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은 전에 강의했던 대학교 학생들이었습니다. 첫 번째 글쓰기특강 때 반응이 좋았는지(수강 후 강의 만족도 조사를 함)약 3년 만에 또 요청을 해주셨어요.(3년이면 ..좀 걸렸)
기분이
그땐 코로나 이전 오프라인 강의였고, 오늘은 온라인 Zoom 강의로 글쓰기 일일특강을 진행했습니다. 주제는 '소통적 글쓰기'로 요청해주셔서 강의제목을 '독자에게 쉽게 읽히는 3가지 글쓰기 방법'으로 정했지요.
첫 강의 당시엔 흔치 않은 특이한 경험도 했는데요. 교수님 한 분이 대학생들 틈에앉아서 진지하게 수강을 하셨던 거예요. 중간에 제 강의 내용이 좋다며 학생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기억이 납니다.(교수님 리스펙)
글쓰기 강의를 마치고 강의동 건물을 막 빠져나가려는데, 현관 계단에서 "작가님, 오늘 글쓰기 강의 정말 좋았습니다"라며 먼저 악수를 청하던 뿔테 안경 쓴 여학생의 초롱초롱한 눈빛도 생생하고요.
실제 3년 전 같은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는 이동영 강사의 모습
이맘때쯤 봄이어서 꽃이 만발했던 대학 캠퍼스가 유난히도 향기로웠던 추억이 남아 있네요. (비록 강사료는 다른 강의에 비해 적은 편이었지만^^;) 그때의 좋은 기억 때문에 강의 수락을 했습니다. 오프라인이 아니어서 그때 그 진한 감동은 좀 덜 하겠지만요.
저 이동영 작가(강사)의 글쓰기 강의를 한 번이라도 들어보신 분은 아실 거예요. 저는 30분을 강의하든 2시간을 하든 모든 걸 다 쏟아붓는 강의 스타일로 진행합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처럼 2시간 글쓰기 강의를 마치고 나면 너 어어어 무 피곤합니다.
게다가 더 나은 강의를 위해 이번에도 어김없이 새벽까지 강의안을(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거듭 수정하다 잠들었거든요. 늦잠을 자는 바람에 식사도 거른 채 강의를 했습니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진행한 강의 중 배에서 나는 소리를 도저히 막을 수가 없더라고요.(들었던학생 분들껜 죄송)
중간에 살짝 떨리는 제 손을 보고는 곁에 둔 초콜릿 과자를 아주아주 쪼오금 중간에 베어 물기도 했습니다..(저.. 혈당?) 암튼 그 정도로 저는 열정적으로 강의합니다. 그럼 기분이 어떠냐고요?
날아갈 것 같습니다.
그만큼 신난다는 거죠
제가 열정적으로 강의했다는 건 강사인 저만큼이나 수강생들이 열정적으로 들어주었다는 방증이거든요. 수강 태도가 너무 좋아서 칭찬하고 싶으니까 굳이 학교 이름을 밝히자면... CAU 중앙대학교였습니다. 두둥
이동영 강사는 1차 글쓰기 특강을 담당했습니다.
대략 40여 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었는데, 80% 가까이 카메라를 안 켜는 줌 강의는 처음 해봐서 당황하긴 했지만;;; 각자 집에서 수강하니 민낯에 편한 차림일 수도 있고 쵸큼 수줍은가 보다 생각하고 그냥 시작했습니다(본래 스타일대로는사전에 거듭 공지했음에도 카메라 안 켜면 전원 다 켤 때까지 시작 안 한다고 끝까지 버팁니다. 벽 보고 하는 강의 느낌을 너무 싫어해서요. 비대면이라도 눈을 마주치는 건 강의에서 기본 예의라고 생각해요. 수강 자세 만큼은 오프라인 강의와 다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체 강의에선 카메라 안 켜면 강의 진행도 안 하고 환불도 안 해줍니다. 당연히 사전 고지+동의 받은 상태에서만)
다행히 학생들이 밀도 높은 질문도 많이 하고 채팅 참여도 적극적으로 해주더라고요. 비록 카메라를 켠 학생들의 수가 너무 적어서 처음에 실망했었지만 그 소수의 리액션이 매우 좋은 덕분에 만족했습니다.
소수의 얼굴 리액션과 적극적인 다수의 채팅에 강사인 저는 또신이 나서 2시간 가까이 쉬는 시간도 없이 강의를 했지요. 질문이 적극적으로 들어오니 이 강사료라면 턱도 없을(이번 주제와 다른) 온라인 글쓰기 꿀팁 노하우들도 다 구체적으로 방출하면서 말이죠.(이렇게 보니 나 참 단순한 듯)
중간에 40분 정도 경과했을 때 "쉬는 시간 하고 갈까요?" 했더니 멈추지 말고 계속 진행해달라고 해서 "그럼 조금 일찍 마치는 걸로 하고 쉬는 시간 없이 가겠습니다~" 하고 원테이크로 달렸지요.
온라인 글쓰기 강의 중인 이동영 강사
글쓰기 강의로만 내년이면 벌써 10년 차가 되어 가는데, 할 때마다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수강생의 반응을 보면 아드레날린인지 도파민인지 엔도르핀인지 옥시토신인지 하는 것들이 막 분비되는 게 느껴질 정도죠. 이 정도면 천직이 아닐까요. (작가보다 강사가 더 좋아짐....)
