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 진리나 정답이라 생각하고 올리지 않았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에게 조금이나마 응용할 만한 참고가 되고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이동영 작가는 어마어마한 초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니요, 인지도 높은 흔한 미디어 노출 작가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는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졌습니다.
이 영향력이란, 제가 쓴 글을 보고 브런치 작가 심사에 통과를 했다거나 브런치 내 프로젝트에서 입상을 하신 분들, 지친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거나 동기부여를 받았다는 등의 사례로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주제로도 글을 쓰는 작가이자, 현생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강사인지 모릅니다. 여러분 그리고 브런치라는 플랫폼 덕분이죠. 이 영향력의 소유는 저 개인에게만 특정한 일이 아닙니다. 브런치를 포함해 글을 쓰고 공유하는 여러분 모두 해당하겠지요.
이 질문이, 글로 영향을 끼칠 여러분께- 좋은 영향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글을 쓰고 싶은데, 글쓰기 주제가 딱히 떠오르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요?
1. 쓰지 않습니다.
일단 쉬어야죠. 억텐(억지 텐션)은 독자에게도 다 보입니다. 물론 퇴고(글을 고치고 다듬는 과정)를 거쳐야 하겠지만, 시의성이 필요한 글이라면 그 텐션마저 노출됩니다. 그럼 곤란하겠죠. 쉰다는 건 이완을 한다는 겁니다. 이완을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 감성적인 것으로 그치지는 않습니다.
뇌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활동을 하는 거죠. 걷는다거나, 숙면을 취한다거나, 좋은 공기를 마신다거나 하는 등의 리프레시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쓰지 않는 동안 쓰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대신 무의식에 담아둡니다.
의식적으로 '이거 써야 해, 생각해내야만 해'가 아닌, '쉬었다 하자. 이따 생각나겠지.' 하는 가볍고 힘을 빼는 기운으로 말이죠. 그럼 제가 늘 말하듯 무의식에 담아둔 주제에 맞게 '보이고, 들리고, 다가옵니다.'
2. 대화를 합니다.
요즘 저는 카카오 음mm이라는 앱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생소한 분들은 (클럽하우스와 비슷한) 오디오 SNS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와 대화하는 건 큰일이 아니겠지만, 대화할 수 있는 사실이 신기할 만큼 대단한 분들이 카카오 음에는 많습니다.
유명하신 분들은 물론이고요. 유명하지 않아도 대단하신 분들이 너무 많아요. 그냥 대화를 통해서 나에게 무언가 인사이트를 주었다면 그분이 대단한 겁니다. 제 하루에, 그리고 일상과 인생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죠.
친구를 만나서 대화를 할 수만 있다면 좋겠죠. 가족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정말 좋겠죠.
하지만 코로나 19 시대인 데다, 가까울수록 깊은 대화가 꾸준히 이어지기 어려운 것이니만큼 적당하게 거리를 둔 타인들과의 비대면 대화가 요즘엔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습니다. 존재와 존재의 연결. 그 안에서 '나'는 영감을 얻습니다. 서로 부대끼며 우리네 이야기를 얻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화는 수다뿐만 아니라, 토론,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내가 설명을 하는 행위를 일컫습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내 말에 반응하는 리액션, 피드백을 수집하는 건 정말 글쓰기에 있어 좋은 자료가 될 것입니다.
또한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수집하는 일은 대화가 가장 밀도 높은 행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3. 글을 읽습니다.
정확히는 문장을 읽습니다. 단어를 읽습니다. 글쓴이의 생각을 읽고요, 그 반응을 하는 나를 다시 읽습니다. 내가 연상할 만한 거리를 치열하게 읽어냅니다.
키워드를 선별하고, 가지처럼 뻗어나가는 다양한 주제들에 옳타쿠나 하고 무릎을 탁 칩니다. 자료조사를 위해 관련 카테고리의 글을 수집해 읽는 행위도 필요하지만, 가끔은 전혀 무관한 것에서 좋은 글감을 찾아내기도 하니까요.
인간은 아는 어휘만큼 생각하고,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입니다. 글을 읽으면 세계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번거롭죠. 글을 읽는 건 타고날 수 없다고 합니다. 훈련이 필요하고 환경적인 노출이 자연스럽거나 아예 결핍이 있어야 활자를 찾게 된다고 합니다.
너무 자책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글을 읽어내는 게 어려운 이유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인간이 본연적으로 글을 읽는 존재로 처음부터 타고나지 않았다는 데 있으니까요. 그저 지금부터 한 문장, 한 페이지, 한 챕터, 한 권.. 이렇게 조금씩 늘려가면 됩니다. 하루, 사흘(3일), 일주일, 한 달.. 일 년.....
