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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Feb 26. 2021

무슨 글을 써야 할까?(feat.클럽하우스)

기-승-전-클하(클럽하우스)

아마 브런치에 글 많이 올린 사람 순으로 줄을 세우면 난 당당히 상위 %에 오르지 않을까 한다. 결코 적지 않은 글을 올렸다. 올렸던 모든 글이 다 좋은 글이라 할 순 없고, 또 초반엔 짧은 글도 올렸기에 글의 양이나 구독자 수가 전체 발행 글의 퀄리티를 보여준다고 말하긴 어렵겠다. 인정한다. 인정하기에 나의 글쓰기는 계속된다.


오늘은 무슨 글을 써야 할까?


슬럼프라는 말은 내게 무색한 말이었다.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20대, 특히 대학생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작가님은 슬럼프에 빠지면 어떻게 극복하세요?'였는데, 음? 내가 슬럼프라고? 영 어울리지 않는다.


맞다. 어떻게 해도 난 슬럼프까진 아니다. 뭐 게으름 정도로 순화할 순 있겠지만.


핵심은 쓰고자 하는 의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쓰고자 하는 의지는 있는데 모니터에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머리카락만 쥐어뜯고 앉아 있거나, 흰 건 종이요 검은 건 흑심이라 하는 염불만 외우고 있다 보면 자신이 글쓰기에 재능이 없다고 좌절하기 쉬우니까.

모순된 말처럼 들리겠지만 내가 겪는 건 슬럼프가 아니다. 차라리 '쓰지 않는 게으름'을 선택하는 거다. 몸에 밴 덕분인지 매일 영감은 샘솟고 메모도 넘쳐나는 편이다. 문제는 쓰고자 하는 의지가 아예 없는 날일 테다. 그런 날은 내게 없다.

아 하나 더. 비공개(작가의 서랍행)로 전환하고서 공개하지 않는  있겠다.


글을 쓰지 않는 날은 없었다. 그러니까 위 질문은 아래처럼 달라져야 한다.


오늘은 무슨 글을 올려야 할까?


혼자서 글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일한 적은 부재한 영감이 아니라, 실재한 게으름이다. 오늘도 여전히 글은 쓰지만 어떤 글을 올릴지는 글쓰기 특강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그토록 궁금해하던 '슬럼프'에 조금은 가까운 느낌이다. 글을 공개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글을 쓰는 일은 귀찮아졌다. 왜일까?

도대체, 왜일까.


내가 그토록 사랑한 글쓰기를 말이다.



클럽하우스.

그래, 이놈이 범인이다. 오디오 SNS인 클럽하우스가 내 현생을 충족시켰다. 내가 글쓰기를 사랑한 이유가 기저 깊숙이에 있던 외로움을 해소해주는 거의 유일한 도구란 점이었는데, 그것이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요 어플을 통해 대체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 난 클럽하우스에 빠졌다. 푹 빠졌다. 나를 팔로우한 사람이 1K(1천 명)이 넘었고 내가 팔로우한 사람도 1천 명이 넘었다. 아마 내 알림을 받는 팔로워들은 내가 잠을 안 자고 클럽하우스만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거의 모든 방에 내가 출몰해 자주 목격했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방을 많이 만들어 모더레이팅을 하고 있는 클하 이동영 작가(@ldy_writer)의 모습은 그들에게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다들 놀란다.


체력이 대단하시네요


체력 관리하는 척 남는 건 체력인 척 말은 하지만 사실 너머의 진실이 있다. 나는 꽤 치열한 클생과 현생을 산다. 아니 부캐와 본캐의 자아를 헷갈리지 않는 적절한 생의 긴장감이 주요한 요즘이다. 솔직히 말해서 일 없으면 백수인 신세(프리랜서)라, 내 마음대로 시간을 누리며 사는 한량같은 인생 안에서는 클라밸(클럽하우스-라이프 밸런스)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3월부터는 정확히 밤 12시까지만 클하를 하고 아이패드 전원을 끄기로 마음먹었다.


왜 클럽하우스가 좋냐고? 뭐가 그렇게 좋냐고?

1. 대화의 결핍을 채워준다. 내 생각에, 대화의 결핍은 곧 정서적(숨결-온도의)결핍이다. 정서적 결핍은 곧 애정의 결핍이다. 애정의 결핍은 곧 외로움의 해소를 충족하는 일로 남고, 외로움의 해소는 곧 서로 외로운 존재임을 느끼면서 그 외로움의 정당함을 확인하는 작업으로 남는다. 난 정말 대화를 많이 하고 싶었다. 생산적 대화가 가장 고팠고, 남들의 대화를 경청하고 싶었다.

클럽하우스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이미 수 십 번의 방을 열었던 모더레이터인 나지만, 아직도 수 백 수 천 번의 다른 방을 열고 싶고, 같은 방을 열고 싶다. 함께 이야기 나누며 말솜씨나 위트, 어휘력 등도 늘어나는 점이 고무적이다. 소비적인 시간을 보내는 방도 있지만 그것마저 나쁘지 않다.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라면 난 어디든 들어가 대화를 하고, 대화하는 걸 듣고 싶다.


2. 정보를 제공해준다. 꿀팁이 넘쳐난다. 그 꿀팁을 현생에 적용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클라밸은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갖가지 정보를 얻고 나서 드는 생각은, 나에게도 좀 물어봐줘요 라는 한 문장이었다. 그리고 진짜 나에게 질문하는 사람에게는 최선을 다해 답을 해주거나 더 좋은 질문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어간다.


3. 친구를 사귀게 해 준다. 미디어에서나 보던 소위 셀럽들부터 클하가 없었다면 만날 수 없었을 수많은 사람들. 그들과 댓글 정도의 대화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오랜 대화와 재회를 반복하며 '친구 사이'라는 감정을 교류한다. 물론 코로나 시대의 SNS 친구일 뿐이지만, 내가 클하가 아니면 어떻게 이런 사람들과 반복해서 대화를 할 수 있겠으며 귀한 인연인 그들에게 인정을 받는 호사를 누리겠는가.


4. 스승을 만나게 해 준다. 나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주는 걸 넘어 깨달음을 주는 멘토의 역할을 누군가는 해낸다. 그건 셀럽 인플루언서들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누구나, 누구라도 나에게 영감을 주고 화두를 던지는 일을 한다면 그 사람이 바로 내 스승이다.



오늘은 무엇을 쓰고 올려야 하나?

라는 생각으로 시작해 이 글을 오늘 쓰고, 올린다.

클럽하우스에서 이동영 작가를 검색하고 팔로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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