완벽주의 강사 이동영
저는 매번 더 나은 강의 업데이트를 위해 '빡세게' 강의를 하고 나서도 녹음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듣고 복기해보는데요. 온라인 강의는 이어폰을 낀 채로 바깥에 폰을 두고 녹음을 하니 제 목소리만 음성으로 남습니다. 그럼 '내가 이때 조금만 더 보완해서 말했더라면' 하는 거나 '이렇게 했을 때 반응이 좋았지' 하는 걸 정확히 파악합니다.
많은 분들이 자신이 나온 녹화본 영상이나 자기 목소리 녹음분을 다시 듣기 하는 걸 (민망해하며)잘 못하는데 저는 좋아합니다. 보고 또 보고 듣고 또 듣죠. 책도 읽고 또 읽고요. 그렇다고 저한테 빠지는 건 아니고요. 뿌듯해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냉정 해지거든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면서 전략적 복기를 하는 작업으로요.
혹시나 저번과 똑같이 반복한 실수(예를 들어 말 앞에 "어..."하는 버릇이라든지)가 있으면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줄일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합니다.
생애 첫 강연 TEDx에서.
전체적으로는 만족하지만, 은근한(?) 완벽주의자라서 몇 번이고 반복 재생해서 스스로 지적질 메모를 합니다. 이건 다음에 이 단어로 대체해야겠다. 이 문장이 수강생 입장에선 더 낫겠다. 다음엔 안 하는 게 더 낫겠다 하면서 말이죠.
근데 흥미로운 건 제가 사전에 기획해서 던진 애드리브 멘트가 아니라 즉흥 애드리브인데 빵 터지는 경우가 더 많다는 데 있습니다. "응? 이거에 왜 터졌지?" 하는 것들 말이죠.
힘을 빼고 하면 대부분 제 '드립'에 반응이 좋더라고요. 힘을 빼지 못하고 '웃길 거야' 하고 노리면 제 생각보단 반응이 덜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처럼 치열하게 대본을 짜기보단 무대본 즉흥 멘트를 더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제가 강의하는 방식은 정해진 대본 없이 키워드만 띄워 놓고 100% 애드리브로 진행합니다. 물론 9년 차 800여 회 글쓰기 강의를 하다 보니 이미 몸에 배어서 나오는 레퍼토리(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어서 무의식에서 술술 나오는 듯한 강의를 해내곤 하는 거죠. 어느새 저도 설명할 수 없는 제 능력이 되었습니다.
수강생 들어오기 전 혼자 세팅하며 대기중 설레며 촬영함 ㅋㅋ
그래서 뭐랄까요. 대본에 의한 연기를 해낸 게 아니라서 가끔 녹화나 녹음을 깜빡하고 못했는데 반응이 좋았을 땐 '아 내가 어떻게 했길래 반응이 좋았던 거지'라고 혼자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 하고 다시 복기를 하기 위해 녹화본 녹음본을 살펴보는데 버튼을 누르지 않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을 때 그 허무감은 말도 못 합니다.(지금 생각해도 슬픔ㅠㅠ)
어쩌면 즉흥으로 해서 반응이 좋았다는 게 제 안에 답이 있다는 말이기도 할 테니 매번 '그래 그냥 나를 믿자'하는 멘탈리티가 유효한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손흥민 선수가 경기장에 들어설 때마다 혼자 외우는 주문이 '난 이 그라운드에서 최고의 선수다'라고 한다는 국내 인터뷰가 있었거든요. 그렇게 겸손한 손흥민 선수가 날고 긴다는 EPL에서 전체 득점 2위를 기록하는 건 그의 이러한 멘탈 관리와 더불어 실력, 성실함이 받쳐 주기 때문이겠죠.
출처= Youtube 박문성 달수네라이브 dalsulive
제가 감히 손흥민 선수와 비견할 깜냥은 못 되지만, 멘탈리티만큼은 적어도 제 분야에선 제가 최고이고, 지금까지 글쓰기 강의를 잘 해온 저 자신에게 확신을 가집니다. 이런 자존감은 여러 번의 실패가 있었기에 훈련된 게 아닌가 하고요.
이제 더 업그레이드된 이동영 글쓰기 강사가 되기 위해 새로운 도전도 앞두고 있습니다. (교육 분야 연구쪽..?)
코로나19 거리두기 제한 해제로 오프라인 강의도 다시 늘어나니 글쓰기 강의부터 독서모임, 필사모임까지 코로나 이전처럼 재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기분은 좋지만 여기서 만족하진 않으려 합니다. 안주하면 정체될 테니까요. 더 연구해서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글쓰기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네, 교육 관련하여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대학원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확정되면 공개하겠습니다.
훗날 전국에 이동영 글쓰기 마을(내지는 골목) 만드는 꿈을 꿉니다. 지금은 먼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목표를 정해두고 간다면 뭐라도 좋은 일을 크게 내지 않을까요?
저는 저를 믿습니다. 여러분께도 좋은 자극으로 동기부여가 된다면 좋겠네요. 오늘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