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도 사흘 뜻과 4일이 헷갈리던 때가 있었다(문해력)

댓글이 기사 본문보다 하드캐리한 날. 사흘은 4일이 아니라 '3일'입니다

by 이동영 글쓰기

요즘처럼 실시간 검색어를 보며 느끼는 감정이 '충격과 공포'라는 단어와 딱 맞아떨어지는 때도 없을 것이다.


곧 종식될 것만 같던 코로나 19의 (종교집단 발/클럽 발/학원강사의 거짓말 발/등을 통한) 지속, 오랫동안 우리나라 수도를 책임지던 수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수돗물 유충 신고 사태 등등. 목숨과 연계한 즉, '죽고 사는 일'에 있어서 우리에게 부정적 이슈는 검색을 안 하고는 못 배기게 한다.


그런데 오늘, '충격과 공포'를 자아낸-하루 온종일 실검(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를 자리하고 있는- 단어가 있었으니... '사흘'이었다.


내용인 즉슨, 본래 국가공휴일인 8월 15일 광복절이 '토요일'이라는 것부터 본 이슈는 시작했다. 금일(금요일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한 국무회의 결과, '8월 15일(토)부터 17일(월)까지 총 사흘간 임시공휴일로 확정'됐다는 소식에 달린 댓글들이 논란이 되어 '실검'을 뜨겁게 달군 것.

'사흘'이 임시공휴일 발표 이후 11시간째 1위 기록 중


사흘이란 무엇인가?
네이버 국어사전 검색 결과 '사흘'
내 글쓰기 수업에서는 '네이버 사전 앱'을 다운받아 아는 단어까지도 수시로 보고 확인하라고 일러준다.

마이클 센델 교수가 유행시킨 질문, '정의란 무엇인가'처럼 결코 심오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으로 통용되었으리라. 누군가는 모를 수 있다.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것도 아니, 죄도 아니다. 람은 실수한다. 나도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실수를 했는지 셀수도 없다.


그러나 모르는 채로 객관화 없이 바득바득 우기며 남을 비난하는 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충격과 공포'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강하게 느껴졌다.

정말 죽고 사는 일 나셨다

이걸 두고 '댓글이 하드캐리'했다고 해야 하나. 아니, 몇몇 댓글은 요즘말로 '주작 냄새'도 좀 난다. 일부러 이 사태가 너무 웃겨서 단 댓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기자를 욕하고 나서 댓글러들이 '정의란 바로 이런 것이다'하며 뿌듯해 했을 표정을 상상하니 차마 애석한(슬프고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말하거나 댓글 달기 전에 생각했나요?
중요한 건 따지기 전에 생각하고, 실수를 했다면 반성하는 태도이다.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사흘 뜻이 '3일'과 같은 말이란 사실을 안 다음 저 댓글러들은 자신의 댓글을 찾아가서 지웠을까? 부끄러워 했을까? 아마 처음 실검에 '사흘'이 오르자, 또 한번 뿌듯해 했을지도 모른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그 장면을 상상하며 내 짠해진 가슴을 세 번 친다. 작가로서, 글쓰기 강사로서 역할을 다 해내지 못한 "내 탓이오"를 세 번 외치면서.


그래도 헷갈렸을 수 있다고 이해해본다. 이해란 동등한 관점에서 보는 거니까. 당신의 문해력은 노력의 영역이니 실질적 문맹임을 인정하고 리터러시 교육을 받거나 공부하면 된다. 노력이 부족했던 것 뿐이다.


나 역시 헷갈렸을 때가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사흘'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적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이었을까. (우연히 여름성경학교인지 수련회인지 가서 사도신경-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시며 하늘에 오르사-를 외웠던가 그랬을 거다)그땐 네이버 국어사전도 없었다. 정말 책으로 된 국어사전을 침으로 넘겨가며 찾아보거나 침을 튀겨가며 부모님께 여쭤봐야 했다. 다행하게도 나의 부모님은 정확하게 설명해주셨다. 나도 그때 어렴풋이 이런 질문을 했던 것 같다.


왜 사흘인데 4일이 아니라,
3일인 거예요?


부모님은 당황한 기색없이 친절했다. '사'로 발음이 되어서 동영이 네가 헷갈릴 수 있다만,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이렇게 센단다. 라고 말씀해주셨다. 부모님은 어렸을 적부터 어른들과 함께 오래 지낸 대가족파(?)라서 더 이렇게 날짜를 세는 말에 익숙했던 세대다. 사실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열흘'이란 말은 '열흘' 빼고는 지금도 30대 일상에선 낯선 표현이 아닌가. 그저 상식으로만 알고 있을 뿐, 이처럼 잘 쓰지 않는 말이 있다. 예를 들면 보통 나이를 셀 때도 비슷하다.


..... 서른..마흔..쉰..
예순..일흔..여든..아흔


어릴 때 보던 TV유치원이 '하나 둘 셋'이었는데 그것부터 시작하는 뒤 숫자가 '쉰'으로 넘어가는 순간 '오십'이라고 발음한다. 대부분은 '서른'부터도 '삼십'이라고 바꿔 말하기에 더 익숙하다.(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를 외치며 베스트라빈스써리원 술게임을 할 때 내가 그랬다) 순우리말이라곤 하지만 왠지 어른들의 언어인 것만 같은 느낌적 느낌.


댓글러, 특히 '악플러'들의 팩트체크 안 하는 버릇과 수준이 매우 잘 드러나는 '사흘'사태가 아니었나 싶다. '충격과 공포'라는 표현을 쓰며 위 댓글을 캡처해 올린 나의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에게 '사흘과 3일의 차이는 뭐죠?(웃음)'라고 내가 댓글을 다니 곧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나흘과 4일의 차이 정도
아닐까요(진지)


매일 공개 글쓰기 19일 차 no.19

p.s: 구독자 여러분!!8월 15일~17일까지 사흘간 황금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코로나19)손씻기 꼭! 마스크 챙기는 만큼(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