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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Oct 20. 2019

글쓰기, 취미로 하지 마세요

이 글에 '제 강의 듣고 책내세요' 같은 내용은 없습니다.

글쓰기, 일상이거나 출판행위이거나
글쓰기가 취미가 아닌 이유들 - 그것은 일상


말을 취미로 한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그게 '승마'라면 예외겠지만.)

말이란 의무적으도 하고 필요에 의해서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자 '조심스럽게'도 한다. 누군가 곁에 있다면 침묵도 하나의 말이다. 그땐 호흡조차도 다 말이고, 오갈 데 없는 손짓 발짓 눈짓 물론 배꼽의 방향도 다 말이 된다.


그러나 글에는 이러한 '비언어'가 없다. 주체의 비언어가 아니라, 수용자의 비언어만 있을 뿐이다. 쉽게 말하면 글쓴이(주체)오직 글만 남긴다. 벽할 순 없더라도 글로 완전하도록 애쓴다. 반면에 독자(수용자)는 그 글을 소화시키며 침묵거나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거나 소리를 악-하고 지를 수도 있다.

아니면 보이지도 않는 글쓴이에게 따지거나 한 문장에 꽂혀 오래 머무르거나 눈물을 왈칵 쏟아내기도 한다. 누군가는 책을 확 덮어버린 채 문을 박차고 나가버릴 것이다.(대개는 상이나 침대에 그대로 쓰러져 잠들겠지만.) 그 자유로움이 글을 읽는 즐거움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건 하나다. 향을 미치는 도구. 그것은 '취미'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 영향의 속성이 선이든 악이든 무이든 동시다발이든 어쨌든, 글의 수용자를 변화로 이끄는 역할을 하기에 결코 개인적일 수가 없는 것이다.


'취미'라 해도 가볍지 않은 것들이 많지만 아무래도 개인적 만족에서 그친다는 '취미로써의 한계'가 있다. 우표수집이나 프라모델, 혼코노(혼자서 코인 노래방), 연예인이나 캐릭터 덕질 같은 건 원사이드-러브(짝사랑)에 가깝다. 그러나 말이나 글은 거기에서 그치면 큰일 난다. 그래서 취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영향을 미치는 상대를 고려하지 않으면 이기적 행위로써만 남는다. 이때 말과 글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입체적이다.



글쓰기는 원래 어렵다


글쓰기는 원래 어렵다. 자신의 결핍과 넘치는 메시지로부터 시작되고, 외부세계를 포착하는 데에서 전개되며, 질문이나 해답을 세상에 내놓으며 마무리된다. 다시 독자가 처한 입장과 나름의 해석으로부터 글은 시작되고, 전개되며, 마무리된다. 상황이 이런데 글쓰기가 어떻게 쉽겠는가?

글에 '나'란 인간이 드러나는 것 자체가 두려운 이들도 많다. 누군가는 나를 읽어낼 텐데, '내 글이 정확하지 않거나 독자의 해석이 부정확하면 어쩌지?'란 두려움을 느낀다.


요즘은 나를 드러내는 사람들을 두고 '관종'이라고 곧잘 비하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내가 살아있음을, 지금 여기에 있음을(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그들은 오히려 솔직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용기만 보아도 가상하지 않은가. 다만 드러내는 일에 자기 철학이 없다면 좀 곤란하다. 그걸 꼬집어 정당하게 비판하는 거라면 내가 관종이란 소리를 들어도 곰곰이 반성할 의향이 있다. 내가 잘난 모습, 행복한 모습만 그저'인증'하는데 그치는 거라면 그건 정직하지 못한 것이니까. 나의 얕은 성찰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해 우월감을 만끽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모든 글에는 글쓴이의 페르소나가 있다. 그건 가식이나 위선이 아닌 사회적 자아로서의 가면을 말한다. 그 노출의 정도를 지키는 것이 글의 매력이자,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다.


현대는 글쓰기가 남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도구의 시대로 진하고 있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으면서 나를 드러내는 도구. 제대로 배운 적 없기에 높은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은 떨어지지만, 접근성만큼은 단연 높은 도구. 연필과 종이만(혹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되기에 누구나 바로 시작하는 유용한 도구. 동시에, 단시간만에 객관화 관점이나 성취감을 느끼기엔 혼자서 꽤 버거운 도구이다. 글쓰기는 원래 어렵다.


글쓰기는 독자를 염두에 둬야 한다 - 그것은 출판행위


가끔씩 수강생 분들 중에 '글쓰기를 취미로 하고 싶다'라고 고백한다. 난 단호하게 말한다. '그런 건 없어요'라고. 일기 쓰기가 취미일 순 있겠으나 독자를 염두에 둬야 하는 글쓰기는 취미가 될 수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아니 일기마저도 미래의 나라는 독자를 염두에 둬야 하기에 마냥 지금의 나 기준으로만 끄적임을 즐길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나뿐만 아니라 남 보는 글을 쓴다면? 그것이 어떻게 취미(비전문적으로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로만 여겨질 수 있겠는가.


물론 글쓰기를 한다고 반드시 책을 낼 필요는 없다. 이제는 책을 내지 않고도 온라인에 게재하는 것 역시 독자가 있는 하나의 출판 행위로 상징되는 시대가 아닌가. '댓글'을 포함해 SNS에 공개하는 나의 글쓰기 행위가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한 사람이 우연히 마주한 텍스트는 필연히 무의식과 의식에 파고들어간다. 다시 강조한다. 모든 글에는 '독자'가 존재한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그건 쓰기의 행위가 '개인만 즐긴다'는 걸 뛰어넘어야 함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방증이다.  


나는 글쓰기가 개인의 독점적인 전문성을 쇼잉하는 특기개인의 만족에만 그치는 취미가 아니라, 모두의 일상으로 여겨지길 바란다. 그저 매일 말하고, 매일 움직이는 것처럼 글쓰기는 우리 일상의 영역에 있다. 다행히 글쓰기는 말하기보다 덜 즉흥적이란 장점을 품고 있다. 그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퇴고' 후 글 공개이다. (*퇴고란 글을 고치고 다듬는 일을 말한다) 그 공개의 목적은 나를 향해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러하다. 공통 전제가 있어야 한다. 더는 '전문적'이라는 기준으로 취미다 아니다를 나누지 말자. 이젠 '인간적'이라는 기준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따져보자는 거다. 그것을 과연 '취미'로만 치부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본다면 좋겠다.



글_이동영(≪너도 작가가 될 수 있어≫ 저자,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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