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유명인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돈이 되는 '투잡'용 주제로 특강을 하면 백 명 단위를 넘어 천명 단위가 모이기도 한다.
이 글을 쓰는 나는 글쓰기 전문 강사다. 하나하나 따져보기로 했다.
유명인의 특강
일단 '이동영'이 '유명인'은 아니다. 글쓰기 강의계에서는 나름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명함을 내밀 수준의 '유명' 인지도라면 '유시민', '강원국', '은유' 정도는 되어야 한다. 나는 유시민도 강원국도 은유도 아니다.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특강
커뮤니티. 나는 참여까지 포함해 독서모임을 10년 차 하고 있다. 모임 주관을 한 지는 올해로 7년 차다. 7년 전과 달리 요즘은 수십만 원을 들여서 독서모임이나 토론 모임과 같은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대표적 프리미엄 콘셉트의 독서모임 트레바리는 글을 써서 내는 미션도 있는데 돈 내고도 못 들어갈 정도로 대기자까지 매회 밀려있단다.
특히 유료로 하는 '살롱'스타일의 모임은 2030 세대가 가장 주도적인 경향을 보인다. 이곳에서는 자연스레 커플도 생기고, 동네 친구나 평생 친구, 뒤풀이 말동무가 생기기도 한다.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기 때문이다. 평소 친구나 지인들과는 잘 안 나누는 주제로 실컷 대화하다보니 니즈와 원츠를 충족하는 커뮤니티가 생겨나는 거다. 꼭 모임만이 아닌특강, 서로 배움이 가능한스터디 형태 등으로도 운영되어 기수별로 커뮤니티가 자연스레 형성된다. 하지만 글쓰기 '수업'에서 이는 쉽지가 않다.
보통 무료로 참여하는 경우,평소수강 기회가 개인에게 많을수록 적극성이나 참여도가 유료에 비해낮다. 서로 낯을 가려 자신의 이야기를 더 솔직하게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또 유료 강의라면 상대적으로 솔직한 글쓰기가 자발적인 편이지만, 수강기간이 짧다 보니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수강하는 사람 수에 따라서 솔직 담백함의 밀도가 정해지기도 한다.
페르소나의 경계가 명확하다 보니 독서/토론모임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결핍과 마주하고 나의 문장으로 날 것을 드러내는 글쓰기 수업. 지적 허영의 욕망을 공유하고 정돈된 것으로 채우는 독서/토론모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는 운명이랄까. 만약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더라도 '다시 안 볼 사람들이니까' 밝히는 아이러니한 페르소나를 비칠 뿐이다.
돈이 되는 내용의 특강
주식투자/부동산 특강이나 쇼핑몰 특강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기 만점 강의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돈의 욕망을 좇는 건 부끄럽거나 더러운 일이 아니다. 그 방법을 정당하게 쓴다는 전제라면 말이다.
오히려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투자하고 노력하는 것이니 이 또한 박수받아 마땅하다. 왜 갑자기 거창하게 욕망의 편을 드냐고? 많은 이들이 없는 시간 짜내서 특강에 수강신청을 한다고 가정하면 아마도 80~90% 이상이 신청 직전에 이 질문을 던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거, 돈이 될까?'
글쓰기 강의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박수받아 마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쓰기'수업에선 쌀이나 떡고물이 나오지 않을 걸 앎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을 이겨낸 분들만 오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 중에도 '책 쓰기 강좌'와 헷갈려서 "글쓰기로 저작권 부자 되는 방법"따위가 실재한다고 믿는 분들이 있으리라. 그건 상위 1%에나 해당하는 경우이고. 글쓰기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자기 계발서가 있다면 잘 살펴보길 바란다. 자기 계발서로 돈 버는 사람은 자기 계발서 작가뿐이니까.
글쓰기는 '돈'의 논리로 접근하면 손해 보는 장사다. 사업수완이 좋은 사람들은 글만 쓰더라도 돈을 벌겠지만, 그건 글쓰기가 수익성 도구여서가 아니라 사업수완이 좋은 사람이 글을 썼기 때문인 거다. 그냥 글쓰기는 수익에 있어서만큼은 마음을 텅 비우는 편이 좋다. 처음부터 글쓰기 수업은 책 쓰기 수업과는 결이 다르다.
