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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May 11. 2020

작가님은 목표가 뭐예요?

기업의 간부급인 분과 일대일 글쓰기 교육을 꽤 오랫동안 진행하고 있다. 강사-수강생의 관계로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공고해진 요즘이다. 그 덕에 이제는 단순히 글쓰기 교육을 넘어서 인문적인 대화가 오간다. 그분은 기업 간부급 인재로서 내게 많은 걸 가르쳐주는 셈이다. 내가 돈을 받는 강사로서 수강생에게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그야말로 행운이다. 그럴수록 나 역시 내가 아는 건 최대한 전달하고, 내 한계를 넘어서 공부를 더 해서라도 전달하려 노력한다. 교육에 시너지가 나는 것이다.


어제 그분과 일대일 교육이 있었다. 교육이 끝나갈 무렵, 내게 이런 질문을 던져주었다.


작가님은 목표가 뭐예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평소 생각해둔 답변을 했다.

저는... '매일 글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오늘 문득 샤워를 하면서 이 대화가 떠올랐다. 어제 내가 너무 바보 같은 대답을 한 건가? 하고 스스로 물어보았다. 기업의 간부라면 본능적으로 돈 계산에 빠른 직업적 특성이 있. 그의 언어로 '수치'를 적절히 들어서 말하거나 미래 예상되는 커리어를 말하면 더 좋았을 텐데.

괜한 부끄러움에 찬물을 한참 맞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분이 내가 한 말을 충분히 알아들었을 거야' 하고 짐작했던 건 그다음 이어졌던 나의 멘트가 떠른 덕분이었다.


"매일 글을 쓴다는 건요. 생각보다 더 인간적이고, 오롯해야만 가능한 행위이거든요. 가장 먼저, 정신 상태가 온전해야 하고요. 나에게 먼저 솔직해져야 하고요.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하고요.(그래서 강의와 SNS도 생계와 홍보 목적으로 꾸준히 하는 거고요.) 이런 제 루틴이 깨지지 않아야 까요.

제가 글을 쓰면 발현되는 영향력이 매일 저에게 성취감(자기 효능감)과 존재감, 자존감 등을 느끼게 해요. 궁극적으론 살아있음을, 꽤 괜찮게 살고 있음을 느끼는 거죠. 계속 살아가게 하는 힘(동력)이기도 하고요. 만약 매일 글을 쓰는 것이 멈춰진 날이 온다면 그땐 저에게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걸 거예요. 저는 그 문제가 없는 일상(혹은 회복이 빠른 일상)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이유로 누가 물어보더라도 저는 매일 글 쓰는 일상을 저의 가장 큰 목표라고 대답하고 있어요."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나의 답변에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보통은 '목표'에 대해 물으면 다른 대답이 나왔을 것이다. 강남에 빌딩을 산다거나 귀촌을 하여 한적한 곳에서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산다거나 교육사업으로 성공한다거나 책을 몇 권 더 내어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리는 작가가 된다거나 등등..


매일 무언가를 지속하는 것, 그것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지속하는 것이 목표가 무어냐는 질문에 즉답이라니. 솔직히 모르겠다. 지금의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또 언제 이 마음이 변할지는. 중요한 건 10년은 넘게 이 목표를 매일 성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목표'라고 말했지만 나에겐 '꿈'이란 말과 같은 의미이다. 계획이 아니라, '꿈'으로서의 목표 말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작가'나 '글쓰기 강사'가 아니라 할지라도, 한 인간으로서 남은 인생을 바쳐 매일 글을 쓸 수 있다면 나는 만족한다. 그리고 그 글은 자기만족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고, 그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먼지를 일으킨 값을 지불하는 끝없는 가치 노동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돈'은 따라오는 보상이고, '자연'은 모든 영감의 원천이며, '사람'은 신의 메신저다. 모두 소중하다. 돈에 대한 욕심도 있고 자연에 대한 정복심도 있고, 사람에 대한 미움도 있지만 난 그 모든 걸 사랑하는 방향만은 잊지 않으려 한다. 이는 절제심(자기 통제)에 기반한다. 그게 내가 매일 글을 쓰는 행위로 수렴되기에 더 소중하다.


누군가 나를 인정해주길 바라기보다 나 스스로 내 가치를 인정했을 때, 무언가를 놓지 않으려는 마음보다 비우고 다시 채우는 순리를 수용했을 때, 난 매일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 멈추지 않을 수 있다. 이상에 머무르지 않고 이야기 들려줄 수 있다.


그래, 나의 답변은 결코 바보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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