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배운 인간관계론
이동영 미니에세이(대화)
친구에게 물었다.
"인간관계에서 말이야. '여지'를 남길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난 이 사람과 조금이라도 인연이 아니다 싶으면 여지 1도 없이 완전히 끊어 버렸는데, 문득 내 기준이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네 생각이 궁금해."
친구가 말했다.
"나? 나는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인가'의 여부로 결정해."
"투자?"
"응. 여기서 투자라는 건 돈이나 그런 게 아니라, 시간인데. 나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시간이거든. 돈으로도 살 수 없으니까."
"그렇지. 시간."
"다시 말해서 '내가 이 사람에게 내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가' 하는 거야. 지금은 비록 비루한 사람이어도 괜찮아. 지금 내 시간을 좋게 만들어주는 사람은 여지를 줘도 된다고 생각해.
근데 어떤 사람은 진짜 매력적이야. 하지만 같이 시간을 보낼 때마다 내 영혼이 탈탈 털려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여지없이 '안녕'인 거지."
무릎을 탁 쳤다. 단순히 감정적으로 판단하거나 '난 본래 예전부터 그랬다'거나 '작가라서 내가 독특하다'라거나 하는 합리화나 모호함이 아니었다.
'내가 가장 소중한 것을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가'하는, 날 위한 주체적 고민이 선행되는 지혜였던 것. 친구에게 한 수 배웠다. 데일 카네기 저리 가라 하는 인간관계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