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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May 28. 2021

무야호~ 2021 유행어로 본 인간 심리의 개인적 고찰

그만큼 재미있는 글이란 거지^^

급발진

- 급발진이란, '자동차나 선박, 항공기 따위가 정지된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출발하여 나아감'을 뜻하는 말이다. 년 전부터 운전자의 운전미숙이 아니라, 차량 자체의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라고 추정되는 사례가 많아졌다.


때문에 '급발진'은 원인을 알 수 없이 급작스럽게 전진해버려 사고를 일으키는 이미지를 연상하는 단어가 되었다.

MBC 놀면 뭐하니 유재석

이걸 지금은 은어처럼 쓰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난 그냥 말했는데, 너 왜 급발진하냐?'같은 느낌. 대화 중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상대가 '욱'하며 치고 나왔을 때, 분위기에 맞지 않는 상황에서 예민하게 반응해 괜히 장황하게 말하거나 TMI를 쏟아내거나 소리치며 말할 때 '급발진'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인간마다 어찌할 수 없는 심리가 이유로 작용하지 않을까. 어렸을 적 경험으로 인한 어떤 채워지지 않은 개인적 결핍이 소위 '핀트'가 나가는 충동을 일으키는 것. 


그 결핍은 상대가 어떤 단어나 문장을 별생각 없이 했을 때 내면에서부터 올라오는 탓에 이유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두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자칫하면 관계에 오해를 사기도 쉽다. 그 말을 보편적인 개념으로 정의하지 않고 '나를 화나게 하는' 혹은 '나를 예민하게 만드는' 개념으로 정의하는 순간 급발진(혼자 발끈)하게 되는 거다.

SBS 런닝맨 제시

사실 이런 외부 요인에 의한 내적 충동은 모든 사람에게 있다. 성장하며 각자 다른 환경과 상황 속에서 이뤄진 자기만의 경험적 해석을 거쳤기에 친한 친구나 부부끼리도 피해 갈 수 없는 인간적 특성이다. 


인간이라서 그런 것을 서로가 이해하고, 각자 스스로도 이런 결핍과 충동적 요소를 파악하고 있어야 해결되는 문제다.


자신이 왜 갑자기 버럭 하거나 장황해지는지, 상대의 의도나 분위기 맞지 않게 급발진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매일 루틴처럼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코인 타다

- 잘 될 것 같은(유망한) 것에 흐름을 타 올라탄다(편승한다)는 뜻으로 'OO코인을 타다'라는 표현을 흔히 쓴다.

역주행한 브레이브걸스에 코인탑승한 방송사나 광고사가 많다

이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투자로 떡상을 한 사례에 비추어 생긴 신조어다. 금전적 이익뿐만 아니라 줄을 잘 서야 한다는 옛말(?)과도 상통하는 말이다.


온라인 상에서 '호구(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라는 단어 대신 '흑우'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는데, 이 말과 결합해 쓰이기도 한다. 전망이 좋지 않은데 호구처럼 편승한 이에게 'OO코인 탄 흑우'라는 식의 조롱조로도 쓰인다.


코로나 사태 이후 동학개미운동이라느니, 떡상 코인 투자라느니 하며 불로소득 파이프라인 구축으로(돈이 일하게 만든다) 경제적 자유를 주창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 예금저축이나 부동산보다 주식투자와 암호화폐 투자 등에 집중하는 현상으로 이런 신조어가 등장한 것.


자신의 결정이 현상을 감각적으로 트렌디하게 분석하고 전망을 잘 내다보는 건지, 주체성을 잃고 다수의 말에 휘둘리는 건지는 알아서 잘 점검해봐야 할 일이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코인탑승도 현명하게 한다. 이는 누군가의 팬이 되거나 단체에 가입하거나 어떤 행동을 시작할 때도 이제 흔히 쓰이는 말이 되었다.

 

유망한 축구 선수 이강인의 팬이 되세요와 같은 말이다
자, 이 글을 읽는 구독자분들은
이동영 작가의 코인에 탑승하길 바란다.

 이동영 작가는 비상장 우량주니까.




TV조선 미스터트롯 영탁 '찐이야'

OO에 진심인 편, 찐

- 일단 ~에 진심인 편-이라던가 '찐'이라던가 하는 건 문법적으로는 맞지 않는 신조어다. 글쓰기 강사이자 작가로서 이런 신조어들을 다루는 이유가 있다. 가끔 '대체 불가'한 표현들이 있고 이 신조어 역시도 우리나라 말의 특성으로 문화적인 밈이 형성되기에 유의미하다고 보는 견해 때문이다.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

아무리 지양해야 하는 일제 잔재라고 해도 '슬리퍼'와 '쓰레빠'의 뉘앙스가 이미 우리 사회에 다른 느낌과 이미지로 정착해버린 것은 현실이다.


'존버(존나게 버티는 정신을 의미함)'라는 이외수 작가가 10년 전 즈음에 만든 신조어를 이제 지상파에서도 '존중하며 버틴다'라며 에둘러 자막처리를 하며 '존버하는 청춘들' '존버하는 동학개미들' 등으로 쓰는데, 이 '존나게'라는 은어 역시도 대체 불가하기에 쓰게 되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김어준의 뉴스공장
MBC e스포츠  & 워렌 버핏 명언(?)

문제는 진심이라거나 찐이라거나 하는 표현은 그 반대로 '믿지 않음'이라는 심리의 전제가 깔려 있다는 데 있다. 이거 진짜 진짜다라고 유독 더 강조하려는 건 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불신할 것 같은 상대를 내편으로 설득하려는 심리에서 하는 말도 하니까. 


만약 오랜만에 만난 찐친과의 식사자리에서 빨리 수저를 내려놓는 걸 보았을 때, '미안, 나 다이어트 중이라서'라고 친구가 말한다면? 친하니까 욕하면서 그냥 처먹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위 유행어를 활용해볼 수도 있다.


"너 요즘 다이어트에 진심이구나?"


나는 무엇에 진심이고, 무엇에 찐인 사람일까?

글쓰기에 진심이고 강의에 찐인 사람. 음, 괜찮은 정의라고 생각한다.

그럼 이 글을 읽는 당신은?



https://linktr.ee/leedong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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