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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Jan 26. 2020

날마다 글쓰기를 하라고요? 작가도 아닌데?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은 어떻게 '매일 글쓰기'를 하나요?

다독가가 나서서 "매일 독서(책 읽기)를 하세요!"라고 할 때, '특별한 사람이나 매일 읽는 거지' 하는 오해 금물입니다. 그 말이 '하루1권 완독'을 의미하진 않 테니까. 매일 한 챕터, 한 페이지, 심지어 한 문장을 읽고서 오래 곱씹어 사유하는 것만으로도 때론 충분한 독서 행위가 됩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날마다 글을 쓰라'는 말이 꼭 '날마다 반드시 완성하고 공개하라'는 말은 아니라는 거죠. 글을 쓰기 위해 작가가 거치는 과정은 생각보다 깁니다. 그러한 작가의 일상 습관을 훔쳐서 나에게 맞도록 적용해보면 도움이 되는데요. 모든 작가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걸 아시나요? 그건 바로 ...


글 쓰는 그 시간만큼은
무섭게 '몰입'한다는 사실입니다.


글 쓰는 과정에서 얼마나 시선과 생각을 빼앗기지 않고 글쓰기에만 집중했는가, 방해에 구애받지 않았느냐가 작가의 지속 여부를 가르는 관건이 됩니다. 근데 글쓰기 과정이라는 건 단지 원고지에 원고를 쓰는 그 시간만 콕 집어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전부터 독자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일련의 과정이 있습니다.


공개된 결과물(글)만 보는 독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하기 쉽죠. 보통 작가들이 처음부터 머릿속에서 체계적으로 다 정리한 후, 문장 작업은 아주 빠르게 해서 독자에게 바로 노출한다고 요.

퇴사학교 글쓰기 정규강의 중

그건 오해입니다. 내가 오천 년 만에 나올까 말까 한 천재 작가가 아니라면, 일필휘지 따위는 아예 [보기]에서부터 지워 버리길 바랍니다. 독자 관점에서는 보이지 않는, 작가만의 과정이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독자가 보지 않기에 가능한 글쓴이만의 프로세스(과정)이기도 죠. 보통 독자는 이를 생략하기에 '독자가 있는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여기서 흔히 오류를 범합니다.


우리가 글쓰기를 어렵게 느끼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죠. 그중 하나가 '원고화'하는 데 서툴러서 두렵다는 점입니다. 원고 집필 직전 과정은 비공개일 테니 은밀한 작가만의 시간이겠죠.


그 비밀스러운 과정을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오직 제 강의에서만 공개하고 강의록인 제 책 <너도 작가가 될 수 있어>에서 밝힌 이동영 작가의 노하우입니다. (브런치에도 살짝 공개한 바 있습니다) 

http://naver.me/xT8kP0D9

※여러분, 글쓰기에 정답이 있을 리 없잖아요? 이건 제 노하우이니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처음부터 치밀하게 설계한 후 원고화하는 스타일 등과는 아래 방법이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중앙대학교 글쓰기 특강 중

처음은 이름하 [①발상 단계]입니다. 하나의 주제로 수렴하기까지 자유로운 발상 단계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여기서 독자를 의식하면 진전이 안 됩니다. 나에게만 집중하는 단계로 이해하고 실습해보면 편할 거예요. 글의 형태가 아니라 관찰, 성찰, 고찰에 빠지는 순간까지도 이 단계에 포함합니다.

수시로 수집하고 기록하여 넓게 펼쳐놓기
브레인스토밍(머리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폭풍 몰아치듯 기록)
기록 = 녹음, 녹화, 리뷰, 사진, 아이디어 메모 , 그림 그리거나 낙서 하기(비주얼 싱킹-마인드맵 등등)
멍 때리기(새로운 생각을 채우기 위해  비우기)

이 모든 발상의 순간이 글쓰기의 시발점이 됩니다.  

약손명가 집체교육 중

그다음은 [②정리 단계]입니다. 역시 독자는 의식할 필요가 없습니다.

펼쳐놓은 것을 글답게 추리기
에세이면 에세이답게, 소설이면 소설답게 등등 틀에 맞춰 정리하기
소주제 천착(파고들기)하기
막연한 낙서나 사진을 가지고 문장 만들기(문장화)
한국장애인재활상담사협회 보수교육 글쓰기 특강 중

어느 정도 정리를 했다면 여러 번 읽으면서 고치고 다듬는 [③퇴고 단계]를 거칩니다.

