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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24. 2019
글쓰기가 더 만만해지는 방법
어려운 이유를 먼저 대보고, 거꾸로 생각해보자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많다
글쓰기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글쓰기를 하면 나를 드러내야 하는데 여러 가지로 두려워서(내 수준, 내 결핍, 내 역량, 내 사연 등)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 글과 비교될까 봐
막상 글을 썼는데 반응이 없거나 기대하지 않은 부정적 반응이 돌아올까 봐
책 한 권 내고 싶은데 당장 내 맘처럼 써지지 않아서
막상 첫 문장이나 마지막 문장을 뭐라 쓸 줄 몰라서
주제나 소재 정하기가 쉽지 않아서
자꾸 개인적인 감상이나 일기처럼만 써져서
한 번도 글쓰기 잘한다는 칭찬(인정)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내 글을 읽은 사람이 해석하기 어렵다는 피드백을 해서
기타 등등
거꾸로 생각해보기 위해 대표적인 몇 가지를 차근차근 뜯어본다. 다 읽고 나면 나머지는 스스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1. 글쓰기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글쓰기 전문 강사이자 작가인 나 역시 글쓰기를 정식으로 배운 바 없다. 배울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반드시 배워야만 글쓰기를 잘할 수 있는 것 역시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다. 물론 배우지 않고 혼자서 글쓰기 감각을 익힌다면 시간은 더 오래 걸릴지 모른다. 그래서 '선택'인 것이다.
다만 재능이라는 건 감각적으로 조금 더 빠른 진도를 보이는 사람의 손을 드는 법. 똑같이 배워도, 똑같이 혼자 시작해도 동시간 대비 개인차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하는 행위만 놓고 보면 아무렴 상관없다. 재능이 월등히 타고난 사람만을 위해 글쓰기(란 도구)가 특별히 존재하는 건 아니니까. 시간의 효율적 측면이 글쓰기 초급자의 필수라거나 우선순위일리는 없다.
특수한 상황에서 비즈니스를 위한 동기 때문에 그 속도가 절실한 사람이라면 예외겠지만. 글쓰기 실력 향상이 조금 늦는다고 느껴지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쓰고 고치기를 거듭하자. 바로 어제보다, 한 달 전보다, 1년 전보다 나아진 내 글을 점점 객관화할 수 있게 된다. 과거에 쓴 글이 부끄러워지면 성장했다는 방증일 테니 말이다.
요즘은 무료이거나 저렴한 글쓰기 모임, 글쓰기 강좌가 일일특강부터 정기강좌까지 정말 많다. 도움되는 글쓰기 책도 정말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예를 들면 이동영 저 <<너도 작가가 될 수 있어>>와 같은. 온라인 서점 할인받아 만 원 초반대면 살 수 있...
어쨌든 자신을 위해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아깝지 않을 것이다. 강좌든 모임이든 기분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말 성실하게만 임한다면 평생 남을 글쓰기라는 도구의 활용능력을 얻게 된다. 어떤 자기 계발보다 저렴하고, 시작의 접근성과 함께 투자 대비 효용가치가 높은 도구가 '글쓰기'라고 확신한다.
2. 글쓰기를 하면 나를 드러내야 하는데 여러 가지로 두려워서
글은 누군가 봐주지 않으면 쓰기란 행위가 아무 소용없다. (지금 말하는 '글쓰기'란 혼잣말을 배설하거나 일기 쓰기를 가리키는 개인적 글쓰기가 아니다. 그건 굳이 다룰 필요가 없을 테니까.)
글쓰기는 결국 남을 의식하는 행위이다. 단, 처음부터 의식할 필요는 없다. 우선은 내가 '발상'단계에서 할 말을 쌓아야 하고, 글답게 잘 '정리'한 다음, 고치고 다듬는 '퇴고' 과정에서 하고 싶은 말을 독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해내기 위해 온 신경을 거듭 집중해야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이것이 혹 악영향을 미칠 글이란 판단이 스스로 든다면 과감하게 공유할 마음을 거두어야 한다. 악의를 품은 글은 반드시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그런데 단순히 내 수준, 내 역량, 내 사연이 들킬 게 두려워서 글쓰기를 주저한다면 수영은 잘하고픈데 물이 두려워서 주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락스물 몇 리터 먹을 각오로 물 속에 풍덩 빠져들어야 수영은 비로소 시작된다. 이때, 옆라인에서 멋지게 자유형을 하는 사람과 날 비교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내 물장구를 멈추지 않고 조금씩 나아지는 것에 집중하면 그만이다.
글쓰기의 전제는 나라는 글쓴이•화자를 글에 드러내는 작업이다. 글을 통해 내 생각, 내 정신, 내 느낌이 읽는 이에게 전달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 전제를 거부할 순 없는 노릇이다. 글쓰기로 내가 까발려지는 게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면 대체재를 고려해보자. 글쓰기가 아닌 다른 표현 도구도 많다. 미술(그림, 공예, 서예, 만화 등), 사진, 영상, 스피치 같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3. 주제나 소재 정하기가 쉽지 않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