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영 글쓰기 Dec 06. 2021

작가가 되면 '의외로' 잘해야 하는 것들

이것들을 관리하지 않으면 작가로 '잘' 살기란 어렵다.

1. 메모 관리

작가들도 요즘엔 메모 앱을 많이 쓴다. 나처럼 정리 더럽게 못하는 타입은 디지털이 아니라 돼지털에 가깝다. 돼지우리다.


디지털 상에서도 전혀 정리정돈이 되지 않아서 1000개 가까운 메모를 완전히 날려먹은 적도 있다. 소설 습작을 위한 메모였는데, 지금처럼 임시 휴지통 보관 기능도 없을 때였다.


오버하는 게 아니다. 무엇을 상상하든지 그 이상의 퀄리티 높은 메모였다. 날려먹고 나서 기억을 왜곡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메모 앱 관리만 그럴까. 메모를 어떻게 하고 어디에 하고 언제 어떤 카테고리로 차곡차곡 일괄 정리를 하는가의 주기적인 루틴도 매우 중요하다. 메모를 하지 않는 작가는 없다.


거기에 더해 '메모 관리'를 하지 않는 작가는 살아남기 어렵다. 글쓰기 실력은 결코 그냥 나오지 않는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 캡처
2. 상처 관리

모르겠다. 내가 특이 케이스 인지도. 괜히 아티스트 코스프레를 하려는 건 아니다. 작가 이전에 한 인간으로 사는데 지장이 있을 정도다. 상처가 깊을수록 글이 써진다는(잘 나온다는) 사실. 그 상처는 내게 결핍과 분노라는 완전히 새로운 감정을 안겨다 준다.


연애 한 번 할 때마다 한 앨범을 내어 다량의 정규앨범을 낸 90년대 뮤지션들도 있다. 그게 허풍이 아니란 걸 짐작은 한다. 난 그 정도 급은 아니더라도 연애가 끝나면 글이 별처럼 쏟아져 내다. 퍼붓듯이 타자를 두드린다. 연애하기가 무섭다.


연애만 상처와 결핍을 주는 건 아니다. 모든 깊은 경험으로부터 영감을 받는다. 꼭 연애가 아니라도 무엇에 대한 진실한 사랑이면 된다.


영감의 원천이 상처와 결핍일 때 아티스트는 작품을 만들고 성장한다. 이때 독자들이 잘한다 잘한다 해주면 폭풍 성장한다. 잘한다 잘한다가 자란다 자란다가 된다. 성장에서 그치면 유망주인데, 성숙해지면 대가의 풍모를 지니게 된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내게도 오겠지.(일단 사랑부터 하자)

영화 <장르만 로맨스> 캡처
3. 레퍼런스 관리

작가는 대개 박학다식하다. 얕고 잡스러운 지식부터 평소 관심분야에는 툭 건들면 백과사전급의 지식이 나온다. 그런 자료들 지도처럼 펼고 적절한 때에 잘 꺼내 써야 좋은 창작가가 될 수 있다.


'이거 써먹어야겠다'하는 습관으로 평소 보던 책, 유튜브, 영화나 드라마, 클립이나  예능프로그램, 오디오 콘텐츠나 수다, 온라인 채널 등에서도 글감과 영감을 포착하는 감수성이 일상을 지배할 정도여야 한다.


흔히 말하는 '크리에이터'는 유튜버만 칭하는 게 아니나 유튜브로 예를 들어보자. 콘텐츠 레퍼런스가 많은 이들은 크리에이터로서 일단 통과다. 그다음은 역할이 주어지는데, 직접 앞에서 출연자(연기자)가 될 것인지, 뒤에서 연출자(프로듀서)가 될 것인지 택해야 한다.


작가는 선택권이 없다. 둘 다 자신의 몫이다. 그 몫을 다하되 독자들의 평가를 다이렉트로 받는 직업이 작가라는 크리에이터다. 작가로서 살아남으려면 자기만의 분야를 넓혀가야 한다. 거짓 없이 달 수 있는 해시태그를 늘려가야 한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 캡처
4. 인프라 관리

'독자 관리'라고 쓸까 하다가 인프라 관리라고 퉁쳤다. 이유가 있다. 출판사(회사)와의 관계, 마케터나 에디터와의 관계, 서점 관계자와의 관계, SNS 팔로워들과의 관계(출판사 입장에서는 예비저자의 홍보력을 본다. 다음 책을 위해서라도 관리해두자), 강연 섭외 담당자나 수강생(제자)들과의 관계, 오래 머무는 카페 주인장과의 관계 등 모두가 중요한 인프라로 남는다.


