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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Oct 18. 2019

생각을 생각하다

엉뚱한 생각이다

우리가 진짜 생각을 잘하고 사는 걸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깊은 새벽에 눈 감을 때까지 넘쳐나는 자극들과 마주하는 우리. 그것들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 우린 그저 생각하는 척에 그칠 뿐이다. 매일 생각의 위선만 늘고 알맹이 없는 공허함만 덩그러니 시간을 채우고 말 것이다. 작은 인생인 하루를 그렇게 허무하게 마치고 매일 또다시 반복한다면 우리 인생에 남아있는 진짜 '자기 생각'은 얼마나 될까?


바야흐로 AI와 함께 글쓰기를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기술은 이미 가짜 뉴스를 만들 수준인데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로 알고리즘을 비공개했단다. 언제든지 인간에게 위협적인 기술이다. 인간이 모든 편의를 스마트 기기에 의존하는 지금, 이젠 인간의 생각하는 기능마저 AI에게 맡길 것이라 예상한다.


이미 우린 온라인 쇼핑을 할 때에도 생각을 잃어가고 있다. 내가 자주 보는 상품군 위주로 취향과 소비패턴 데이터를 분석하여 추천해주는 쇼핑 플랫폼에 익숙해졌다. 거기에 유튜브나 넷플리스 등 내 호불호를 용케 알고 맞춤 추천하는 영상 플랫폼을 일상에서 의심없이 접한다. 곧 날아다니는 드론이 내가 군침만 흘리던 상품을 미리 문 앞에 갖다 놓는 일이 어색하지 않을 날이 가까워 오고 있다. 우리는 오히려 자기 주체적 사고가 어색해지는 미래에 대비해야만 한다. 인간으로서 생각하는 능력이 퇴화한다면 그건 인간에게 가장 큰 불행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는 건 사유, 사색, 사고함을 말한다. 이건 고찰, 성찰을 거쳐 통찰에까지 이른다.  이 생각하는 행위를 오롯이 주체적으로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이런 실천방법을 고안해보았다.


1. 평소 반복하던 한 가지 이상을 뺀다.

2. 평소 안 하던 한 가지 이상을 더한다.

3. 평소 안 가던 한 곳 이상을 간다.

4. 평소 안 보던 하나 이상을 본다.

5. 평소 안 만나던 한 사람 이상을 만난다.

6. 평소 안 멈추던 것에 머무른다.

7. 평소 안 먹던 것을 먹는다.


이것들이 오감을 다양하게 자극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핵심이라면 '의식적'으로 시도하는 것이다. 뇌의 인지를 낯설게 해 리프레시하는 방법인데 필자는 실제 수시 실천하고 있다. 내 창의성의 원천은 타고난 것을 제외하곤 이것들이 유일하다.


자, 아주 사소한 실천도 좋다. 예를 들 평소에 이어폰을 귀에 하루 종일 끼고 다녔다면 그걸 빼고 다니는 것이 1번의 실천인 셈이다. 양치를 반대쪽 손으로 해보는 것처럼 버릇이나 습관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출근이나 등교일 수도.


2번은 가방에 소설책 한 권 넣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겠다. 대중교통으로 앉아서 간다면 이동 중에 그걸 꺼내서 펼쳐 읽어 보는 것만으로도 2번의 실천이 된다. 또한 평소 안 하던 말을 해보는 것, 내가 읽은 책 구절이나 새롭게 알게 된 단어, 문장, 상식, 논리 등을 누군가 혹은 어딘가에 써먹어 보는 거다. 인간은 아는 어휘만큼만 생각하는 법. 말로 해도 좋고 글로 옮겨봐도 좋다. 메모지와 펜을 소설책 대신 챙겨보는 것도 좋고.


3번은 일상 속에서 낯선 여행자가 되는 방법이다. 평소 안 가던 코스로 가보는 거다. 동선을 바꾸는 일. 일탈이다.


4번은 영화든 연극이든 꽃이든 풍경이든 함께 사는 고양이의 눈이든 내가 무심코 먹고 있는 밥이든 반찬이든 과일이든 니면 숟가락이나 내 방의 어느 구석 한 귀퉁이든 아무렴 좋다. 요는 외면하던 것에 눈과 귀와 호흡을 집중하는 일이다. 다른 번호에 해당하는 것들과 비슷해도 무관하다. 관점을 바꾸는 일, 새로운 눈을 뜨는 일이다.


5번은 내가 다단계나 보험영업, 대출사기 같은 걸 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라포를 형성한다는 전제하에 실행해보자. 모임에 참여하거나 강좌에 가보거나 아주 오랜만에 지인에게 연락을 취해 가볍게 차 한잔 하며 수다 떠는 것도 추천한다. 의외로 많은 인사이트를 얻거나 괜한 박탈감을 얻을지도 모르니 각오는 단단히 하시고.


6번은 목적지와 떨어진 정류장 주변도 좋고 즐겨 듣던 음악의 구간도 좋고 책의 페이지도 좋고 숙소도 좋다. 새롭게 머물러 보는 걸 실천해보자. 나의 발걸음이나 눈동자나 배꼽 방향 등을 어디로 향할지 의식적으로 정해 보는 거다.


7번 이건 모험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자극이 나에게 신세계를 열게 할 수도 있다. 만약 실패했다 해도 하나의 성공인 셈이다. 그걸 리뷰해보자. 새로운 자극이란 창조를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먹는 행위는 원초적이다. 실패, 성공을 넘어 그 자극을 새롭게 한다는 건 나를 원초의 세계로 인도할지 모른다.


나의 행위를 바꾸거나
내가 구사하는 단어,
내가 바라보는 환경을 바꾸는 일이
곧 나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다.


새로운 자극을 통해 뇌의 창의성을 관장하는 부분을 활성화시키는 것. 이건 위 7가지를 실천만 하면 된다. 돈도 특별히 많이 들지 않는다. 필요한 건 마음의 여유와 실천하는 의지뿐. 다가오는 주말 혹은 가능한 한 일상 속에서 해보길 바란다. 아무생각 없이 어제 비슷하게 살다 죽는 건 좀 억울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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