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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Dec 05. 2019

글을 쓰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댓글이 두려운 이들에게)

생각보다 재밌을 거예요. 글쓰기.

제 글쓰기 강의에'20분  글쓰기'에 참여한 수강생분들은 하나같이 말합니다.


글 쓰는 건 어려운데,
요거 재밌는데요?
쉽진 않았습니다.
근데 개운해요!


제 강의를 수강하는 분들은 이미 스스로 글쓰기에 능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럼 강의할 필요가 없겠죠. 초급 수강생이 제 강좌의 주 대상입니다. 그러니까  후기는 거의 처음 써보거나 제대로 쓰겠다는 태도를 가 이들이 얻는 공통 인사이트인 셈이죠.


'글쓰기, 요거 생각보다 더 만만하진 않네. 근데, 막상 써보니 기분이 꽤 괜찮아?'


저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글쓰기 '만만하지 않게' 느끼는 것인 동시에, 글쓰기의 효용성이 '성과'에만 있지 않고 '과정'에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낀 후기이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글쓰기 수업의 본질을 체험한 것이죠.


굳이 '힐링 글쓰기'라는 타이틀을 내세우지 않아도 글쓰기 수업에 참여한 분들은 스스로 힐링을 느낍니다. 비로소 글쓰기란 '도구'를 이해하는 첫 순간인 거죠. 그 첫 경험을 한 이후 세상은 사뭇 달라 보입니다. 내가 모르고 있던 세상이 하나 열리는 거니까요.

한마디로,
'글을 쓰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입니다.

 

글쓰기가 쉽고도 어려운 이유

글쓰기는 접근성이 높은 도구입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9명 꼴로 있다는 스마트폰(출처: 방통위, 2018)으로 언제든 누구나 쓸 수 있죠. 실펜과 종이만 있어도 되고요.


막상 쓰면 다 씁니다. 실습을 하는 이유가 그 지점이거든요. 누군가에게 읽히는 본격적인 글쓰기를 거의 처음 해본 분들이 '어 써지네?' 하는 체험을 하도록 철저히 기획된 수업이니까요.


하지만 쓰는 행위가 어려운 이유는 그만큼 '누구나 할 수 있어서'라는 아이러니가 있죠. '비교'로 곧 이어지 때문입니다. 글쓰기를 배우러 온 초급 입문반 수업임에도 이를 순간 망각(?)하고 맙니다. 20분 글쓰기 시간까지도 본능적으로 '잘 쓰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욕망이 발현되다 보니 몇 배로 어려움을 느끼는 겁니다.


마음을 비 과잉된 자의식을 내려놓은 분들은 오히려 지금 그대로의 글쓰기 실력을 드러내기 때문에 더 많은 걸 얻어갑니다. 도리어 잘 쓰려 의식한 마음이 강한 사람일수록 막상 개선점 피드백을 듣고 나서야 '아 글쓰기란 게 내 실력보다 더 잘 쓸 수도 더 못 쓸 수도 없구나'란 걸 깨닫게 되지요.


글쓰기 실력은 감각의 영역에 있습니다. 기성 '작가'의 실력과 자신의 글을 비교하면 자연히 어려움을 느낍니다. 이해는 되지만, 한번 따져보죠.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같은 처지의 수강생끼리 비교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그건 겸손이 아니라 잘못된 태도라고 콕 집어 말씀드리곤 합니다.


글쓰기는 상대 우위를 점하거나 열등감을 느끼는 '자신감'으로 하지 않습니다. 취약한 감정은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거든요. 글쓰기는 내 결핍된 실력 그대로를 인정한 채 시작하는 '자존감'으로 하는 겁니다. 이 자존감이 갖춰지면 자연스레 상대적인 비교나 성과가 아니라, 절대적인 성장과 과정에 집중하게 됩니다.


