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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Sep 20. 2021

금연 팁 大공개

새해 첫 날에 못 끊었으면 지금부터 끊으면 된다.

흡연자에게 '나 금연했다-'라고 말하면 이런 말이 되돌아온다.

'그건 끊은 게 아니지, 참는 거지'


아니다. 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나 담배 끊.었.다.
보건복지부(2020) 담배는 노답 나는 노담

처음 핀 날은 스무 살이었던 해 군대에서였다. 가볍게 시작한 담배를 10년이 훌쩍 지나 서른 살이 넘어서야 겨우 끊었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후회는 없다. 미련도 없다. 당시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우'라는 말이 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군대 선임과 맞담을 피울 때, 직장에서 사내정보를 들을 때, 첫사랑과 헤어졌을 때도 너무나 절실했었다. 이 모든 상황에서 국가가 허락하는 유일한 마약은 음악이 아니라 담배였다. 그래. 버티려면, 필요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다시 돌아간다면 굳이 피우지 않고 버티는 법을 좀 더 건강하고 건전하게 찾을 테지만, 그때의 내 선택은 무를 수 없는 최선이었다.


안영미 씨가 물고 있는 저건.. 막대사탕이다.(tvN 코미디빅리그)

완전히 첫경험을 고백하자면 초등학생 시절이었다. 동네 꼬마들과 나무기둥이 세워진 공사판 아지트에 모였을 때다. 호기심에 입에 대보긴 했지만 실제 피우진 않았다. 아니 피우고 싶었지만 끝내 못 피웠다. 집안에 피우는 사람이 없어서 어떻게 피워야 하는지를 몰라 불을 붙이고 후- 불었다가 침방울과 함께 푸- 하고 멀리 날아간 게 전부였다.


어린 마음에 어른들은 이런 걸 왜 하는 거야? 하면서 어른들이 참으로 한심해 보였다. 막상 성인이 되어 보니 상황은 달랐다. 심하게 말해보면 학연 지연 다음은 흡연이었다. 흡연장소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오간다. 서로 친분을 쌓기도 하고, 고급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지금 내 베프 중 한 명도 맞담수다로 친해졌던 전 직장동료다.


그런데, 이랬던 내가 담배를 진짜로 끊었다. 담배 근처에도 안 간지 무려 6년 차 금연자의 후기다.

나는 전자담배가 대중화 되기 전에 끊었다
내가 담배를 끊을 수 있었던 3가지 결정적 이유

이 글을 클릭한 사람이 제일 궁금한 건 이 대목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어떻게? 어떻게 끊었다는 말인데? 결론부터 나열해보겠다.

1. 비생산적인 흡연시간을 생산적인 습관으로 채워 대체했다.
2. 술도 함께 끊었다.
3. 담배냄새가 싫다는 자기 최면을 담배냄새보다 더 지독하게 반복했다.


1. 담배 피우는 시간을 생산적인 습관으로 대체한 것은 30대 초반 직장에서였다.


이곳은 평생직장도 아닌데 내 몸뚱이는 평생 가지고 살아야 하는 걸 불현듯 깨달았다. 마침 한 인지심리학자가 강연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나쁜 습관을 고치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좋은 습관으로 대체하는 거예요"


맞다. 잘 대체하는 사람이 인생을 잘 대처하며 사는 사람이다. 그 순간 흡연을 중독이 아니라, '나쁜 습관'이라고 규정했다. 중독으로 접근하면 금연껌부터 시작해 치료 과정이 심각serious해지지만, 10년의 나쁜 습관이라면 남은 평생 좋은 습관으로 대체하면 그만인 거다.


이 흡연은 내게 시간을 소비하고, 건강을 낭비하는 나쁜 습관 of 나쁜 습관이었다. 자, 그럼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 결정은 단 하루 만에 내려졌다.


'글 쓰고 책 읽자.'


1400여 개의 글을 쓸 수 있던 비결이기도 하다.

내가 담배보다 더 즐길 수 있는 유일한 한 가지는 '글쓰기'였고, 글쓰기가 안 될 때 하는 있어빌리티한 행동은  역시'독서'였다. 자연스러운 결론이었다. 흔히 담배 끊은 사람을 '독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나는 작(作)정하고 독(讀)한 사람이었다. 나는 이걸 왜 좋은 습관으로 규정했을까? '생산적'이란 생각이 가장 빨리 들었던 두 가지였기 때문에 그렇다.


시간을 투자하면 날 활용가능하도록 쌓이는 것을 생산적인 활동이라고 보았을 때- 나에게 가장 손해가 적은 건 담배 피우는 시간(점심 식후땡)에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일로 대체하는 것이란 결론이었다.


직장동료들과 식후땡을 하던 시간에 돌연 선언을 했다.

나 내일부터 담배 끊습니다
심리학자 스티븐 헤이스가 했던 실험에 의하면 '공개선언 효과(Public Commitment Effect)'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데 효용이 있다. 나는 실행을 강화하는 '공개'가 타인을 의식하는데 익숙한 국민성을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1차 백신 접종률이 이 글을 쓰는 기준으로 70%를 넘었다는데, 처음 맞으면 당장 죽을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언론들마저 돌아선 건 이러한 국민성이 한 몫했다고 본다.

