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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Nov 05. 2020

2021년 달력을 구매했다.(자기계발 에세이)

워밍-업을 위하여

알라딘 굿즈로 구매한 2021년 달력을 미리 벽에 걸었다.

올해 초 나는 연극교실에 들어가 연극 기초를 배웠다. (비록 코로나 19의 여파로 중단되어 아주 짧게 끝났지만.) 그때 얻은 인사이트가 많았기에 가끔 인용을 하는데, 초목표 개념이라든지, 인물분석 인생그래프 등은 강의에서도 종종 써먹곤 한다.


내가 오늘 하고 싶은 말은
'워밍업'이다.


첫날부터 놀랐다. 연기를 알려줄 거라고 생각했던 연극교실에서 첫 시간, 공간을 걷고 뛰고 스트레칭하는 일을 10여 분 간 께했 때문이었다. 입을 부루루루 풀고, 스트레칭으로 몸부터 얼굴 근육을 이완며 혀까지 잘근잘근 씹는다. 모두 즉흥극 전에 하는 워밍-업이다.

사실 즉흥극 그 자체는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실제 공연에서는 다 극본대로 하니까. 다만 연기자인 나는 대본을 전부 꿰고 있는데 관객들은 처음 본다는 전제를 염두에 두고서, '나 또한 처음 처한 상황인 듯 연기해야 한다'는데 이해가 필요했다. 공연을 함께 올라갈 배우 간에 자연스러운 호흡을 위해서도 그렇다. 그 때문에 기초(입문)반 과정에서 즉흥극을 트레이닝한다고 선생님은 말했다.

워밍-업이다.

하나 더, 대본이 있는 연기를 할 때는 배우끼리 충분한 합을 맞추는데, 순서대로 등장할 땐 무대 뒤에서 대기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높은 산을 타는 씬을 연기한다면 실감 나게 보이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바로 무대 뒤에서부터 헉헉대면서 한참을 뛰다가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본 연기를 시작하며 등장하는 거다.

워밍-업이다.


난 이걸
2021년 달력을 보며 떠올렸다.


2021년에 뭔가를 이루고 싶다면, 시작은 딱 지금부터(11월 초)가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 거다.


그렇지 않은가? 어차피 해는 똑같이 지고 뜨는데, 우리는 12월 31일과 1월 1일에 큰 의미부여를 하뭔가를 확 끝내고 급작스럽게 새로 시작하려 한다. 무리다. 그렇게 하여 성공만 한다면 다행이지만, 워밍-업이 없다면 갑자기 뛰었을 때 종아리나 허벅지 근육에 쥐가 올라오는 것처럼 정신과 육체에 무리가 오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워밍-업으로 충분히 몸을 풀고 근육이 적응하고 실전에 들어갈 폼이 올라오도록 한 다음, 본격적으로 시작을 해보는 건 어떨까?(여기서 시작은 To do list 뿐만 아니라, To don't list-더 이상 하지 않을 일들도 포함한 시작이다)

물론 인생은 실전이다. 11월부터 하는 건 연습이고, 1월 1일이 되자마자 실전으로 확 바뀌거나 하는 일은 인생에 없다.

출처: 유세윤 유튜브 - 유세유니 대단해

그러나 연습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있고, 실전을 통해서만 얻는 독보적인 인사이트가 있다. 워밍-업을 실전으로 하다 보면 좋은 점이 '흐름'을 타고 타이밍에 맞춰 '균형'을 잡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파도 위 보드에서 쪼그린 상태로 시작해 어느 순간부터 다리를 펴고 선 채로(혹은 자유자재로) 파도를 타고 물살에 적응하며 서핑을 하듯이 말이다.


게다가 나는 내가 익숙하지만, 내일은 매번 새롭고 낯선 즉흥극과 같다. 자주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무대에선 적당한 긴장감을 탑재한 정신력으로 지속해나가는 힘을 얻는다. 그 시뮬레이션 겸 실전에 도전해보는 거다.


인생은 결국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증명하는 일의 연속이다.


돌아보았을 때 경험의 데이터로 쌓이는 것이지, 처음부터 가벼운 경험 따윈 인생에 없다. 나는 매번 나를, 내 인생을 증명한다. 


이게 삶이다.

워밍-업 없이 무리하다 쓰러지지 말고, 지금부터 몸을 풀어보자. 넘어져도 지금 넘어지면 쓰라림이 덜하다. 리프레쉬할 수 있는 1월 1일을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



https://linktr.ee/leedong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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