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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Feb 18. 2019

혼자 하는 글쓰기에 레벨이 있다면

이동영 글쓰기 미니특강

글쓰기를 배우는 과정에서 레벨을 명확히 나누기란 어렵습니다. 그 경계가 모호하거든요. 그런데도 굳이 나누는 이유는 글쓰기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서입니다. 레벨에 따라 주안점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1. 초급 레벨 -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는 분. 물론 글쓰기를 아예 처음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한글을 늦게 떼는 분들을 제외하고서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이라는 말을 쓰는 건 실제로 이렇게 인식하는 분들이 많기에 그렇습니다. '처음 글쓰기 해봐요'라는 말 사이에는 보통 '제대로'가 생략되어 있는데요. 이 '제대로'에 속하는 것이 초급 레벨의 핵심입니다.


한마디로 압축해서 말하자면 '감각'입니다. 글 쓰는 행위에 해소와 재미를 느끼고, 단어와 문장, 문맥의 맛을 익히고, 글감의 냄새를 맡고, 외부로부터 오감을 통해 자극을 받는 것. 이러한 감각을 몸이(뇌가) 익히는데 걸리는 시간은 저마다 다릅니다. 그렇다고 몇 개월 글을 썼다한들 감각이 눈에 띄게 향상될 확률은 희박하지요. 강사에게 배우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이나 블로그(브런치) 등에 올려 피드백을 받아 보고, 뼈저리게 느끼고, 개선점과 장점을 발견하는 학습과정을 거쳐 그걸 반영해봅니다. 이걸 무한 반복해야 합니다. 


이 레벨에서 학습과 반영은 의무지만, 글쓰기는 '습관'이 되어야 좋습니다. 습관은 스스로 미쳐서 글쓰기를 자신도 모르게 자동화하는 지경에 이른 상태이지요. '습관화하여 감각 익히기', 이걸 넘어야 다음 단계에 갈 수 있습니다.




2. 중급 레벨 - 초급 레벨이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2학년까지였다면, 비로소 중 2병이 끝났습니다. 그 말인즉슨, '자기 객관화'가 가능해지는 시점이라는 것이죠. 자기 객관화란, 내 글이 어떤 상태인지를 아는 단계이다. 힘주고 멋 내고 허세 부리고 세상이 다 내 것 같다가도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중 2병은 안녕을 고하세요. 이젠 힘 빼고, 멋을 부리지 않아도 멋 내는 법을 알고, 반성할 줄 아는 단계에 입성하는 겁니다. 비유하자면 고등학교를 거쳐서 대학 입학(혹은 사회 진출)까지 해야 하는 일이 있지요?


나만 알던 좁은 세상에서 벗어나 외부 세계를 바라보는 일입니다. 보다 인간적이고 교양적이며 인간의 본성과 인문적 태도를 따르는 단계. 그렇게 살아갈 첫 번째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글쓰기로 이걸 대입해보세요. 내 글을 독자의 시선에서 바라볼 줄 알고, 다른 사람의 글을 글쓴이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단계가 중급 레벨입니다. 이쯤에서 고급 레벨을 지향한다면 혹여 글쓰기 강좌 수강 같은 건 안 해도 됩니다. 차라리 관심 있는 분야의 좋은 책을 골라 읽고. 자꾸 써보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좋은 책이란, 누가 뭐래도 나에게 영감과 감명을 주는 책, 서점에서 오래도록 유영하며 끌리는 책을 말합니다.




3. 고급 레벨 - 교과과정으로 계속 비유해볼까요? 더 공부하기 위해, 혹은 졸업장과 대외활동 스펙을 쌓기 위해(?) 대학에 입학합니다. 졸업 후에는 자가 생존을 위해 사회에 진출하지요. 자유가 보장되는 시기입니다. 자유는 언제나 임을 수반합니다. 이는 중급 레벨에서의 글쓴이로서 영향력 행사와 맞물립니다.


이때 당신이 보여줘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나다움'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합니다. 멘붕이 오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그동안 가정과 학교, 자식과 학생, 부모와 선생의 틀 속에서 반 의무적으로 살다가 갑자기 자유라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싶을 겁니다.


여기에서 판가름이 나는 거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코스를 밟아 왔다면 자기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반면에 자신을 잃어버리고 산 사람들은 얼마 못 버티고 말겠죠? 흔들리지 않는 건 본질입니다. 학력이나 자격증 같은 스펙이나 배경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 자신이 꿋꿋이 만들어온 스타일,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것이 된 아우라, 자신이 보아온 것들과 고유한 이야기로 글쓰기를 하는 단계입니다. 흉내 낸다는 느낌이 아니라, 딱 보면 이 사람의 글이구나! 하는 색깔이 진한 느낌이 이 레벨에서 보입니다. 마치 노래 한 구절만 들어도 어떤 가수의 목소리이고 창법, 감정처리인지 알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 레벨에서는 여러 출판사에 기획서를 내기도 하지만, 필자처럼 운이 좋으면 몇몇 출판사로부터 출판 의뢰를 받기도 합니다. 카카오 브런치를 꾸준히 이용하거나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응모해 제안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블로그,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누적 발행이나 오프라인 강연 및 소통 등으로 독자를 확보해두는 방법도 출판 의뢰를 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 됩니다.


초급 - 중급 - 고급 레벨 중 무엇인지  뚜렷하진 않지만, 혼자 글쓰기를 시작하기로 했다면? 작가가 되는 성장단계로써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고급 레벨의 길은 저도 걷고 있는 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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