처음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답게 글을 쓰는 태도는 무엇일까요? 재차 강조하지만, 힘을 빼고 잘 쓰려는 마음을 비우는 겁니다. 완성에 집중하기보다 완벽할 것을 스스로 채찍질하면 내 한계의 직면을 피할 뿐입니다. 내 한계를 알아야 나의 최선이 어디까지인지,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는지 출발선을 좀 더 명알 수 있죠. 그래야 꾸준히 글을 썼을 때 내 과거의 글과 지금의 글을 비교하며 부끄러워할 수 있습니다. 부끄러움은 성장의 방증이니까요.


자, 다시 정리해볼까요?

글을 누군가에게 읽도록 해서 자신(수준, 사연, 생각, 글쓰기 실력 등)을 드러내는 행위에 두려움을 느끼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일기를 제외한 글이라면 타자를 의식하는 공공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초급자에게 이 두려움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작가가 되고서도 퇴고할 때는 늘 독자가 볼 만한 글인지 의식해야 하는 문제에 당면하니까요.


두려움을 설렘으로 바꾸는 방법 - 독자 피드백

그럼 이 두려움을 설렘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네, 예상하셨겠지만 '자꾸 쓰고 드러내 보는 수밖에'없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요? 확실히 써보면 다릅니다. 써보면요. 글쓰기를 맞닥뜨리는 감정이 '어려움'하나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정말 혼자 글쓰기가 어렵다면 글쓰기 모임 혹 강좌에 문을 두드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요즘은 도서관이나 지역센터 등에서 개설하는 무료 강좌도 많이 있고요.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유료로 투자해보는 것도 자신을 위한 선택이니 추천합니다. 긴장하면서 객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면 행복해질 용기를 내보세요. 솔직, 담백, 당당해지는 내 글쓰기의 성장과정을 만끽하게 될 겁니다.


만약 프라인 모임이 꺼려져서 혼자 레이닝 고 싶다면? 방법이 아주 없진 않습니다. 제가 혼자 시작했거든요. 누군가에게 글쓰기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그저 내가 비판적인 피드백을 감수하고 객관화하는 태도를 견지할 수만 있면 준비는 끝납니다. 블로그나 브런치를 시작하는 것으로 독자가 있는 글쓰기 훈련을 꾸준히 할 수 있니까요.

https://brunch.co.kr/@dong02/1565


많은 분들이 이 공개해야 하는 어려움, 비판받을지도 모른다는 난감한 때문에 글쓰기를 꺼려합니다. 이게 심하면 글쓰기를 굳이 안 해도 됩니다. 근데 하고 싶은데도 그걸 타파할 수가 없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1) 대안이 없는 비판은 비난이다. (내 문제가 아님)

2) 그 댓글을 남긴 사람이 정답이 아니다. (쿨하게 참고만)

3) 다만 내가 그것을 의견으로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라면 객관적으로 내 글을 바라보고 더 나은 방향을 생각해보자.

내 주변에 있는 글쓰기 비전문가에게 내 글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은 출발입니다. 멘털이 약한 편이라면 우선은 각오를 하고 상처를 허락한 이들에게 먼저 보여주세요. 그리고 이렇게 물으세요.


느낌이 어때?
어떤 게 남았어?


그들 역시 기성 작가들의 글을 접하는 독자로서 하나의 느낌과 의견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교차 피드백이 훨씬 좋겠죠?


'난 이 글을 읽고 이렇게 읽었어. 솔직히 난 이렇게 받아들여졌어.' 하는 피드백이 있다면 아주 좋은 주변 독자를 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읽기가 좀 어려웠다던가, 글쓴이의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졌을 때가 있겠죠? 그때, 저항하거나 당황하기보다는 '아, 이렇게 썼을 때 저렇게 느낄 수도 있겠구나!' 하며 나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오는 것(객관화 작업)도 중요합니다. 나 보기에만 좋고, 고립된 세계에서 나 혼자 만족한다면 전달력에 있어서도 표현력에 있어서도 발전이 더딥니다.


