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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Oct 09. 2020

넌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 한 거야, 알아?

가짜사나이2의 샘 김 '도중 퇴교' 장면에서 얻은 인사이트

이미지 출처: 유튜브 <피지컬 갤러리> 가짜사나이2 중


가짜사나이2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참 불편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그 본질적 속성은 자원한 참가자들의 100% 동의 하에 촬영한 것이어서 리얼 다큐 드라마 정도로 보면 좋을 듯하다.

샘 김은 오디션 프로그램(K팝스타) 준우승으로 인기를 얻은 가수다. 그런 그가 그 '빡세다'는 가짜사나이2에서 버티다 버티다 도중 퇴교하며 마지막에 교관의 명언을 남기게 했다.


"넌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 한 거야"


이 말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자극과 영감을 주었고 샘김 본인도 퇴교 후 인터뷰에서 후회와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샘 김에게 저 말을 하기 전 교관이 한 말의 맥락(콘텍스트)을 살펴보자.

"( 김, 퇴교-도중 포기를 알리는-)종 친다고 저 위까지 뛰어 올라갔어. 알아? 알아?"


그다음에 교관은 목소리를 깔고 말한다.

"넌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 한 거야."

그냥 뒷말만 보면 샘 김은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 한', 다시 말해 '끝까지 하지 않은 나약한 인간'으로 비칠지 모르나, 알고 보면 포인트가 앞에 있었다.

'종 친다고 저 위까지 뛰어 올라갔다'라는 건 이미 '마음을 비운 지경'에 이르러 '경지'에 오른 상태인 것.


샘 김은 내가 보기엔 결코 나약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이 정도 했으면 훌륭하지'나 '끝까지 할 걸'이란 후회는 결과론적 발상이 아닐까. 난 샘 김이 가짜사나이2 교 직전 당시 실제로 겨우 1% 남아있었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나의 해석은 샘 김이 '충분히 (처음부터)할 수 있었는데 안 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웠기에) 남은 1%의 정신력을 최대한 발휘해 걸어 올라가 종을 칠 수 있었던 것'이라는 말이다. 샘 김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다. 남아있는 1%의 충분함이었다.

마음이 어떤 상태이냐에 따라 사람을 끝까지 가게 하는데, 거기에는 '비움'이라는 현명한 상태도 있다. '해내리라, 이기리라'는 마음 하나로만 모든 게 가능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린 언제나 본능적으로 종을 치러 고개를 넘어갈 1%쯤은 남겨둔다.

가끔은
'마냥' 버티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다.
후회하지 않아도 좋다는 말이다.
당신은 충분히 최선을 다했다.

'하다 보니' 되는 사람이 있고, '이 악물고' 버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에라 모르겠다'로 끝까지 해버리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상황과 과정과 결과를 겪게 된다. 나에게 맞는 해답만이 있을 뿐 정답은 없다.

내 눈엔 저 장면이 단순히 샘 김의 순간적 나태함으로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스스로 마음을 비웠던 게 아니므로.

압박감 때문에 체력이 고갈되어 거의 소진했던 정신력이 '마지막 마음의 내려놓음' 덕분에 마지막 1% 힘을 낸 것이었다고, 나는 생각했다.

#글 #이동영


이 글에서 '최선을 다했다'의 정의
(p.s; 가짜사나이를 처음 보는 분들은 MUSAT 특별훈련과정 교육프로그램으로 이해하면 된다. 군 특수부대 훈련을 모티브로 한 유튜브다. 가짜사나이1에서 #이근 대위가 #너인성문제있어 등으로 큰 이슈가 되었고 이번 가짜사나이2에서는 #김병지 (전 국가대표 키퍼)등 운동 유튜버나 운동선수, 비운동선수 등이 참여했다)

이미지 출처 링크 >> https://youtu.be/CRGQxL6u1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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