[퇴고 단계]의 핵심은 이 전 단계들과는 달리 '독자를 염두에 두는 기획'이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공개하는 글에 필요한 기본(문법/맞춤법)과 상식(인문적 태도, 시대인식 등)
시의적절 여부 확인
논리 검증
공감/정보/감동/교훈 등의 요소
적확성(팩트체크)

등이 퇴고 단계에서 거듭 이뤄지게 됩니다. 위에서 제가 '원고화'라고 말하는 건 뜬금없던 발상들이 [정리]와 [1차 퇴고]로 '글다워지는 지점'입니다. [1차 퇴고]라고 굳이 번호를 달았다는 건 2차, 3차... 퇴고가 이어진다는 말이겠죠?


우린 속도가 느린 [발상 단계]와 더 치열해서 지루한 과정인 [1차 퇴고] 단계를 생략하고 [정리] 후 곧바로 공개하는 우를 범하곤 합니다. 그다음 이불 킥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 되지요. 바로 공개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오히려 운이 좋은 게 아니라 나쁜 겁니다. 인정받은 경험을 살려 그 생략된 과정만 반복하게 될 테니, 자꾸 글 발행이 충동적이고 글쓴이로서 발전이 더딜 수밖에요. 글쓰기를 제대로 하고자 한다면 냉정하게 자신을 수시 객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이건 저를 포함해 모든 작가에게 똑같이 적용됩니다)

서울시청 글쓰기 특강 중

자, 이제 조금 감이 잡히셨나요? [발상]-[정리]-[퇴고] 후 비로소 공개를 해야 한다는 이동영 작가의 말이요. 우리가 그토록 글쓰기 강의와 글쓰기 책에서 접한 이 말, '글을 매일 쓰라'는  매일 '(완성글을)공개'하라는 말과는 다릅니다. 처음 글쓰기를 제대로 시작하고자 한다면 이 방법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공개하는 글을 위해서 매일 쓰되, 매일 공개할 마음까진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겠죠? 최대한 쓰고 고치는 일의 반복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걸 글쟁이들은 '습작'이라고 표현합니다.


대신 우리 모두 정확하게 해 둘 지점은 있습니다. 어느 정도 습관이 된 다음에는 '최대한 완성'하길 바랍니다. 마무리하지 못하고 발상-정리 단계에서만 그치면 곤란합니다. 이 말이 좀 잔인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쓰기 습관 형성이 채 되지 않은 글쓰기 입문자에게 '완성하는 글쓰기'는 마치 '완벽한 글쓰기'를 강조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할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건 방향성의 제고 차원에서 습작 좌우명 정도로 담아두시면 좋겠습니다.

습작은
Perfect(완벽한 글쓰기)가 아니라,
Finish(완성하는 글쓰기)가 되어야 한다.


돈을 버는 작업이면 눈에 보이는 보상이 있겠지만, 글쓰기는 아무리 해도 쌀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답답한 마음이 들 겁니다. 독자의 반응이 있으면 그나마 가시적이다 보니 공개하고자 하는 충동이 센 것이겠죠. 저는 이런 면에서 볼 때 글쓰기를 단순히 '기술'이라고만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술+예술'의 영역에 글쓰기는 있습니다. 공개하여 타자에게 영향을 미치기 직전까지 기술적인 것 외에도 글쓴이 자신의 영혼을 바쳐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문학적인 글쓰기(소설, 희곡, 평론, 시)뿐만 아니라, '생활 글쓰기'라고 말하는 에세이(수필) 역시도 기술만으로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술과 방법을 뛰어넘은 자세와 태도는 그래서 중요합니다.

대구 정동고등학교 저자와의 만남(글쓰기 특강)중

이제 글쓰기를 '매일 써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선뜻 글쓰기가 어려웠거나 너무 충동적으로 매일 짧은 글을 남발하던 자신이라면 잠시 성찰의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끝내 '완성하는 글쓰기'를 목표로 달려가기 위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건 [발상 단계]의 몰입입니다.  

메모를 해도 좋고 녹음을 해도 좋고 작품(영화, 책, 전시, 공연 등)을 감상해도 좋고 수다를 떨거나 토론을 해보거나 강연을 들어도 좋겠습니다. 그것을 기분 내기로만 그쳐선 안 됩니다. 오롯이 집중해보세요. 거기에서 단 하나라도 인사이트를 건져 올려 자기화할 수 있는 영감으로 이어가야 합니다. 그건 곧 내 할 말을 정확하게 구사해내도록 꾸준히 쌓 수시로 [정리]하는 일입니다.


조정래 작가는 영감이란 게 '반짝'하고 오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축적된 사고의 순간적 발화"라서 '영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질문하고 확인하는 일입니다. 남의 답이나 결론을 흉내 내지 않고 나의 생각을 해내는 일부터 하면 내 고유한 글쓰기가 비로소 시작됩니다. 매일 글쓰기의 해답은 여기에 있습니다.


글_이동영(작가•글쓰기 전문강사)

강의 문의: Lhh20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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