물론, 기본이 갖춰져 있는 상태에서 '자신만의 예술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것과 기본부터 갖춰야 하는 것과는 상식적으로 구분할 줄 알아야겠죠? 내 색깔이 분명한데 이 깊이를 세상이 아직 모를 뿐이라고 이미 판단했다면 과감히 밀고 나가보세요.

그리고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공개 심사받는 걸 도전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다양한 비평을 받아 보면 그것이 새로운 나만의 색깔인지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것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예술적으로 혹은 대중 상업적으로 접근하는 건 출발이 다르기도 하니 말입니다. 그러나 혹자는 재능 없는 열정의 비극이라고 했어요. 인정하고 깨달아가면서 나만의 색깔을 찾아가야 하지, 처음부터 우기기만 하면 끝이 없습니다.


다시 돌아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때 유의해야 할 점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종종 너무 친한 사이에 서로 '생략'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다 보면 표현의 구체성을 덜 고민할 수가 있는데요. 주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땐 그걸(생략을 눈감는 것을) 감안하는 전제로 해야 객관적인 독자를 사로잡는 글쓰기에 더욱 효과적이겠죠?


이런 지점에서 저는 주변 피드백과 동시에 온라인 상의 블로그나 브런치에 공개 발행하여 불특정 다수에게 피드백받는 걸 권장합니다. 후에 원고가 완성된 경우에는 브런치북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응모하거나 수십 군데 출판사에 투고해보길 권장합니다.


운이 좋다면 혹여나 글을 심사하는 전문가들이나 대중들로부터는 인정받는 등 그야말로 포텐이 터질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깨끗이 인정하는 걸로.

글쓰기의 끝은 책 출간일까 - 글쓰기의 도구적 이해
책 쓰기에 성공하는 것만이
글쓰기의 끝일까요?

아닙니다.


저는 글쓰기 강사이자, 책을 몇 권 출간해 베스트셀러도 잠깐(!) 기록한 작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여전히 상당합니다. 글쓰기는 '성공'이나 '성과'로 귀결되는 게 아니니까요. 글이 책이 되고 그게 시장에서 유통되면 또 다른 심판(?)이 기다립니다. 그땐 프로가 된 거잖아요. 다시 '신진작가'로서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립니다. 글쓰기는 어쩌면 '끝없는 시작의 반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망치'라는 도구가 앞에 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망치로 방에 시계 하나 달았다고 망치가 '성공'한 걸까요? 망치는 도구입니다. 망치를 활용할 때가 면 계속 쓰는 거예요. 글쓰기로 바꾸어 말하면 그 쓰임 받는 순간을 늘리는 것이 일상 속 글쓰기인 거고요.


'내가 언젠가 책을 내는 것'이 귀결점이라거나 성공이라고 정의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는 말입니다. 누군가에게 자연스럽게 말하듯 정제된 나의 글로 내 생각을 정리해 전달할 수 있다면? 얼마나 개운한 가요.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얼마나 다행한 일인 가요.


그것이 은유와 서사가 있으면 소설이 되는 것이고, 삶을 함축하면 시가 되는 것이고, 에피소드나 내 관점이 있으면 에세이(수필)가 되는 것입니다. 내 관점과 여러 근거를 들어 주장하면 칼럼이 되는 것이고, 다각도로 분석하면 평론이 되는 것이죠. (물론 간단하게 말해서 그렇다는 거지, 이게 문학을 설명하는 전부는 아닙니다)


글쓰기 실력은 타고나는 것일까

또 이쯤에서 의문이 듭니다.


'뭐 어차피 다 글쓰기 실력은 타고나는 거 아니야?'


.. 네, 맞습니다. 글쓰기 실력은 타고나는 겁니다. 글쓰기는요.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거예요.  