'인맥관리'와는 좀 결이 다르다. 굳이 인맥관리까진 필요 없다. 다만 내 글을 냉정하게 피드백해주거나 도움의 손길을 뻗는 인프라가 있다면 그 작가는 행운아다. 추천사를 써주는 셀럽이 있다거나, 알아서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주 고정 독자 들이 있다면 운이 좋은 경우다.


결국 작가로서 수익이 있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책을 출판한 출판사도 이익이 따라줘야 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팔리는 책을 위하여 인프라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금 하고 있는 이 브런치 포스팅과 댓글, 조회수 및 좋아요 반사도 관리 차원의 일이다. 일처럼 진지하되 친구처럼 진실하고 의리 있는 인프라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 책 한 권 사주세..ㅇ...http://www.yes24.com/Product/Goods/74607017

아님 브런치 '구독'이라도.. :)

영화 <장르만 로맨스> 캡처
5. 수익 관리

평생 책만 쓰고 하고 싶은 여행이나 하며 살고 싶은가?그럼 작가만 한 꿈의 직업이 또 있을까 싶다. 한량이라 하지 않고 요즘은 디지털 노마드라고도 할 수 있겠다. 비대면 온라인이 급속도로 발전한 이 메타버스 시대에 디지털 작업을 어디서나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해두는 건 작가의 역량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럴 만한 여유가 있냐는 거다. 시간적 여유(스케줄 관리 가능) 뿐만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위해서는 수익 관리가 필요하다. 작가로서 책 팔아서 인세로만 여유 있게 살기란 상위 0.1% 정도를 제외하고는 매우 어려운 게 지독한 현실이다. 미디어에 노출이 되거나 초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이상은 평소 수익 관리를 잘해둬야 한다.


책만 써서 돈을 벌지 못한다면 책만 집중해서 쓰기 위하여 틈틈이 벌어둔 돈 관리를 철두철미하게 해야만 할 것이다. 헝그리정신, 찌질한 새벽감성 따위 믿거나 의지하지 말자.


현실적으로도 규칙적인 성실함과 더불어 분위기 좋은 카페나 개인 작업실(집필실)에서 여유로커피 한 잔 즐기며 쓰는 '리치 바이브'가 작가로서 자존감을 향상해준다.

네이버 나우 _ 질레트 우리형라디오 손흥민 편 중 발췌(영상출처: Youtube 런웨)
영상 출처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BD0jp3NWNuw
6. 멘탈 관리

얼마 전 손흥민 선수가 한 유튜브에서 했던 인상 깊은 인터뷰가 있다. 경기에 나갈 때마다 "나는 최고의 선수다"라는 멘탈 장착을 한다 고백하는 장면이었다. 


물론 뛰어난 선수들은 너무 많지만, 자기 자신에게 확신을 주는 주문을 걸어 스스로 그 최면 속에서 주어진 경기 상황에 최선을 다해 성과를 낸다는 말이다. 그만큼 노력한 자신을 믿는 주문이기도 하겠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 캡처

작가도 마찬가지다. 빈 종이 앞에서, 무한히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좌절하기 쉬운 작가는 자신이 마냥 못나기만 해 보일 것이다. 나는 '최고의 작가다' 하고 외치는 정신승리 아,아니 정신 붙들어 매기 신공이 필요하다.


김중혁 작가는 공백기를 겪작가지망생 시절의 고뇌 가득한 시간들을 두고 그의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에서  '시간은 너무 많이 남아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려도 어디선가 새로운 시간이 날아와 바닥에 쌓이곤 하던 시절이었다.' 라고 고백했다.


그는 같은 책에서 이렇게도 말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나중에 알았기 때문에 나에게는 아무런 재능도 없는 줄 알았다. 아무것도 되지 못할까 봐 자주 두려웠다.'


내겐 격공의(격하게 공감하는) 문장이다.


나는 이럴 때마다 김연수 작가의 글을 떠올리곤 하는데, 글을 그대로 인용해보겠다.

내 인생이 반짝 빛나던 순간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적 성공이나 대중의 주목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그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의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있을 때였다. 그럼에도 몇 글자 더 썼다. 그때였다. 내 인생이 조금 반짝거린 건.  -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위 6가지를 잘 새겨두면 말이지 ...

너도 작가로 잘 살 수 있어.
(잘 살아남을 수...)

영화 <장르만 로맨스>는 올해 유일하게 영화관에서 보고 온 딱 1편의 영화였습니다. 강추합니다. 본문과는 전혀 무관하나 극중 류승룡 배우님이 작가로 나와서 이미지를 차용해보았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은 왠지 글이 잘 써지는 날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