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영 글쓰기 May 04. 2020

책임

이동영 미니에세이(단상)

두 아이의 아빠가 된 베프 놈이 매일 밤 돌아가며 울어대는 자식 얘기로 하소연이다. 싱글인 나는 진심으로 그 모습이 멋져 보였다. 입양한 고양이 한 마리에도 이리 쩔쩔매는 나인데. 생명을 책임진다는 건 과연 신의 미션이리라 생각했다.

태어나면 누구나 자기 자신의 생명은 책임지는 사명을 갖지 않는가. 그다음엔 자신을 보살핀 주변 사람을 책임지거나 혹은 버려진 존재를 품거나 내 유전자를 일정 기간 동안 무겁게 책임지게 된다. 죽음 혹은 주체적 독립. 그 책임의 기한은 명확하게 선이 그어져 있다.

어쩌면 작가는 태생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무겁게 책임지는 직업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강사는 자신이 쏟아낸 말을 무겁게 책임지는 직업이다. 개인이라는 존재 자체를 넘어 사회에서는 직업적 소명으로 책임이 주어진다. 어디 직업뿐이겠는가. 관계에서 나눈 모든 것들도 그러하다.

나, 그리고 나로부터 낳은 모든 건 내게 책임감을 부여한다. 똑같이 주어진 이 시간도 눈을 뜨는 순간부터 감을 때까진 나의 책임이고, 가난한 내 영혼을 매 순간 풍족하게 하는 일도 내 책임의 영역이다.

책임은 불편한 부담이다. '꾸짖을 책'자를 쓰는 것부터가 그렇다. 우리가 성숙하는 기점은 책임질 일이 주어지고 그걸 묵묵히 해낼 때이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때, 그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 우린 비로소 어른이 된다. 

글_이동영 / 캘리그라피_인스타그램 글밥캘리 @gl_bab 김옥선
강의•인터뷰•출간 문의
이동영 작가(글쓰기 강사)
Lhh2025@naver.com
작가의 이전글 친구에게 배운 인간관계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