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첫 장부터 끝까지 마스터하는 독서방식을 일컫는다. 책을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다면 완독만큼 좋은 방식은 없다.또 술술 읽히는 책이라면 저절로 완독이 된다.
하지만 책 읽다가 어김없이 졸고, 딴생각이 나는 타입이라면? '억지로'는 읽지 말자. 오히려 책과 멀어질 뿐이니까.
억지로 먹다 체하는 독서는 독서에 대한 작은 트라우마를 안겨줄지도 모른다. 소화시키는 독서를 하자. 어떻게 할지는 각자 나름의 방법을 강구하는 게 가장 좋지만 아래 필자의 의견도 참고해본다면 좋겠다.
아이 참 무슨 말이야 이게 누가 누굴 계속 낳네
1. 책 읽는 자체를 즐긴다.
필자 같은 경우엔 명색이 글쓰기 강사이자 작가인데도 다독가 타입은 아니다. 다서가이다. 작디작은 원룸에 책이 차지하는 공간이 약 60%는 되지만, 읽진 않는다. 그저 방에 가득한 책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뿌듯할 때가 많다.
사실 착각이다. 제목만 보고 꽂혀있는 것만 보고 내가 다독가가 된 느낌. 솔직히 지적 허영이다. 그래도 좋다. 그게 독서의 시작이니까. 주변 환경이 술병이나 담뱃갑만 가득 찬 공간보다는 몇 천배 낫지 않을까. PC나 TV가 없는 것도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데 한 몫한다.
의자 놓을 자리도 없어 책에 앉는 스웩, 이것도 Flex?
이런 환경 속에 살면서 '정말 할 일이 없고 심심할 때' 손이 가는 건 100% 책이다. 잠과 스마트폰, 취식의 유혹만 이긴다면.
그때 읽는 독서는 그냥 그 행위 자체를 즐기는 유희다. 술 마시듯 책을 마시며 취해보는 거다. 흰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자라 해도 좋다. 그렇게 페이지를 떠들어 보는 행위 자체가 나를 생산적인 습관을 행하는 인간으로 거듭나게 한다. 나 혼자 있을 때조차 연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 행위 속에서 반드시 의미를 찾고자 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만약 잘 안 되면, 연기도 좋다. 책 한 권 들고서 사람 많은 카페에 들어가 스마트폰 내려놓고 책을 읽어보자. 책 읽는 나를 불특정 다수가 힐끗 보는시선, 그걸 즐기는 거다. (물론 차 한 잔의 여유와 함께.)
독서모임에 정기적으로 찾아가 당분간은 들으러 왔다며 경청하고 메모하는 것도 방법이다. 필자는 지금 '독서가 안 되면 퍼포먼스부터 시작하라'라고 대놓고 말하고 있다. 나는 믿는다. 퍼스널리티는 자발적(주체적) 퍼포먼스로부터 형성된다고.
침대 위에선 편한 옷으로
- 발췌독 편 -
2. 써먹을 한 문장을 찾는다.
명대사, 명문장, 어록을 직접 인용하거나 패러디하는 것만으로 '얻는 독서'를 하는 것이라 안심해도 좋다. 이야기를 할 때나 글을 쓸 때나 책에서 본 그 한 문장을 '써먹기 위해' 타이밍을 노려보길 바란다. 무의식에 담아두고 나도 모르게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의식해서 써먹는 방법도 권장한다.
혹시 실패하더라도 괜찮다. 그걸 어울리는 타이밍에 적절히 써먹을 때까지 계속 시도하자. 상대의 무릎 탁 감탄사가 돌아올 때까지.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교보생명 창립자 대산(大山) 신용호 전 회장은 1981년 서울 광화문에 교보문고를 만들면서 이 말을 남겼다.
헤헷 내 말을 잘 써먹었군 V(처칠)
이 말도 일종의 패러디였단 사실을 아는가?
원문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명연설가였던 영국 전 총리 윈스턴 처칠의 말이었다.
"We shape our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우리는 우리 건물을 만들지만, 그 건물은 다시 우리를 만든다)”
영감을 얻는다는 건 내 안에 쌓인 생각에 기존의 것이 순간적 발화로 부딪혀 스파크가 일어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써먹기 위해, 써먹을 한 문장을 찾기 위해 독서를 해보자. 꼭 완독을 목표로 하지 않아도 말이다.
와 대박 이거였어 그년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3. 써먹을 논리나 패턴을 찾는다.
위 2번과 비슷하지만 문장보다 더 큰 개념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구조적으로 써먹을 논리나 패턴을 찾는 거다. 아까 언급한 윈스턴 처칠이 자주 쓴 기법이라 해서 '처칠 스피치'라는 별칭이 붙은 PREP기법.이는 글쓰기에도 유용하다.
두 번 등장
Point - 핵심 결론
Reason - 이유 뒷받침 근거
Example - 예시/자료/예화
Point - 핵심 재차 강조
여기서 이유, 뒷받침 근거가 될 만한 거리나 예시/예화에 집중해보자. 어떻게 결론을 위해 R과 E를배치해 독자를 설득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거다.
더 나아가서는 서로 대치되는 결론과 이유, 예시 자료를 다각도에서 다양하게 수집해서 나의 생각을 정립한다면 더 좋겠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완독을 '목표로'하지 않더라도 이 두께의 책에 도대체 뭐라고 논리를 펴 놨는지 궁금해서 끝까지 읽게 될지도 모를 일.
어디보자.. 이 챕터는 인생챕터군
4. 좋은 챕터를 여러 번 읽어 내 것으로 만든다.
좋은 챕터의 기준은 읽는 내가 정한다. 누가 좋다고 하는 거 말고, 내가 좋은 챕터 말이다. 이 책의 전체 주제와 떨어져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고 해서 '난 엉뚱한가' 하는 자괴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로서 자유로운 이해를 하고, 나름대로 얻는 게 있으면 완성도 높은 독서라고 생각한다.
목차부터 보고 페이지를 확 넘겨 읽어도 Ok. 내게 좋은 챕터를 발견했다면 페이지를 다음 챕터로 넘겨야 한다는 강박은 버리자. 이른바 '꽂힌' 챕터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도 좋다. 그건 읽는 사람 자유다. 얼마나 좋은가? 부모님, 선생님, 친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 세상을 누릴 수 있는 순간, 그것이 독서하는 시간이다.
돼지꼬리 땡땡
나에게 좋은 챕터라면 필사(베껴 쓰기)해보는 것도 권장한다. 그림으로 표현해봐도 좋고, 리뷰를 써봐도 좋고, 내 언어로 말해보며 녹음해도 좋다. 이것을 '리사이트' 작업이라 한다. 내 방식으로 다시 표출해보는 거다.
여기에 옳고 그름의 '정답'이 어디 있는가. 그 책으로부터 새로운 생각의 가지를 뻗어간다면 유의미한 독서가 아닌가.
위 4가지 독서법을 통해 오직 '완독'만이 최선의 독서방법이란 압박에서 벗어나자. 책은'읽기 시작했다면 반드시완독 해야만 한다'는 의무조항을 어디에도 명시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