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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Jan 14. 2016

스마트시대의 작가감성(2)

TEDx 전주강의록 & 인사이트 칼럼


스마트시대의 새로운 울림
작가감성_ 두번째 이야기

다음은 제가 TEDx 강연 시에 제안했던 '작가 감성을 갖는 세 가지 실천방법'입니다.
첫째, 검색 너머의 사색하기
둘째, 인증하기 전에 느껴보기
셋째, 주체성을 가지고 표현하기

오늘은 시리즈 중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인증하기 전에 느껴보기


세계에서 가장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어디일까요?


조사했던 최근 기사를 보니,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파리의 에펠탑 앞에서 사진을 찍은 관광객 중에, 에펠탑의 진가를 느껴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자고로 관광(觀光)은 주역에 나온 관국지광(觀國之光)의 준말로, “나라의 빛을 본다, 나라의 형편을 살피다”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 곳의 본체의 것’을 본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오늘에 와서 그 의미가 퇴색이 되어버렸습니다.

여행사에서는 자유여행과 코스관광 패키지를 구분해 판매상품으로 마케팅할 정도가 되었죠.


관광이든 여행이든 중요한 것은 하나입니다. 얼마나 그 곳에 가서 교감하고 소통했는지, 내가 그 곳에 머무는 동안 어떤 영감을 얻고 왔는지에 따라 내 일생의 의미로 채워질 수가 있겠지요. 물론 모든 여행이 의미를 채우기 위해서 가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여유와 쉼을 찾기 위해서 훌쩍 떠나거나, 출장 중 잠깐 시간이 나서, 사람에 따라서는 먹을거리나 자랑거리를 취하기 위해 떠날 수도 있으니까요.

여기에서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이겁니다.


인증하기 전에 온전히 느껴보자.


요즘은 눈물이 흘러도 ‘눈물셀카’를 찍는 시대이지요.

먹을 것 앞에선 찍어서 공유해야 왠지 뿌듯합니다. 이는 트렌드라고 하기엔 도리어 소중한 순간, 인간 고유의 감성을 무너뜨리는 것만 같아 아쉽습니다. 인화를 하지 않는 한, 사진이나 스크랩으로 남겨놓고도 그게 쌓여갈수록 다시 안 보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죠. 느낀 것을 인증하는 것이 아니라, 인증하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느낌에 다가가는 현상은 순서와 목적이 뒤바뀌었음에도 더이상 어색한 현실이 아닙니다.


그렇게 우리는 '내가 느끼기'보다 누군가 순간적으로 봐주면 그걸로 만족하고 맙니다.

SNS를 한글로 잘못 썼을 때
‘눈’이라는 글자가 나오는 것처럼,
우리는 온통 시선에 노출되어
결핍을 증명합니다.


온전히 느껴본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을, SNS는 주목받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의 결핍으로 넘쳐납니다. 나보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을 보며 열등감으로 좌절하던 순간을 잊고,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 내가 행복해 ‘보이는’ 장면을 노출하고자 합니다.      

만약 그랬다면 이제부터는 기분을 ‘내는 것’ 말고 먼저 온전히 빠져보세요.

남에게 인증할 틈도 없이 그 자체로 자신의 인생이 됩니다. 더 풍성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죠. 작가들은 그 힘으로 작품을 창조해내기 때문에 저는 이것을 ‘작가감성’이라고 말합니다.


사진: 이동영

한 가지 이야기를 더 해드릴게요.저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보다 더 많은 영감을 준 것이 있습니다. 제가 들고 간 이석원의 산문집, ‘보통의 존재’였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동행인과 각자 자유롭게 관람 후 출입구 앞에서 만나자고 했지요. 그 날은 무료 개방을 하는 날이라 사람들이 많아서 출입구에서부터 망설였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모나리자는 봐야지.’ 해서 들어갔습니다.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모나리자를 보려면 루브르 박물관의 유명 작품들을 거의 다 관람할 수 있는 동선이라 방향치인 저에게는 이쪽저쪽 다 헤매면서 관람을 하고 왔지요. 미리 학습해둔 그림들은 모르는 그림들에 비해서 온 몸으로 흡수되는 경험을 하며 사람들의 시선에 지쳐 눈썹이 빠진 모나리자까지 다 보고 나왔습니다.

바로 출입문 옆에 분수대에 걸터앉아 이석원의 산문집 ‘보통의 존재’를 꺼내들었지요. 한 장을 읽는데 왜 이리도 벅차고 좋은지요. 푹 빠져 읽다가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고개를 한 번 들었는데 이 풍경이 제 눈앞에 펼쳐진 것이었습니다. (사진 상단 참조)유럽을 생전 처음 가 본 제 기분이 어땠을까요? 지금도 이 사진을 보면 그 벅차오름이 느껴집니다.


미래의 나에게 보여주기 위해 저는 이 순간을 남겼습니다. 기록의 기능으로서 인증을 하는 것은 언제나 좋지만, 그보다 내가 온전히 느낀 후에 사진에 담는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SNS에 올렸던 사진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감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칭찬을 하는데 넌 영혼이 없이 말한다.’하는 농담이 있죠. 그처럼 잊히는 사진은 혼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본 강연은 2014년 3월에 있었음.) 먼저 찍는 데에만 급급한 사진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은 먼저 내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의 주체를 나로 확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타인의 시선 의식이 반복되면 자극적인 게시물을 계속 올리게 되고, ‘좋아요’가 눌리는 것을 보고 착각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다가 우리 모두는 외로워 죽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진짜 이야기는 사라지고
순간적인 끌림만 난무하게 되는 것을
진정 바라시나요?


혼자 있을 때나 함께 있을 때, 순간적인 끌림이나 계속되는 메시지 알림을 이겨내고, 먼저 마음의 울림을 느끼는 작가감성,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TEDxJeonju에서 실제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칼럼입니다.

인스타그램: dong02insta
#이동영작가

'당신에겐 당신이 있다'저자 이동영(감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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