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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May 13. 2020

당신이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

움직여라, 삶은 움직임에 달려있다.

여기서 '당신'은 저를 포함합니다.
담양 죽녹원 | 사진 이동영


얼마 전, 거의 백만 년 만에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담양 죽녹원을 가던 길이었는데요. 마침 도장 파는 트럭이 있더라고요. 어머니가 먼저 제안했습니다.

우리 여기서 다 같이 도장 만들까?


저는 인감도장도 2007년 개명 이후에 없던 터라, 이번 기회에 딱 좋겠다 싶었습니다. 곧 새로운 일도 시작하면 필요할 듯해서요. 막도장도 파고요.


트럭에는 '저렴하고 빠른데 예쁘기까지 한 도장' 만드는 사장님으 TV에 여러 번 출연한 사진도 붙어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척 봐도 입담 꽤나 좋았습니다. 한참 막도장 파는 손님 꺼를 보다가 차례가 되자 어머니는 순간 우려되었나 봅니다.


"우리 아들 인감도장은 위조되면 안 되는데, 손으로 파시는 게 아니니까 어떻게, 알아서 잘해주시지요?"


아버지 역시 손으로 파는 게 아니라서 좀 '거시기'하다는 말씀으로 어머니 의견에 보태셨지요. 지금까지는 손으로 하는 데에서만 맡겨보셨는데 여기처럼 기계로만 몇 분 내에 휘리릭 하는 건 처음이어서 조심스러웠나 봅니다.


그러자 입담 좋은 도장 트럭 사장님은 컴퓨터 화면을 보라면서 쉭쉭 마우스로 마법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자, 이제 잘 보시어요잉

 

뽀샵(?)으로 도장에 찍힐 이름(글자)을 확대해 다듬고 지우고 덧해가며 순식간에 세상에서 하나뿐인 도장을 만든 거죠.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것 하며 실제 사장님의 실력(도장 만드는 기술)을 보니 믿음이 갔습니다. 이름 적고 서체만 결정하면 나머지는 다 알아서 해줄 테니 걱정 마라는 말에 안심했지요. 럭에 붙은 판을 보니 대추나무로 만든 도장인데, 죽녹원 앞이라 대나무 모양으로 되어 있고 디자인도 꽤나 고급스러웠습니다. 가격은 불과 몇 천 원으로 저렴했고요. 도장 파는 기계가 여러 대 있어서 속도도 엄청 빨랐습니다.


어머니는 "도장을 잘 파야 잘 사는 거'라고 우리에게 말하면서 또 사장님께 슬쩍 마음속 바람을 말했습니다.


"사장님, 우리 가족 다 맞추는 도장인데, 뭐 건강하고 오래 살게 하는 그런 표식 같은 거 있으면 잘해주셔봐요."


저는 속으로 '아 그런 표식 같은 것도 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사장님이 말했습니다.


"아 건강이요? 건강하고 오래 살려면.."


우리 가족은 기대하는 눈빛으로 일제히 사장님의 입과 손을 주목했지요.


"아니 뭐 건강하고 오래 살려면
도장을 팔 게 아니라,
운동을 열심히 해야죠~"


저는 사장님의 현답에 정말 '빵'터져서는 한참을 그 자리에서 파안대소했습니다. 어머니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사장님의 말도 과연 맞는 말이어서요.


또 한참 있다가 어머니가 "도장만 잘 파도 원래 예부터 장수하고 부자도 된다는 말이 있어." 하니 이번엔 제가 말했습니다.


"아니, 돈을 많이 벌려면... ㅋㅋㅋ 건강하기 위해선 운동해야 하는 것처럼 도장 잘 팔게 아니라 일을 열심히 하고 돈을 아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하하"


어머니가 뭘 모르고 하는 말씀도 아니고, 사장님도 어머니의 마음에 공감하지만 팩트를 말하니 그 순간만큼은 유쾌하더군요. 그렇게 예쁜 도장을 파서는 룰루랄라 사람 없던 죽녹원 '운수대통길'에서 건강하게 산책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장소: 죽녹원 | 모델: 엄마 | 사진: 이동영

맞아요. 삶은 움직임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휴식은 필요하겠지만 그때도 나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지요.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도 생각해봐야겠네. 움직이는대로 생각할 게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야 할 테니까요.


우리가 마음에 바라는 것은
다 우리의 움직임에 달려있다.


이것이 이 글의 결론입니다.

구독자 여러분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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