그렇게 훈련이 되면 독서도 큰 이벤트가 아닙니다. 숨을 쉬고 밥을 먹듯 당연한 어떤 루틴이 되어 나도 모르게 자동화가 되어 반복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글쓰기 주제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을 때, 이런 습관이 있다면 사실 그 스트레스도 끝내 심각한 게 아니라, 활용하기 좋은 스트레스가 됩니다. 정말 글쓰기가 막막하다면, 필사라도 한 문장 하는 걸로 첫 문장을 시작해도 좋겠습니다.
4. 녹음을 합니다.
글을 쓸 때 글씨를 정갈하게 쓰는 것에 신경을 쓸수록 글쓰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듯, 녹음을 할 때도 자신의 목소리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덤덤하게 혼잣말을 읊조리듯 녹음을 해보는 겁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흐름의 의식대로 말이죠.
요즘은 '클로버'앱처럼 음성을 문자로 자동 변환해주는 기능이 스마트폰 녹음기에도 기본 탑재해있습니다. 그걸 이용해도 좋고요. 주저리주저리 말했던 걸 다시 들으면서 생각을 정리해봐도 좋겠습니다. 사실 말을 하면서 1차로 생각이 정리되고 글을 쓰면서 2차로 생각이 정리되는 걸 느끼실 텐데요.
글쓰기는 어려워해도 발표가 아닌 한 혼잣말은 그냥 하면 되니까요. 녹음을 한다는 의식 따위는 집어치워 버리고, 나에게 집중해서 명상하듯 읊조려 보시기 바랍니다. 주제가 없어도 말이죠. 어느 부분에서인가 내가 반복하거나 나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던 주제가 키워드처럼 탁 떠오르는 순간이 있을 겁니다. 그걸 잡아내기만 하면 그만입니다.
5. 방송을 듣습니다.
여기서 방송을 '듣는다'라고 한 이유가 있습니다. 보는 것보다 듣는 것이 상상력을 더 자극하기 때문이죠. 라디오라든지 팟캐스트 등 들을만한 콘텐츠가 정말 많습니다. 저는 유료로 구독하고 있는 콘텐츠도 꽤 있는데요. 이것들이 상상을 쪼개 연상력을 자극합니다.
어떤 주제의 사연이나 말을 듣고서 내가 떠올릴 수 있는 무언가가 영감이 되는 거죠. 끝없이 축적된 사고의 순간적 발화(조정래 작가)라서 영감이듯, 나도 모르게 '어? 내가 이걸 오래 생각하고 있었구나'하고 품고 있던 무엇이 정리되는 찰나가 발견될 것입니다.
저는 그냥 듣기만 말고, 떠오르면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그 즉시 메모합니다. 메모가 쌓이면 글쓰기가 막혔을 때 정말 소중한 자산이 되기 때문이죠. 디지털 메모앱을 요즘 시대에는 더 권장합니다.
검색하기에도 용이하고, 저장해두기에도 좋으니까요. 에버노트, 노션, 카톡 나와의 채팅 톡서랍 플러스, 마인드맵 관련 앱 등등 혹시 유료 서비스라서 돈이 아깝다고요? 이런 데 돈을 쓰라고 우리가 돈을 버는 겁니다.
6. 영상을 봅니다.
드라마든 영화든 유튜브든 다른 쪽으로 빠져서 글쓰기를 아예 잊어버려도 좋습니다. 다만,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거 써먹어야겠다'라는 마인드셋과 더불어 메모를 하고자 하는 태도입니다. 자리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필기구로 글쓰기를 하는 걸 잊어버리라는 거지, 이런 마음가짐까지 전부 다 잊어버리라는 건 아닙니다.
만약 완전히 잊고서 유희를 위해서만 처음 영상을 본다면, 두 번 세 번 보면서라도 메모를 하는 걸 권장합니다. 그런데, 처음 떠오르는 발상과 두 번째 떠오르는 발상이 늘 일치하지만은 않다는 것은 불문율입니다. 처음 떠오를 때 그걸 잘 붙잡아서 기록해두는 것. 글쟁이 이동영 작가는 이걸 놓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글쟁이죠.
그 영상의 발상법, 플롯(서사 구조), 영상 속 대사, 묘사법, 분위기, 풍경, 장면 전환, 캐릭터, 갈등, 사건사고 등등을 통해 글쓰기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본 주제와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것부터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까지 과감하게 인용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퇴고는 적절한 포기란 걸 잊지 마시고, 일단 쓰고 고치면서 완벽 보다는 완성(끝마침)하기, 기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