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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Aug 23. 2021

글쓰기 슬럼프가 아니라 인생의 슬럼프에 빠진 걸까

잠 못 든 새벽,'가면(임포스터)증후군'에서벗어나야겠다-라고읊조렸다.

‘내 능력보다
더 많은 강의를 한 건 아닐까?’

      

<너도 작가가 될 수 있어>, <문장의 위로>, <당신에겐 당신이 있다>를 쓰고,  천 명 수강생, 700여 회 가량의 출강. 1400여 개의 브런치 글, 579만 조회수 기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부쩍 글쓰기에 게을러진 자신을 직면하며 이런 생각을 한 건 그래, 자연스럽다.      


“작가님은 슬럼프에 빠지면 어떻게 하세요?”     
/“아, 자주 받는 질문인데요. 고민하는 분들껜 좀 송구한데, 저는 슬럼프 같은 거 없어요.
글쓰기는 저에게 일이나 작업이기 전에 그냥 일상이라서...”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면 꼭 질의응답 시간에 이 키워드가 나온다. ‘슬럼프’. 지금 내가 슬럼프가 온 것 마냥 글쓰기를 (예전만큼) 안 하고 있다. 글쓰기는 노동이 맞다. 아마추어가 아니라면 저런 대답을 해선 안 되는 거였다. 그리 프로다운 답변은 아니었던 걸로 지난날의 나를 반성해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국이 시국인지라 많은 창작자들이 자발적 휴식보다는 강제로 멈춰진 상태란 걸 얼핏 들었는데, 그냥 개인으로만 따져보면 졸라 게으른 거다. 딴말은 다 핑계일 뿐이다.      


난 아무래도 지금
글쓰기 슬럼프가 아니라,
인생의 슬럼프에 빠진 것만 같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내 능력보다 내 커리어가 과장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서 ‘운발이 심하게 좋았다’라는 이다. 이는 과연 객관적인 진실일까?


정확한 걸 찾았다. 자신의 성공을 노력이 아닌 운 때문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심리현상, 내가 그동안 내 능력 이상으로 혹여나 사기를 쳐 온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별안간 드는 것까지.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다. 현대인에게 찾아오는 흔한 증후군인 번아웃 신드롬(소진 증후군)도 아니고 슬럼프 따위도 아니다. 임포스터 신드롬이 분명하다.      

*사기꾼 증후군, 가면 증후군으로 명칭 되는 임포스터 신드롬은 '높은 성취의 증거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똑똑하거나 유능하거나 창의적이지 못하다고 믿으며, 자신의 능력에 대해 남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심리현상'을 말한다. 본인의 신뢰도, 권한, 성취와 관계없이 자신의 능력은 다 거품이고 스스로 일종의 사기꾼이라고 느끼는 무기력한 감정을 겪는다.

(얼마 전 어몽어스라는 게임을 우연히 해서 '임포스터'란 단어가 무의식에 꽂혔는지도 모르겠다.)


글은 어떻게든 메모라도 하는 습관이 몸에 배였고, 모닝페이지도 최근 시작했으며, 온라인 강의도 꾸준히 하고 있고, 강연 요청도 끊임없이 받고 있다. 유료 아티클 플랫폼에 글 연재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으니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고 나름 잘하고 있는 게 맞다. 그동안 수강생들에게 받아온 수강 후기들도 만족도가 최소 만족(4)이상, 대부분 매우만족(5)이었다.


근데 웬일인지 제때 잠을 못 이루고, 괜히 불안하고, 오지도 않은 내일 뭘 해도 잘 안 될 것만 같고, 별 것 아닌 일에 괜히 민감하고 그렇다. 아인슈타인도 겪었다는 전형적인 '임포스터 신드롬'의 증상들이다.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당시 봉준호 감독 통역였던 샤론 최, 김연아, 엠마 왓슨도 경험했다고 알려져 있다.)


나에겐 이것이 얼마 전 마친 기업 정기 강의의 영향(수입이 줄었다)도 있을 것이고, 오프라인 강의를 안 하게 된 코로나 시국의 탓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 책 출간 이후에 2년이 지났다는 사실도 한 몫한다.     


이대로 멈춰 있을 수만은 없다. 백신을 접종하듯 미리 준비하고, 바이러스 같은 감정·현실들과 맞서 싸워 이겨내야 한다. 백신을 맞은 직후에는 통증도 있고 고열이 날지 몰라도 그건 그때뿐 더 건강해지기 위한 내적 싸움에 불과하다. 통과의례 같은 거라 보면 된다.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


사실 이 질문은 오래전부터 해왔던 거다. 근본적으로 꼬리를 물어본다. 왜 이런 질문을 던지는가? 그렇다. 이대로 내가 죽건 내 가까운 사람들이 죽건 죽음 앞에서 썩 당당한 삶이 아닐 것 같단 생각이 들었던 연유가 가장 크다. 나는 먼저 나에게 자랑스러운 삶을 선사하고 싶고, 두 번째로 가족에게 그동안 받아왔던 은혜를 조금이나 갚는다는 의미에서 자랑스러운 혈육이 되고 싶다.


심지어 입양한 고양이 다행이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집사로 남고 싶단 생각,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모씨(내 존재를 그도 안다)에게도 자랑스러울 팬으로서 남고 싶단 생각을 한다. 나를 무시했거나 존중하지 않았던 모든 과거의 악연들에게 멋진 복수가 될 걸 생각하면 더욱 짜릿한 삶이다.      


그럼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브런치부터 글을 다시 꾸준히 연재하겠다.

유튜브 영상이나 유/무료 뉴스레터 발행, 프리미엄 온라인 강의를 더 많이 열겠다.

책을 읽고 분석•리뷰하거나 독서모임을 더 많이 하겠다.

여전히 잘 모르는 분야(철학, 역사, 예술 등)의 공부를 제대로 하겠다.

백신 접종 이후(허리디스크가 나으면) 새로운 인연들을 좀 만나러 다니겠다.

국내 여행이라도 여행을 좀 해보겠다.

사진을 찍겠다.

책을 내겠다.

청소를 잘하겠다.

밥을 잘 챙겨 먹겠다.

8시간 잘 자겠다.

돈을 아껴서 모으겠다.

브랜딩에 더 힘쓰겠다.

나를 더 적극적으로 부지런히 알리겠다.

더 많은 사람들, 방송을 포함해 대기업과 같이 규모가 크거나 해당 분야의 커리어가 쌓인 전문가들, 직급 높은 사람들이 날 찾도록 만들겠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초심보다는 중심을 잃지 않고 한 발씩 더 내딛겠다.

모닝페이지 계속, 성취기록지 작성, 리뷰 작성하기 등등


더 구체적인 건 세세히 지금 말하기보다 하나둘씩 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내 커리어나 내가 쓰는 글에 묻어날 거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가면증후군에서 벗어나
그동안
그저 운발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고야 말겠다.

나 스스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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