외국보다 마스크 착용을 잘 지키는 것도 나는 마찬가지로 본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형이 외세 침략에 취약한 탓이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하나되어 잘 뭉치는데 대대로 심리적 유전자에 반영된 까닭이 아닐까. 신경 끄기의 기술이라던지, 미움받을 용기라던지 하는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한참 머물러 있던 걸 보면 영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 선언을 한 이후 나는 6년째 담배를 거들 떠도 안 보고 있다. 대신 그 담배를 피우던 시간에 실제 책을 읽거나 브런치 글을 거의 매일 썼다. 쌓인 글을 엮어서 낸 아포리즘 책이 <문장의 위로>이다. 그 덕분에 글쓰기 강사로 초빙되었고, 그 덕분에 퇴사를 하고도 빠른 독립에 성공했으며, 꾸준히 글을 올렸던 브런치를 통해서 <너도 작가가 될 수 있어> 출판 계약 오퍼를 받아 베스트셀러 책을 낸 선순환 나비효과, 대단하지 않은가?


다행히도 대체한 습관의 성과들이 좋아서 담배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하지만 이런 내게도 위기가 찾아왔는데... 문제는 '술'이었다.

tvN 인생술집 음주 명언

2. 술은 잘못이 없다지만..


집안에 술과 담배를 즐겨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친화적이진 않은 환경을 살아왔었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에 대학에서, 직장에서 자연스럽게 술자리에 참석하게 되고 조금씩 술을 마실 줄 알게 되었다.

담배를 배운 군 제대 후 한참 있다가 복학도 하고, 편입도 했다. 시간이 흘러 직장생활도 했다. 아까 1번 에피소드에 이어진다. 생산적인 습관으로 대체한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흡연의 유혹을 이겨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때 마음속에서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래, 술을 끊는 거야'


참이슬 한 마리 몰고 가세ㅇ....(아이유 이쁘다)

내가 술을 끊었다고 하면 다들 묻는다.


'너 무슨 큰일이라도 있었냐?'


물론 그건 아니다. 나는 술을 마시고 실수를 하거나 진상과 주사를 부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흐트러지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는 건 내 체질에 맞질 않아서 술이 생각보다 센 편이다. 30대 초반까지 소주 3병 정도가 내 주량이었다.


사실 지금 내게 그럼 술을 아예 마시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독서모임 뒤풀이나(거의 안 가긴 했지만) 축배 혹은 오랜만에 만난 베프와 한 잔, 직장인 연극 동아리 뒤풀이 등은 간간히 참여했다. 근데 아무리 넉넉히 쳐줘도 장 퇴사 후 1년에 5회 미만이었다. 마저도 해서 담배를 찾을 만큼의 과음은 없었다.


막상 마셔야 하는 순간에 사이다로 대체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맨 정신에 취한 척하려다 보니 담배가 급 땡기는 건 심각한 부작용이었지만 참아냈다.

정말로 술을 끊었다. 여기서 끊었다는 건 중독의 고리를 끊었다는 거다. 습관처럼 마시지 않고, 마실 환경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코로나19가 터지고나서머니가 담와인을 랜선파티때 마신 거 빼고는 마신 기억이 거의 없다. 이외엔 억을 더듬어 봐도 딱 한 번? 마셨을까. 후에도 술자리에 간 적은 있지만 그때마다 사이다만 마시고 돌아왔다. 술이 맛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과 술을 마시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아주 가끔은.


3. 담배냄새가 싫다는 자기 최면을 담배냄새보다 더 지독하게 반복했다.


그래도 금연은 '유지(지속가능)'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가장 결정적인 동기부여는 이 '냄새'였다. 역한 담배냄새만 떠올렸다. 나도 싫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건 더 싫지 않은가. 코로나19의 K-방역은 바로 이 '피해를 주기 싫다'라는 데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본다.

담배냄새 안 나는 자만이 미인(남녀무관)을 얻는다

흡연자인 당신이 만약 마스크를 잘 쓰고 백신 접종에도 거부감이 없다면, 담배도 충분히 끊을 수 있는 사람이다. 냄새로 주는 피해는 막대하다. 인상으로 깊게 새겨질 개인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겠지만 불쾌감을 오래 남기고 무의식에도 그게 새겨진다.


사람 사이 관계를 이어가는데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는 게 얼마나 많은 걸 잃게 만드는가. 나는 내가 주체적으로 가까이하고 말고를 결정하고 싶었다. 누군가 내 담배냄새 때문에 나를 멀리하는 건 자존심부터 하는 일이다.


덕분에 '담배'하면 미간이 자동으로 찌푸려질 정도로 고약한 냄새부터 떠오르지, 좋은 느낌은 1도 없다. 이거 중요하다. 실제 담배 피우는 사람 옆에 있어도 담배의 유혹보다 역한 냄새부터 짜증이 나는 알고리즘 같은 게 생긴 것이다.



금연에 대해 말하는데 건강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근데 끊어보면 안다. 제일 먼저 기색과 체력이 좋아진다. 기색과 체력이 좋아지면 인생이 달라진다. 인생이 달라지면 행복해진다.


행복한 긍정이 마인드셋으로 갖춰지면 돈과 명예는 보상처럼 따라온다. 이는 30대 초반까지도 어려웠다가 반전의 삶을 살게 된 MC 유재석의 증언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게 금연으로부터 시작한다면? 사실 뼈 빠지게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 뼈를 아끼며 마약을 끊는 게 백 번 천 번 낫지 않을까.

https://linktr.ee/leedong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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