글쓰기 수업에서 내가 강의하는 내용이 '하루 종일 걷기만 했는데 겨우 한 문장을 건졌다면, 그걸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글쓰기란 효율을 따지는 도구가 아니니까요.'라면
책 쓰기 수업은 '책을 써서 전문가로 거듭나 퍼스널 브랜딩에 성공하시면 베스트셀러가 되고 돈도 꽤 벌고 커리어도 쌓을 수 있어요'에 가깝다.
글쓰기 수업에 오는 사람들은 그래서 글쓰기 특유의무용함과 느림의 순간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진짜 글을 쓰려는 사람은 수업 진도에 얽매이거나 시달리는 법이 없다.
그저 '자신을 발견'하고 '자기를 표현'하고 '자신을 성찰'하고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거나 치유'하고픈 목적이 가장 많다. 그만큼 그들에게 '돈'이 후순위가 될 순 있겠으나 글쓰기를 배우는 데 우선순위가 되는 건 영 어울리지 않는다.
취미생활을 만들기 위한 특강
얼마 전 나는 '글쓰기, 취미로 하지 마세요'라는 1786번째 브런치 글을 올린 바 있다. 글쓰기에 임하는 태도(Attitude)에 대해 '취미'처럼 비전문적으로 가볍게만 즐길 생각이라면 이왕 하는 거 '선한 영향력(Good Influence)'을 미치는 방향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원-메시지의 글이었다. 쓰면 미치고, 미치면 쓰는 거라고 늘 강의에서 강조한다.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며 수강생들은 첫 시간에 소리내어 외친다.
글쓰기는 노래 부르기와 비슷하다.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는 혼코노(혼자서 동전 노래방서 노래하는 행위)와 버스킹(길을 무대 삼아 노래 공연하는 행위)의 차이 같은 것. 여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간다.
'노래 좀 하는데?' '노래 잘 부른다'라는 피드백, 즉 '글 좀 쓰는데?' '글 잘 쓴다'라는 독자 피드백은 그저 글쓴이의 글쓰기의 수준이취미 정도라는 걸 방증한다.
하지만 '노래 좋다' '와 완전 눈물 났어 시바 소오름'하는 건 '글 좋다' '글로 위로받았다'하는 변화와 같다. 즉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행위에는 어떤 미션(사명감/소명의식)같은 것까지 깊은 내면에 작용하게 된다는 거다.
여기서 미션이란 '나 이 사람을 울리고 말테야'하면서 노래하고 글을 쓰는 게 아니다. 나의 노래나 글이 나 혼자만 보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를 의식하는 데에서 출발하는 예술적 행위의 인식을 말한다.노래나 글은 공개하여 나를 떠나가는 순간, 주체가 되어 타자의 마음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문학을 분류할 때 소설, 시, 평론 정도를 말하지만, 다소 떨어져 있는 에세이 - 일상적(생활) 글쓰기 역시 그 예술적 속성만은 같다. 단순히 취미로 치부하기엔 글을 접하는 이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소음'이나 '상처'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하고, '긍정적 변화'를 꾀하도록 글쓴이 고유의 목소리나 지문이 담겨 있어야 한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교훈도 없고 정보도 없는 글은 독자에게 소음이나 낙서 이상이 될 수 없다.
글쓰기 수업에 온 사람들은 비로소 깨닫는다. '글쓰기는 생각보다 (접근하기) 쉽고, 생각보다 (공유하기) 어려운 행위'라는 사실을.
그러니까 글쓰기 수업에 오는 사람들이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이 복잡다단한 글쓰기 특강은 '유명인은 소수이거나 비싸고, 사람 사귀기도 어렵고, 듣는다고 돈과 연결도 안 되고, 취미로 하기도 부담스러운'수업임을 알고도 미소를 띠며 강의실을 오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