근데요.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타고났고, 특별하다는 게 저의 일관된 주장입니다. 그 정도로 친구와 '수다 떨' 실력이 있으면, 글쓰기도 꾸준한 훈련을 통해서 얼마든지 실력 향상이 가능합니다.

그 타고난 '정도'아직 두드러질 만큼이 아니거나, 그동안 글을 쓰는 환경에 자연스러운 노출 혹은 트레이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죠.


제가 늘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글쓰기는 내가 할 말을 정확하게 해내는 행위입니다.  말을 쌓고 그걸 정갈하게 풀어내어 독자에게 잘 전달하면 되는 겁니다. 그것이 반드시 타고나야만 하는 건 아닐뿐더러,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들 역시도 타고난 작은 재능을 갈고닦아(꾸준히 쓰고 고치고 다듬어)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이죠.

그러니 지금 당장 내 글이 별로라고 좌절할 것은 전혀 아니란 말씀입니다. 글쓰기를 하고자 마음 먹었다면, 호기심이 좀 생겼다면 쉽게 포기하지 마세요. 제 경험상 글쓰기가 다이어트나 금주•금연보다는 시작하고 지속하기 수월하니까요.


타고난 재능이 특출난 작가는 우리의 생각보다 소수입니다. 그 서점에 많은 책들이 다 글쓰기에만 특화된 유전자로 쓴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문학적인 창작의 영역은 물론 특출난 재능의 면모가 아주 없다고 할 수 없겠습니다만, 그것마저 꾸준히 쓰고 고치는 작가들의 루틴을 무시할 순 없는 것이니까요. 특히 제가 강의하는 '에세이'라면 오직 창작력만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기에 충분히 가능니다.

글쓰기, 또 하나의 일은 아닌가

그럼 또 의문이 들죠. '귀찮은데, 아니 당장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이 양반아, 난 글 쓸 시간이 없다고!'


네, 맞습니다. 그래서 못 쓰는 거예요. 글쓰기는 어제 똑같은 루틴으로 오늘을 살면 내일 더 잘 쓸 리 만무한 '도구'입니다. 다시 망치라는 도구를 생각해볼까요? 망치질은 직접 해봐야 정확하게 해낼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누군가 하는 걸 보고서라도 배워야죠? 그래서 글 잘 쓰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책을 많이 읽는 겁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두 작가가 되는 건 아니지만, 작들 중책을 읽지 않는 사람 없습니다.


읽으면 쓰고 싶고, 쓰면 책을 내고 싶어져요. 그건 인간이기에 그렇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영향력을 통해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은 본내재해 있거든요.


하나 더, 할 일이 너무 많을 땐 글쓰기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제 대답은 '네'입니다. 글쓰기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의 도구이기 때문이. 덜어내는 겁니다. 기록함으로써 날려버리는 거. 내가 기록하는 순간 정리가 되고요. 비워집니다. 정신의 휴지통마음의 휴지통을 비우는 행위가 바로 글쓰기인 거예요.


물론 글이 아니어도 가능해요. 표현 도구가 무엇이든 무관합니다. 다만 쌓인 걸 다 내려놓고 바라보거나 비워두고 필요한 것만 남겨두는 일. 그게 글쓰기라는 행위의 특장점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일이 하나 더 늘어나아닌 거죠.


어때요? 글쓰기에 한번 도전해보고픈 생각이 살~짝이라도 들었나요? 그럼 끄적여보세요. 엉뚱한 생각이든 눈 앞에 보이는 무엇이든 내 지금 기분이든 일단 써보세요. 고 난 후에 치열하게 고치고 다듬으면 되니까요. 그 상태를 공유하고 피드백 받으며 깨달아가면 되니까요.


글쓰기를 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보았으면 하는, 저는 글쓰기 강사 이동영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글: 이동영, 글쓰기 강사, 에세이 작가

인스타그램 @dong02insta
강연 섭외 Lhh20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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