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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Feb 20. 2019

Q. 글쓰기 주제가 없을 땐 어떻게 하나요?

할많하않 말고 할많그쓰(할말이 많으면 그때그때 쓰세요)

Bloger 님의 댓글 질문에, 이동영(작가)글쓰기 강사의 답변입니다.


글쓰기란 내가 '할 말이 있을 때' 필요한 표현 도구입니다. 러니까 글쓰기를 잘하려면 할 말을 쌓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죠. 만약 할 말이 없다면? 안 하면 됩니다. 괜한 실수가 나오고 쓸데없는 말을 하느니 안 하는 편이 낫겠죠.


문제는 할 말이 있는데도
어쩔 줄 몰라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겁니다.


그 어쩔 줄 모르는 분들을 위해 제가 이런 글을 쓰고 강좌를 합니다. 제 강좌를 수강하는 분들은 돌아가며 공통 글쓰기 주제를 내고, 그걸로 매일 글을 씁니다. 근데 주어진 주제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는 경우가 간혹 있겠죠? 그래도 웬만하면 다 씁니다. 수강료를 내고(투자) 작심하고(동기) 배우러 왔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시도(노력)합니다. 그래야 남으니까요.


하지만 강좌를 수강하지 않으면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자기가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수시로 주제를 포착해 써야 하겠죠? 저는 그렇게 혼자 했습니다. 충동과 의욕에 따라 쓰기도 했고, 매일 글쓰기 주제 계획을 짜서는 알람을 받아보기도 하면서 제 사이클에 맞췄어요. 할 말이 생기면 그걸 주제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글쓰기 기본 역량입니다. 할 말이 없는지, 쓸 용기가 없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일단 써보면 압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오랜만에 명절이라고 친척 어른을 만났어요. 그분은 대부분 서로를 1년에 한 번 봅니다. 그런데 친척 어른께서 굳이 뭔가를 얘기해야 할 것 같아 어색함에 으레적인 말을 꺼냈다가 그만 말실수를 합니다. 할 말이 없으면 안 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굳이 잔소리처럼 들리는 결혼은 언제 하느냐 | 성적은 괜찮으냐 | 아이는 언제 가지느냐 등을 묻죠. 말과 글에서 가장 큰 차이라면 말은 뱉으면 끝. 그리고 말은 뱉으려다가 만 것도 비언어로 남습니다. '너 방금 무슨 말하려고 그랬지?'


그런데요. 글은 다릅니다.
초고가 있죠. 써보면 알아요


말은 아차 싶어도 돌리기가 어려운데 글은 안 되겠다 싶으면 수정하거나 삭제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땐 무리하지 않아도 돼요. 우리는 기계가 아니니까.

쓰기가 재미나 충동이 아닌 의무가 되는 순간, 더 멀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진 마세요. 정말 쓰기 싫으면 쓰지 마시고 할 말이 없어도 쓰지 마세요. 물론 선택은 본인 자유입니다. 내가 할 말이 없는데 마땅한 주제가 없어서 힘들다면 그건 쥐어 짜내려는 거밖에 안 돼요. 할 말이 있는데 주제가 없다는 건 모순이고요. 예민하게 촉수를 세워야죠. 위대한 순간을 기다리지 말고, 사소한 순간을 위대하게 만들어보세요.

주제가 왜 없겠어요. 세상에 죽어가는 것이 얼마나 많고 세상에 내가 모르는 게 얼마나 많고 세상에 나만 경험한 이야기와 내가 가진 전문지식과 사유, 즉 내가 던지는 질문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누군가에겐 재미있는 이야기나 유익한 정보로 남기도 해요. 외면할 뿐이죠. 기록하지 않을 뿐이죠. 이야기하지 않을 뿐인 거예요.

만약 글쓰기 감각이 도저히 늘지 않는데 강좌 같은 거 나가서 배울 생각도 없다면 저는 다른 걸로 대체했으면 좋겠어요. 다른 표현 도구로. 음악이든 사진이든 미술이든 아니면 스피치(강연•방송)든.


근데 제가 글쓰기를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글쓰기는 기본만 익혀 놓으면 돈이 거의 안 들어요. 필기구와 종이, 혹은 기존에 있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같은 것만 있으면 되니까요.


정말 글로 쓸 만한 마땅한 주제가 없을까요? 아니면 내가 멈춰서 기록하지 않는 걸까요? 글쓰기는 얼마든지 누구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정말 '노력'한다면 부단히 할 말을 쌓고 글로 쓰시길, 없다면 굳이 쓰지 마시길. 이게 제 답변입니다. 건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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