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만 조회수를 넘고, 내 브런치 계정의 조회수 1위를매일 기록하는글이 있다. 그 글을 보고 브런치를 첫 구독하거나 특강에 수강 신청한 분들이 꽤 많았기에 내겐 효자 게시물인 셈이다. 댓글 반응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고, 공유 수도 엄청나다. 그런데 얼마 전그 글 밑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ㄴRe: '작가라는 분이 어린 왕자에 나오지도 않은 말을나왔다고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인용합니까? 출처 좀 제대로 확인하세요'
나는 '뭐지? 이 사람?악플러인가?' 하며 바로 웹검색을 했다. 어린 왕자에서 같은 구절을 인용한 몇몇 칼럼을 확인하고선'그럼 그렇지'하며 해당 댓글을 당장 삭제했다. 이 악플을 남겨두면 저 사람이 부끄럽겠다고 생각했다. 나름 인기글 작가의 배려였다.
그 인용구는 다음과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 줄 아니?”
어린 왕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
“글쎄,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사막여우는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나는 이를 차용해 그 인기글에 '어린 왕자에 나온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 아니던가?'라는 문장을 쓴 것이다. 그렇게 칼럼 확인 후 댓글을 삭제하고서 씩씩거리고 있는데 뒤통수가 쎄-했다. 뒤를 휙 돌아보니 책장 윗쪽에 꽂혀있는 <<어린 왕자>>. 그래, 한번 읽어보자.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건...
응? 사막 여우가 등장한 부분에 이 문장이 없네? 다음 챕터도... 그다음 챕터도.. 없.. 네?에이 설마...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이 문장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전자책 뷰어를 열었다. 구입해서 다운로드해놨기에 바로 검색창에 '어려운 일' '사람의 마음' '마음을 얻는 일'등을 넣어 검색해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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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정말 입 밖으로 '헐'이라는 말이 새어 나온 뒤 얼굴에 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이불킥
악플인 줄 알고 삭제했는데, 이건 뭐 내 글을 삭제해야 할 판이었다. 작가의 양심상 삭제를 해도 모자라지만 차마 공유수와 조회수를 보고 그럴 순 없었다. 그 악플(?) 아니, 정당한 피드백 댓글의 진원이 나의 문제에 있었단 걸 깨달은 순간은 이미 늦은 뒤였다. 그 댓글의 주인공을 찾을 방도가 내겐 없었다. 너무나도 송구한 마음이 들었지만 내가 취한 조치라곤 고 부분만 살짝 수정한 것뿐. 부끄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지금도 그글에 좋아요 알림이 뜰 때마다 부끄러움은 무한반복된다.
이불킥2
글을 아무리 잘 쓰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면 무엇하랴. 퇴고 단계에서 인용구를 제대로 팩트체크 못하고 넘겼다는 건 작가로서 뜨겁게반성할 일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던 때의 자세처럼 겸허해졌다. 내가 옳다고만 생각해 끼워 맞추려 한 확증편향, 자기 확신의 치명적 오류에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피드백을 해준 독자 분께 다시 한번..이 아니라 최초로 사과 말씀과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객관화, 글쓰기에서는 '퇴고'가 아닐까. 인용할 때는 재인용보다는 교차검증•사실확인•원문확인 꼭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