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영 글쓰기 Jul 21. 2020

나도 사흘 뜻과 4일이 헷갈리던 때가 있었다(문해력)

댓글이 기사 본문보다 하드캐리한 날. 사흘은 4일이 아니라 '3일'입니다

요즘처럼 실시간 검색어를 보며 느끼는 감정이 '충격과 공포'라는 단어와 딱 맞아떨어지는 때도 없을 것이다.


종식될 것만 같던 코로나 19의 (종교 발/클럽 발/학원강사의 거짓말 발/등을 통한) 지속, 오랫동안 우리나라 수도를 책임지던 수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수돗물 유충 신고 사태 등등. 목숨과 연계한 즉, '죽고 사는 일'에 있어서 우리에게 부정적 이슈는 검색을 안 하고는 못 배기게 한다.


그런데 오늘, '충격과 공포'를 자아낸-하루 온종일 실검(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를 자리하고 있는- 단어가 있었으니... '사흘'이었다.


내용인 즉슨, 본래 국가공휴일인 8월 15일 광복절이 '토요일'이라는 것부터 이슈는 시작했다. 금일(금요일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한 국무회의 결과, '8월 15일(토)부터 17일(월)까지 총 사흘간 임시공휴일로 확정'됐다는 소식에 달린 댓글들이 논란이 되어 '실검'을 뜨겁게 달군 것.

'사흘'이 임시공휴일 발표 이후 11시간째 1위 기록 중


사흘이란 무엇인가?
네이버 국어사전 검색 결과 '사흘'
내 글쓰기 수업에서는 '네이버 사전 앱'을 다운받아 아는 단어까지도 수시로 보고 확인하라고 일러준다.

마이클 센델 교수가 유행시킨 질문, '정의란 무엇인가'처럼 결코 심오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으로 통용되었으리라. 누군가는 모를 수 있다.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것도 아니, 죄도 아니다. 람은 실수한다. 나도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실수를 했는지 셀수도 없다.


그러나 모르는 채로 객관화 없이 바득바득 우기며 남을 비난하는 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충격과 공포'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강하게 느껴졌다.

정말 죽고 사는 일 나셨다

이걸 두고 '댓글이 하드캐리'했다고 해야 하나. 아니, 몇몇 댓글은 요즘말로 '주작 냄새'도 좀 난다. 일부러 이 사태가 너무 웃겨서 단 댓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기자를 욕하고 나서 댓글러들이 '정의란 바로 이런 것이다'하며 뿌듯해 했을 표정을 상상하니 차마 애석한(슬프고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말하거나 댓글 달기 전에 생각했나요?
중요한 건 따지기 전에 생각하고, 실수를 했다면 반성하는 태도이다.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사흘 뜻이 '3일'과 같은 말이란 사실을 안 다음 저 댓글러들은 자신의 댓글을 찾아가서 지웠을까? 부끄러워 했을까? 아마 처음 실검에 '사흘'이 오르자, 또 한번 뿌듯해 했을지도 모른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그 장면을 상상하며 내 짠해진 가슴을 세 번 친다. 작가로서, 글쓰기 강사로서 역할을 다 해내지 못한 "내 탓이오"를 세 번 외치면서.


그래도 헷갈렸을 수 있다고 이해해본다. 이해란 동등한 관점에서 보는 거니까. 당신의 문해력 노력의 영역이니 실질적 문맹임을 인정하고 리터러시 교육을 받거나 공부하면 된다. 노력이 부족했던 것 뿐이다.


나 역시 헷갈렸을 때가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사흘'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적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이었을까. (우연히 여름성경학교인지 수련회인지 가서 사도신경-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시며 하늘에 오르사-를 외웠던가 그랬을 거다)그땐 네이버 국어사전도 없었다. 정말 책으로 된 국어사전을 침으로 넘겨가며 찾아보거나 침을 튀겨가며 부모님께 여쭤봐야 했다. 다행하게도 나의 부모님은 정확하게 설명해주셨다. 나도 그때 어렴풋이 이런 질문을 했던 것 같다.


왜 사흘인데 4일이 아니라,
3일인 거예요?


부모님은 당황한 기색없이 친절했다. '사'로 발음이 되어서 동영이 네가 헷갈릴 수 있다만,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이렇게 단다. 라고 말씀해주셨다. 부모님은 렸을 적부터 어른들과 함께 오래 지낸 대가족파(?)라서 더 이렇게 날짜를 세는 말에 익숙했던 세대다. 사실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열흘'이란 말은 '열흘' 빼고는 지금도 30대 일상에선 낯선 표현이 아닌가. 그저 상식으로만 알고 있을 뿐, 이처럼 잘 쓰지 않는 말이 있다. 예를 들면 보통 나이를 셀 때도 비슷하다.


 ..... 서른..마흔..쉰..
예순..일흔..여든..아흔


어릴 때 보던 TV유치원이 '하나 둘 셋'이었는데 그것부터 시작하는 뒤 숫자가 '쉰'으로 넘어가는 순간 '오십'이라고 발음한다. 대부분은 '서른'부터도 '삼십'이라고 바꿔 말하기에 더 익숙하다.(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를 외치며 베스트라빈스써리원 술게임을 할 때 내가 그랬다) 순우리말이라곤 하지만 왠지 어른들의 언어인 것만 같은 느낌적 느낌.


댓글러, 특히 '악플러'들의 팩트체크 안 하는 버릇과 수준이 매우 잘 드러나는 '사흘'사태가 아니었나 싶다. '충격과 공포'라는 표현을 쓰며 위 댓글을 캡처해 올린 나의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에게 '사흘과 3일의 차이는 뭐죠?(웃음)'라고 내가 댓글을 다우문현답이 돌아왔다.


나흘과 4일의 차이 정도
아닐까요(진지)


매일 공개 글쓰기 19일 차 no.19

p.s: 구독자 여러분!!8월 15일~17일까지 사흘간 황금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19)손씻기 꼭! 마스크 챙기는 만큼(제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