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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Jul 17. 2020

비법을 숨겨야 하는 이유 vs 숨기지 않아도 되는 이유

인생도처 유상수, 내가 '고수'를 의식할 때.

내가 글쓰기책을 쓰려고 할 때, 혹은 강의에서 써먹을 인용구를 찾으려 할 때 포털을 검색면 매번 놀란다. 내 쓴 글이 검색 결과에 채기 때문이다. 내 SNS에 올린 글을 다른 기업 SNS 운영자가 게시물 인용하는 경우도 많고, 내 포스트가 노출되는 경우도 꽤 있다. 내 이름으로 검색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내가 뉴미디어, SNS 채널을 남들보다 활발하게 사용하는 탓도 있겠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거기에서 얻은 결론.

정작 제야의 초고수들은
비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물음이었다. 모든 걸 다 알려주는 고수가 아니다. 진정한 고수는 적절히 숨긴다. 그 노하우를 돈으로 환산하여 최종의 것은 남겨두거나 한다. 근데 나는, 너무 많이 (공짜로) '밝혀온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돌이켜보면 덕도 있었다. 내가 의도적으로 노출한 그 수많은 게시물들 에 커리어보다 과분한 인정과 사랑을 받으니까. 공하거나 인맥이 있거나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오로지 온라인에 노출된 글 덕분에 수천 명을 만나 500여 회 강의를 하는 호사누렸다. 


이제 슬슬 나도
초고수 모드에 들어가야 할까?


행여 내가 유료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걸 너무 퍼주는 건 아닌지 몰라. 그래, 내가 바보짓을 하는 거일 수도 있다. 무료로 푸는 순간 그 가치의 넓이와 깊이를 모르는 사람은 '공짜 글' 정도로만 인식하기 때문이다. 


젠가는 이런 적도 있었다. 강의가 끝나고 모 시청에서 강의안 원본 파일을 그대로 시장실 홍보팀에 넘겨주십사 요청했는데, 내가 그냥 준 적도 있다. 그러고 나서 이불 킥을 오만 구천 사백 칠십 이만 다섯 번쯤은 했다. 내가 왜 그걸 공짜로 주었나. 이 바보 천치야.


백종원 대표와 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요리를 좋아한다는 점이고, 차이점이 있다면 백 대표님은 비즈니스 감각이 어렸을 적부터 탁월했던 데 비해 난 이제야 겨우 이불을 차며 깨달았단 점이다. 인정해야 한다. 난 호구였거다. 과거를 떠올리며 오그라드는 이런 순간이 오면 내 머릿속에선 합리화와 객관화 작업이 동시에 이뤄진다.


 난 숨길 게 있긴 했던 걸까?


그동안 나는 웬만하면 다 퍼다. 돈을 많이 주는 강의든 적게 주는 강의든 좋은 질문이 들어오거나 내가 컨디션이 최상인 날에는 유독 다 쏟아부었다. 그리고 끝나자마자 돌아곤 했다.


'아, 이거  내 것은 안 남기고 다 주었구나.'


여기서 '남겨주려고' 사람들의 긍정적 변화이다. 내가 신나서 강의를 했지만 변화가 보이지 않거나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분들이 있을 때, 그만큼 허탈한 건 없다.


'내 것'이란  몫, 즉 노동+움직임 대비 수익이다. 봉사가 아닌 생업으로 강의를 하는 내가, 사명감에 불타올라서 또 수완 없는 비즈니스 활동을 해버린 거다. 사람을 돈으로 보지 않고 오직 변화할 수강생으로 바라보았다. 이게 결코 나쁜 건 아니지만 나는 녹초가 되고, 내것은 적게 남기는 손해 보는 강의가 반복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를 올리는 건 내 책임에 달려있는데 말이다. 그것까지 강사로서 갖춰야 할 능력이란 걸 몰랐었다.


내 이런 면을 알고 이용하는 곳도 극소수지만 있었다. 예를 들자면, 알고 보니 예산이 충분한 엄청 큰 기관인데도 내 초기 무료특강 전적이나 공한 글을 보고서 산이 없다거나 어렵다며 아주 싼 값에 날 섭외한 경우. 그래서 지금은 사전에 강사료 조율을 한다. 난 어차피 최선을 다해 최고의 강의를 할 테고, 그곳은 가능한 예산 범위 내 최대로 날 섭외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셈이다. 이런 과정에서 깨달았다


어차피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진실을. 모두 저마다 자기 식대로 해석하기 바쁘다. 봐도 모르는 사람이 초보이고, 알아도 아예 거들떠도 안 보는 사람이 하수라면, '내 멋대로 소화하기'는 중수쯤 된다. 고수는 무엇이 다를까. '물음'을 던지는 람이다. 의심하면서 받아들일 것을 필터링다. 은근슬쩍 호기심을 갖고 천착다. 수용하고 질문다. 초고수는 역시 한 수위. 모르는 척 슬쩍 확인 절차를 밟은 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결론은, 초고수를 만나지 않는 이상 내 영업비밀은 숨기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다. 다만 공유되어 버리지 않도록 저작권을 잘 지켜야 하는데, 온라인에 올라가는 건 보이지 않는 초고수의 몫이 되어 버리니. 강사 초고수들은 나처럼 무료특강을 한 전적부터 고생해서 얻은 이 업계의 노하우까지 철저히 혹은 적절히 숨기는 것이다.


내가 바보이기도 했지만 이용자의 인식도 개선되어야 한다. 글로 공유되는 콘텐츠가 '당연히 무료'라는 인식. 텍스트로 된 '유료'콘텐츠는 여전히 결제하기가 아깝다는 인식이 바뀌어서 자연스럽게 유료 플랫폼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비법을 거의 아낌없이 책과 브런치 등에 공유하지만, 막상 수강생들을 만나면 책이나 브런치를 제대로 안 읽은 분들이 많았다. 99%정도..? 또 현장에서 말로 풀어내는 강의는 텍스트보다 훨씬 생생하기에 기꺼이 유료 접근성이 높은 점도 있다. 많은 분이 이렇게 수강후기를 남긴다.


역시 직접 들으니까 확실히 다르네요


직접 듣는 사람들은 공개된 무료 텍스트보다 훨씬 입체적인 '체험'을 하기에 그렇다. 실습하고, 실시간으로 질의응답과 피드백이 있으니 확실히 다른 것이다. 그러니까 나 같은 실시간 현장 강의에 강한 강사의 비싼 노하우(비법)는 초고수에게 뺏길 염려를 제외하면 공개해도 된다는 결론. 가끔 나도 그런 초고수가 되어 티 안 나게 지식을 훔칠 때가 있을 텐데. 그래, 그냥 공개하기로 하자. 찐을 맛보려면 어차피 초고수든 초보든 날 만나서 직접 들어봐야 할 테니까.




매일 공개 글쓰기 16일 차 no.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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