준히 연재하는 것도 아주 좋겠다.


3. 벤치마킹을 넘어 퓨처마킹으로 미래를 읽어 봐.

벤치마킹이 기존의 잘 된 것을 훔치는 일에 가깝다면, 퓨처마킹은 미래에 당연해질 것을 선점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직업이란, 현재의 직업목록표에 있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내가 새로 만들 수도 있고, 기존의 것에서 조금 아이디어를 추가해서 변형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퓨처마킹을 하기 위해선 나의 과거와 현재와 함께, 시대와 대중이 선택한 흐름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SWOT 분석을 통해 내가 잘할 수 있는 유형의 일을 찾아보고,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일은 무엇일지 탐색해보자. 신생 사업군은 무엇이 등장할 것이며, 아예 사라질 직업은 무엇일까?

블루오션이라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가까운 미래의 분석 결과, 나는 어떤 위치에 있을 것인가?


내 삶에서 제거해야 하는 부분과 줄여야 하는 부분을 성찰해보고, 시대에서 요구하는 것과 불필요한 것을 탐구해보는 거다. 이러한 퓨처마킹을 하고자 한다면 이미 참고할 좋은 책과 좋은 강연들은 넘쳐난다. 내가 꽂힐 분야가 무엇인지만 분명히 한다면 추상적으로만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기에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법이 없으나 기획은 해야 한다. 기획은 노력이다. 그 기획 속에 철학이 있고 목표가 있고 세부 계획과 연출이 들어 있다. 내 입장만 있는 건 기획이 아니다. 타자를 생각해야 하기에 숭고한 작업이다.
잘 해온 사람들의 선례를 베껴 보며 응용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최초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과 다소 늦게 시작해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은  언제든 새로운 도전으로써 잃지 않았으면 한다.


이동영 작가 강연문의: Lhh20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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